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양정웅 기자) 늦었지만 제대로 된 결정을 했다.
하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수도권까지 폭염이 올라오기 전에 더 빠른 대처를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KBO는 5일 "종합 대책이 수립될 때까지 오늘(5일)과 내일(6일) 열릴 예정이었던 KBO 리그와 퓨처스리그 모든 경기의 취소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6일 긴급 실행위원회를 개최하고 폭염 관련 종합 대책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KBO는 "최근 전국적으로 폭염이 지속되면서 관람객 및 선수단의 안전 위험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이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구단 단장 및 프로야구 선수협회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긴급 실행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회의에서 관람객과 선수단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향후 폭염 관련 리그 종합 운영 방침과 안전 대책에 대해 원점에서부터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장마가 사실상 끝난 가운데, 전국적으로 열돔 현상으로 인해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부산경남지역은 수일째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기온이 내려가지 않고 있다. 이에 경남 양산은 3일 연속 국내 기상관측 사상 최고 기온을 경신하면서 42.5도까지 올라갔다.
이에 올해 5월 기상청이 새로 도입한 기상특보 단계인 '폭염중대경보'(일 최고 체감온도 38도 혹은 일 최고 기온 39도 이상이 예상)가 연일 이어졌다.
하지만 수도권까지 이 더위의 악명은 이어지지 않은 듯했다. 지난 7월 28~30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는 3일 내내 정상 개최됐으나, 폭염중대경보에도 불구하고 강행됐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에 이호준 NC 감독은 3연전 마지막 날 "KBO에 문의를 했는데, 천연잔디 구장은 역대로 취소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 그럼 규정을 왜 만든 건가"라면서 "퓨처스리그는 오후 4시 경기도 다 취소됐다. 2군은 안 되고 1군은 되나"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이어 31일부터 열린 주말 3연전은 부산(삼성 라이온즈-롯데 자이언츠)과 창원(KIA 타이거즈-NC) 경기가 무더위 속에 진행되게 됐다. 두 지역은 모두 폭염중대경보가 이어졌고, 오후 2~3시에 38~39도까지 상승하는 등 살인적인 더위가 이어졌다.
하지만 첫날 경기는 정상 진행됐다. 그 결과 롯데 황성빈이 1회 안타를 치고 나간 후 어지럼증을 호소했고, 포수 손성빈은 미열, 두통, 구토 증상을 보여 2회 수비 도중 대수비로 교체됐다. 삼성 선수들도 호흡이 가빠지는 등 이상증세를 보였다.
이에 KBO는 다음날 "경기가 예정되어 있는 지역의 기상 상황, 예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여 관람객과 선수단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경기 진행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라고 밝혔고, 실제로 부산과 창원 경기가 폭염으로 인해 취소됐다.
그러나 2일에는 창원 경기는 폭염취소, 사직 경기는 30분 지연이 결정됐다. KBO는 "부산 지역은 경기 개시 이후 기온이 하강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경기 시작 시간을 30분 뒤로 미루어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수치와는 달리 현장에서 느끼는 더위는 전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한 경기 시작 이후 기온은 내려간다고 해도, 경기를 하기 위해 훈련을 해야 하는 시간에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는 것도 문제였다.
양 팀 감독들은 현장과 괴리된 결정에 대해 비판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시원한 사무실에서 앉아서 휴대폰 보고 6시 기온 가지고 경기 강행시키는데, 운동장에 1시간 서있으면서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앉아서 기상청 예보 보면서 '온도가 이러니까 6시 30분으로 늦춰서 해라' 이렇게 통보하는 게 세상에 어딨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진만 삼성 감독도 이례적으로 강한 메시지를 전하며 "기준이 없다. 어제는 안 하고, 오늘은 하고 그런다"며 "감독자회의를 할 때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현장 목소리를 들어달라 이렇게 건의도 하고 요청도 하는데, 말로만 맨날 그렇게 하지 실제로는 별로 경청을 안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다행히도 선수나 팬들 사이에서 온열질환으로 인한 큰 문제는 없었지만, 자칫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양 팀 감독들이 단순히 경기를 한다는 자체에 대한 불만을 보냈다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KBO도 해명에 급급했다. 4일 오전 KBO는 "KBO 리그 규정상 경기 거행 여부(지연 개시 포함)는 KBO 경기운영위원이 구단에서 지정한 구단 경기관리인(또는 경기관리대리인)의 의견 등을 종합하여 결정하고 있다"며 김태형 감독의 지적에 대해 반박하는 듯한 내용을 보도자료에 넣었다.
그러나 양 팀 감독의 말은 '징징'이 아니었다. 3일 들어 폭염이 수도권으로 올라갔다. 서울 지역에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졌고, 결국 오후 1시가 되기도 전에 폭염중대경보가 발표된 잠실(NC-두산 베어스)과 광주(KT-KIA) 경기는 취소됐다. 수도권에 더위가 올라오자 빠른 결정을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심지어 같은 수도권이지만, 폭염중대경보가 아닌 폭염경보만 발효된 인천(LG 트윈스-SSG 랜더스) 경기는 정상 진행됐다. 그 결과 SSG 구단 집계상 온열질환 접수만 25건 발생했다. 이 중 관중 2명이 쓰러졌고, 한 명은 심정지까지 왔다가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를 통해 의식을 회복했다.
결국 사태가 여기까지 가자, KBO는 모두의 안전을 위해 5~6일 전 경기 취소 결정을 내렸다.
늦었지만 확실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할 수 있었다면 남부지방에서 목소리를 냈을 때 좀 더 빨리 무언가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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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웅 기자 orionbea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