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일본 축구 국가대표 수문장 스즈키 자이온이 파리 생제르맹(PSG) 이적 무산이라는 충격적인 상황을 불과 하루 만에 뒤집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행을 눈앞에 뒀다.
행선지는 애스턴 빌라다.
PSG와의 협상이 막판에 깨졌지만 빌라가 즉각 움직이면서 오히려 더 직접적인 기회를 잡게 됐다.
만약 스즈키가 빌라 유니폼을 입게 되면 일본 축구에는 또 하나의 이정표가 세워진다.
2026-2027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일본 선수가 무려 10명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일본 축구가 유럽 무대, 특히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잉글랜드 무대에서 전례 없는 규모의 선수층을 구축하게 되는 셈이다.
영국 매체 '디 애슬레틱'의 데이비드 온스테인은 17일(한국시간) 빌라가 파르마와 스즈키 영입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빌라는 스즈키 영입을 위해 기본 이적료 3000만 유로(약 492억원)를 지급하며, 보너스 조건에 따라 총액은 최대 3500만 유로(약 574억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
스즈키는 빌라와 2031년까지 5년 계약을 맺는 조건에 합의했으며, 현지시간으로 18일 메디컬 테스트를 받을 예정이다.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치오 로마노 역시 같은 흐름을 전했다.
로마노는 이적이 사실상 확정됐을 때 사용하는 수식어인 'Here we go'와 함께 "빌라와 파르마가 스즈키 이적을 위한 서류 교환을 시작했다"며 "프랑스 클럽과의 협상이 어제 결렬된 이후 빌라가 곧장 일본인 골키퍼와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메디컬 테스트를 위한 모든 준비가 됐다"고 전하면서 스즈키의 빌라행이 구체적인 절차에 들어갔음을 알렸다.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스즈키의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유럽 챔피언 PSG 이적을 사실상 눈앞에서 놓쳤기 때문이다.
프랑스 현지 매체들의 16일 보도에 따르면 PSG와 파르마는 이미 상당 부분 합의를 마쳤고, 메디컬 테스트와 최종 계약만 남겨둔 상황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막판에 협상이 급격하게 틀어졌다.
프랑스 매체 '레키프'의 후속 보도에 따르면 스즈키 측 대리인이 새로운 에이전트 수수료를 요구한 것이 협상 결렬의 요인으로 거론됐다.
그렇게 PSG행이 무산되면서 스즈키의 올여름 거취가 불투명해지는 듯했지만, 빌라가 곧바로 움직였다. 이미 오랫동안 스즈키를 지켜본 구단이었기 때문이다.
'디 애슬레틱'은 빌라가 약 2년 동안 스즈키를 추적해 왔으며, 월드컵 우승 골키퍼인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가 떠날 경우를 대비한 최우선 골키퍼 영입 후보로 스즈키를 고려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빌라는 마르티네스의 유벤투스 이적 가능성과 동시에 스즈키 영입을 추진했다. 현재는 협상이 무산됐지만, 마르티네스는 유벤투스의 관심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마르티네스의 이적 협상이 중단됐음에도 빌라는 스즈키 영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로마노는 "마르티네스의 유벤투스행이 중단된 이후에도 빌라는 자이온 스즈키 영입을 위한 모든 공식 절차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 시즌 주전 골키퍼로 스즈키를 완전히 낙점한 셈이다.
스즈키에게 빌라는 새로운 도전이 된다.
2002년생인 그는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에서 가나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뒤 일본에서 성장했다. 일본의 우라와 레드 다이아몬즈에서 프로 경력을 시작했고, 벨기에 임대를 거친 뒤 2024년 여름 파르마에 합류했다.
파르마에서는 빠르게 주전 골키퍼로 자리 잡았다. 지난 두 시즌 세리에A에서 57경기에 출전하며 주전으로서의 가치도 높였다.
무엇보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일본의 주전 수문장으로 활약한 것이 이번 이적시장 가치 상승에 큰 영향을 미쳤다.
스즈키는 일본의 월드컵 조별리그부터 32강까지 4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했다. 일본은 32강에서 브라질에 탈락했지만 스즈키는 대회에서 존재감을 보여줬고, 이후 빅클럽들의 관심을 받았다.
스즈키의 빌라행이 최종 확정될 경우 일본 축구에는 역사적인 장면이 펼쳐진다. 2026-2027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일본 선수는 기존 9명에서 10명으로 늘어난다.
현재 프리미어리그에서 새 시즌을 준비하는 일본 선수는 미토마 가오루(브라이턴 앤드 호브 알비온), 엔도 와타루(리버풀), 카마다 다이치와 토미야스 다케히로(크리스털 팰리스), 다나카 아오(리즈 유나이티드), 다카이 고타(토트넘 홋스퍼), 사카모토 다쓰히로(코번트리 시티), 모리타 히데마사(헐 시티), 마에다 다이젠(입스위치 타운)이다.
여기에 스즈키까지 가세하면 일본은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에 10명의 선수를 보유하게 된다.
특히 스즈키의 경우 빌라는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4위를 기록했고 유럽 대항전 우승까지 차지했으며, 새 시즌에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한다. 유럽 최고 수준의 무대와 프리미어리그를 동시에 경험할 가능성이 열렸다.
한편, 일본 축구 팬들도 이번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대역전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본 '사커킹'이 전한 현지 온라인 반응에는 "진짜인가", "정말 대역전극이다", "PSG 이적이 무산되고 빌라로 완전 이적한다면 결과적으로 상당히 좋은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프리미어리그가 일본으로 너무 뜨겁다" 등의 반응이 등장했다.
사진=로마노 / SNS / 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jupremebd@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