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양정웅 기자) 남부지방을 거쳐 수도권까지 올라온 '살인더위'에 결국 KBO 리그가 이틀간 쉬어간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5일 "종합 대책이 수립될 때까지 오늘(5일)과 내일(6일) 열릴 예정이었던 KBO 리그와 퓨처스리그 모든 경기의 취소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최근 KBO 리그는 무더위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이중 열돔 현상으로 인해 부산경남을 포함한 남부지방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고, 더위가 갇히면서 폭염이 이어졌다.
이에 올해 5월 기상청이 새로 도입한 기상특보 단계인 '폭염중대경보'(일 최고 체감온도 38도 혹은 일 최고 기온 39도 이상이 예상)가 부산과 경남 일부 지역에 발효됐다. 창원NC파크가 위치한 창원권, 그리고 부산 사직야구장이 있는 부산중부권이 모두 지난 주 여기에 해당됐다.
그러나 주중 3연전(7월 28~30일)에 열린 창원 KT 위즈-NC 다이노스전은 정상 개최됐다. 이에 현장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30일 이호준 NC 감독은 "KBO에 문의를 했는데, 천연잔디 구장은 역대로 취소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 그럼 규정을 왜 만든 건가"라면서 "퓨처스리그는 오후 4시 경기도 다 취소됐다. 2군은 안 되고 1군은 되나"라고 강하게 말했다.
이어 31일부터 열린 주말 3연전은 부산(삼성 라이온즈-롯데 자이언츠)과 창원(KIA 타이거즈-NC) 경기가 열렸다. 사직구장은 열화상 카메라 측정 결과 내야 파울지역 인조잔디의 온도가 70도까지 상승할 정도였다.
그러나 KBO는 경기 강행을 결정했다. 이에 양 팀 사령탑의 걱정이 이어졌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내일이 더 더울 것 같다. 어떻게 하려나 모르겠다"고 했고, 박진만 삼성 감독은 "숨도 못 쉬겠다. 대구보다도 여기가 더 더운 것 같다"고 말했다.
무더위에 선수들이 끝내 지쳐갔다. 31일 경기에서 1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내야안타를 치고 나갔던 황성빈이 귀루 후 갑자기 자리에 주저앉았고, 포수 손성빈도 미열, 두통, 구토 증상을 보여 2회 수비 도중 대수비로 교체됐다.
결국 KBO는 다음날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았다. KBO는 "기록적인 폭염이 지속됨에 따라 오늘(1일)부터 KBO리그 경기가 예정되어 있는 지역의 기상 상황, 예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여 관람객과 선수단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경기 진행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고척돔을 제외한 각 구장의 경기는 KBO 경기운영위원과 구단의 경기관리인이 협의하여 우선적으로 기존 경기개시시간으로부터 최대 1시간까지 지연 개시가 가능하도록 운영한다. 특히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된 지역의 경우 안전을 고려하여 지연 개시를 포함해 취소 여부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이에 1일 사직과 창원 경기는 역대 5호와 6호 폭염취소가 됐다. 2024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2일에는 창원 경기는 폭염취소, 사직 경기는 30분 지연이 결정됐다. KBO는 "부산 지역은 경기 개시 이후 기온이 하강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경기 시작 시간을 30분 뒤로 미루어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느끼는 더위는 전날과 다르지 않았다. 결국 분노가 폭발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시원한 사무실에서 앉아서 휴대폰 보고 6시 기온 가지고 경기 강행시키는데, 운동장에 1시간 서있으면서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앉아서 기상청 예보 보면서 '온도가 이러니까 6시 30분으로 늦춰서 해라' 이렇게 통보하는 게 세상에 어딨나"라고 지적했다.
김 감독은 "KBO도 이해는 한다"면서도 "현장에 와서 몸소 해봐야 한다. 여기서 말이 많이 나오고 하면 부산 같은 곳에 와봐야 한다. 앉아서 기상청 예보 보면서 '온도가 이러니까 6시 30분으로 늦춰서 해라' 이렇게 통보하는 게 세상에 어딨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진만 삼성 감독 역시 "기준이 없다. 어제는 안 하고, 오늘은 하고 그런다"며 "감독자회의를 할 때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현장 목소리를 들어달라 이렇게 건의도 하고 요청도 하는데, 말로만 맨날 그렇게 하지 실제로는 별로 경청을 안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한 코치는 "탁상행정의 극치"라고 했고, 어느 선수 역시 "누구를 위한 야구인가"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일관성 없는 결정과 불통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KBO는 4일 기상특보 단계에 따른 경기 운영 기준 세분화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폭염경보는 홈 구단의 의견을 반영해 최대 1시간까지 경기 지연 개최가 가능하고,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될 경우에는 경기일 오후 1시 전까지 경기 취소를 결정할 수 있다. 단, 관람객이 입장한 이후 또는 경기 개시 후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된 경우에는 현장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예정이며, 경기장이 속한 지역이 아닌 인접지역에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경우에는 경기 취소가 불가하다.
KBO는 이와 함께 "규정상 경기 거행 여부(지연 개시 포함)는 KBO 경기운영위원이 구단에서 지정한 구단 경기관리인(또는 경기관리대리인)의 의견 등을 종합하여 결정하고 있다"며 이른바 '사무실 딸깍' 결정에 대해 부인했다.
4일 폭염중대경보가 발표된 잠실(NC-두산 베어스)과 광주(KT-KIA) 경기는 취소됐다. 그러나 인천(LG 트윈스-SSG 랜더스) 경기는 정상 진행됐다.
인천에는 이날 폭염중대경보가 아닌 폭염경보만 발효된 상태였다. KBO의 새 규정상 경기 취소 기준은 '실제 기온'이 아니라 '기상청의 폭염중대경보 발효 여부'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LG 트윈스와 SSG 랜더스의 경기는 정상 개최 절차를 밟고 있다.
그러나 기상청 기준 오후 2시 인천 SSG랜더스필드의 기온은 37.2도, 체감온도는 37.7도를 기록했다. 반면 경기 취소가 결정된 서울 잠실야구장은 기온 35.6도, 체감온도 35.4도였다. 인천이 더 높았지만, 규정에 따르면 취소할 수 없었다.
결국 사달이 났다. 이날 인천 경기에서는 온열질환 접수만 25건 발생했다. 이 중 관중 2명이 쓰러졌고, 한 명은 심정지까지 왔다가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를 통해 의식을 회복했다.
이 지경까지 이르자, 결국 KBO도 대책 논의를 위해 이틀 동안 경기를 취소했다.
KBO는 6일 긴급 실행위원회를 개최하고 폭염 관련 종합 대책을 논의할 방침이다.
KBO는 "최근 전국적으로 폭염이 지속되면서 관람객 및 선수단의 안전 위험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이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구단 단장 및 프로야구 선수협회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긴급 실행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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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웅 기자 orionbea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