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이우진 기자) 마운드 위에서 누구보다 강렬했던 '에이스'도 두 아이 앞에서는 영락없는 다정한 아빠였다.
SSG 랜더스 외국인 투수 페드로 아빌라가 가족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7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경기 후에는 무려 6~7년 동안 친삼촌에게 자신의 투구 영상을 보내 피드백을 받고 있다는 특별한 루틴까지 공개했다.
아빌라는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2026 신한 SOL KBO리그 팀 간 13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4피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SSG의 6-0 완승을 이끌었다.
SSG는 이날 승리로 주말 3연전을 2승1패로 마치며 지난 2022년 7월 이후 약 4년 만에 LG를 상대로 위닝시리즈를 완성했다.
아빌라의 투구는 말 그대로 압도적이었다. 4회말 1사까지 단 한 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는 퍼펙트 피칭을 펼쳤고, 이후에도 LG 타선에 좀처럼 위기를 허용하지 않았다.
투구수는 정확히 100개. 최고 구속도 시속 156~157km까지 찍히며 마지막까지 강력한 공을 뿌렸다.
이날 잠실에는 아빌라에게 특별한 손님들도 찾아왔다. 아버지를 비롯해 아내와 두 아이까지 가족들이 경기장을 방문해 그의 투구를 지켜봤다.
가족들의 응원 속에서 최고의 투구를 선보인 아빌라는 경기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도 차분하게 자신의 투구를 돌아봤다. 질문 하나하나에 진지하게 답하면서 마운드 위에서 보여줬던 냉정함을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인터뷰가 끝난 직후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아이들을 발견하자 곧바로 표정이 풀렸고, 다정한 아빠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조금 전까지 마운드와 인터뷰 자리에서 보여줬던 에이스의 진지한 모습과는 또 다른 얼굴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아빌라가 공개한 호투의 비결 역시 '가족'과 연결돼 있었다.
아빌라는 평소 자신의 투구 모습을 직접 영상으로 촬영해 확인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는 단순히 자신의 투구를 돌아보기 위한 행동이 아니었다. 6~7년 동안 이어온 친삼촌과의 특별한 루틴이었다.
아빌라는 "6~7년 전부터 해왔던 루틴이다. 친삼촌이 코치처럼 피드백을 주곤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뛰고 있는 현재도 루틴은 달라지지 않았다. 물리적인 거리와 시차가 있지만 영상을 활용해 삼촌과 꾸준히 의견을 주고받는다.
그는 "시차가 있다 보니 시간이 맞지 않을 때는 직접 동영상을 찍어둔 뒤 나중에 시간이 맞을 때 통화하면서 피드백을 받는 것을 루틴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점은 삼촌이 전문적인 프로야구 코치 경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아빌라는 "프로 경력은 없지만 프로 경력만 한 코칭 실력이 있는 삼촌"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나온 강력한 구위에도 오랜 시간 삼촌과 함께 만들어온 루틴이 적지 않은 도움을 줬다고 바라봤다.
아빌라는 "메커니즘적으로 신경 쓰면서 루틴화하는 훈련이 많이 도움이 됐다"며 "그런 과정에서 삼촌과 피드백을 주고받았던 게 많이 도움 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숭용 SSG 감독도 경기 후 "아빌라가 7이닝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를 보여줬다. 위기 상황마다 본인이 스스로 해결해 나가며 확실한 에이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극찬했다.
마운드에서는 LG 타선을 압도하는 에이스였지만, 그 기량을 만드는 과정에는 6~7년 동안 한결같이 조언을 건넨 삼촌이 있었다. 그리고 최고의 투구를 펼친 날에는 아버지와 아내, 두 아이까지 직접 경기장을 찾아 함께했다.
가족들 앞에서 최고의 투구를 선물한 아빌라는 그렇게 인터뷰까지 모두 마친 뒤에야 냉정한 에이스에서 다정한 아빠로 돌아갔다.
사진=잠실, 이우진 기자 / 엑스포츠뉴스DB
이우진 기자 wzyfoot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