(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조롱 당한 사람에게 "오히려 문제가 있다"고 따지는 모양새다.
국가대표 후배들에게 '7번', '그분'으로 불리는 손흥민을 두고 하는 말이다.
국민의힘 정연욱 의원은 지난 21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깜짝 발언을 했다.
최근 불거진 축구대표팀 내 불화설 및 리더십을 언급한 것이다.
정 의원은 증인으로 나온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부회장(회장 직무대행)에게 먼저 "최근 국가대표 선수들 사이에서 (주장인) 손흥민 선수를 이름이 아닌 '7번', '그분'이라고 불린다는 데 알고 있느냐"고 물은 뒤 "이름을 직접 거론하기조차 껄끄러울 만큼 선수들 내부 팀워크가 불편해진 건지 여러 가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베네수엘라와의 축구대표팀 친선경기 후 수비수 김민재(뮌헨)와 미드필더 황인범(포르투)이 한 인터뷰 영상을 제시했다.
당시 김민재는 후반 중반 교체아웃된 뒤 벤치에서 축구화를 패대기치고 화를 내 시선을 끌었다.
김민재는 이어 방송 인터뷰에서 "백4 얘기를 할 게 아니라 팀 전체적으로 싸워주고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안 되고 있다. 수비수들을 보면 불쌍하다"고 단호하게 말한 뒤 "오늘 경기도 전체적으로 뭔가 다 같이 싸우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솔직히 오늘 결과가 7-0, 9-0으로 이겼다고 해도 기분이 좋지 않았을 것 같다"고 폭탄 발언을 했다.
그는 이어 "우선 팀이 하나로 뭉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개인이 빛나기보다는 팀 하나가 하나가 돼서 빛나야 할 것 같다. 팀 수준을 올리기 위해서는 머리 처박고 열심히 해야 한다"며 선수단의 각성을 촉구했다.
김민재와 같은 1996년생이고 에이전트도 같은 황인범 역시 같은 날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충격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황인범은 "도움을 주실 분이 안 계신다. 축구협회에 안 계시고, (축구협회)회장님이 안 계신 상황이다. 감독님도 임시로 오신 분이라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의 신분까지 이례적으로 거론한 뒤 "선수들 입장에서도 여러모로 쉽지 않다. 누가 도움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많다. 문제점들이 분명히 보이는데, 누구도 나서지 못하고 나설 사람도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정 의원은 마지막 A매치였던 우즈베키스탄전 이후 일어났던 김민재, 황인범과 황희찬(샬케) 등 1996년생들의 '대표팀 은퇴 소동'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이용수 부회장은 "내용을 간략하게 보고받았다"면서 "다만 라커룸 내에서 일어난 일은 라커룸에서 해결한다는 원칙에 따라 대표팀 안에서 계속 논의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자세한 설명은 피했다.
사실 김민재, 황인범, 황희찬이 손흥민을 가리켜 '7번', '그분'으로 불렀는지는 공개적으로 드러난 것이 없다.
정 의원이 손흥민 사건을 언급하면서 예를 들기 위해 김민재, 황인범 발언을 소개했을 수도 있다.
다만 국가대표 일부 선수들이 주장이자 대표팀 동료인 손흥민에 대해, 이렇게 국회의원이 제보를 받아 공개할 정도로 공공연히 그를 조롱하고 깎아내렸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일반 직장에서도 최근엔 일어나지 않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리더십이 완벽한 주장은 없고 감독, 코칭스태프까지 최대 50여명의 남자들이 어울리는 대표팀 생활에서 잡음이 없을 순 없지만 손흥민에게 부여된 공식적인 리더십을 대놓고 조롱하는 것은 해당 발언을 하는 선수들의 '인성 문제'라는 분석이 많다.
아울러 손흥민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는 주장보다는 누군가 조직적으로 손흥민을 흔들고 음해하고 있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롱을 당하는 대상자를 직격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다.
9~10월 A매치 기간에 어수선한 분위기만 연출한 대표팀 기강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게 1996년생의 '흥정식' 은퇴 발언 파문 및 이번 손흥민 모욕에서 드러났다.
자칫하면 손흥민이 '축구인 카르텔'의 힘의 논리에 의해 토사구팽 혹은 쫓겨날 판이다. 향후 축구대표팀 해법을 두고 어떤 지혜가 도출될지 궁금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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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