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부산, 양정웅 기자) 결국 무더위 자체의 문제가 아니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불통 행보에 현장의 분노가 폭발했다.
지난달 31일부터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2026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3연전은 '더위와의 싸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산경남 지역은 최근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이중 열돔으로 인해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31일에는 부산 바로 위인 경남 양산에서 국내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높은 41.4도까지 올랐고, 연일 이 기록이 경신되더니 2일에는 42.0도까지 상승했다.
31일 야구장 인근 지역도 38.5도까지 올라가는 등 불볕더위가 이어졌다. 이에 동부 지역을 제외한 부산 전 지역에는 폭염중대경보(일 최고 체감온도 38도 혹은 일 최고 기온 39도 이상이 예상)가 발효됐다.
이에 규정상 경기 취소도 될 수 있었다. KBO에 따르면 폭염경보일 때는 '일 최고 기온이 섭씨 35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취소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한다. 최근 부산지방의 날씨가 딱 여기에 해당됐다. 여기에 열화상 카메라 측정 결과 내야 파울지역 인조잔디의 온도는 70도까지 상승할 정도였다.
하지만 경기는 그대로 강행됐다. 이에 양 팀 사령탑의 걱정이 이어졌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내일이 더 더울 것 같다. 어떻게 하려나 모르겠다"고 했고, 박진만 삼성 감독은 "숨도 못 쉬겠다. 대구보다도 여기가 더 더운 것 같다"고 말했다.
무더위에 선수들이 끝내 지쳐갔다. 31일 경기에서 1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내야안타를 치고 나갔던 황성빈이 귀루 후 갑자기 자리에 주저앉았고, 포수 손성빈도 미열, 두통, 구토 증상을 보여 2회 수비 도중 대수비로 교체됐다.
삼성 역시 간접적으로 영향이 있었다. 대타로 출전해 2루수로 나섰던 류지혁이 9회 박계범으로 교체됐는데, 박진만 감독은 "(허벅지 근육) 앞쪽이 올라왔다"며 "덥고 땀을 많이 흘리고 하면 수분이 빠지니까 몸에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일어나자 KBO는 폭염 관련 대책을 내놓았고,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된 지역의 경우 안전을 고려하여 지연 개시를 포함해 취소 여부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을 약속했다.
이에 1일 경기는 오후 2시를 약간 넘긴 시점에서 폭염취소가 결정됐다. 이날 야구장에서 멀지 않은 기상청 동래 관측소의 수은계는 39.3도까지 올라갔다. 그라운드나 관중석의 온도도 폭등하면서 정상적인 경기를 치를 수 없었다.
다음날 역시 부산은 38도가 넘는 폭염이 지속됐고, 폭염중대경보도 다시 발효됐다. 경기 전 사직야구장 그라운드는 최고 기준 인조잔디 78.1도, 관중석 64.3도, 천연잔디 51.5도까지 상승했다. 전날만큼이나 뜨거운 열기가 올라왔다.
그러나 KBO는 이날 경기를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KBO는 "부산 지역은 경기 개시 이후 기온이 하강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경기 시작 시간을 30분 뒤로 미루어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예보만 보면 문제될 게 없는 결정이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느끼는 더위는 전날과 다르지 않았다는 게 문제였다. 부산의 날씨를 서울에서 판단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에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시원한 사무실에서 앉아서 휴대폰 보고 6시 기온 가지고 경기 강행시키는데, 운동장에 1시간 서있으면서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앉아서 기상청 예보 보면서 '온도가 이러니까 6시 30분으로 늦춰서 해라' 이렇게 통보하는 게 세상에 어딨나"라고 지적했다.
김 감독은 "KBO도 이해는 한다"면서도 "현장에 와서 몸소 해봐야 한다. 여기서 말이 많이 나오고 하면 부산 같은 곳에 와봐야 한다. 앉아서 기상청 예보 보면서 '온도가 이러니까 6시 30분으로 늦춰서 해라' 이렇게 통보하는 게 세상에 어딨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진만 삼성 감독 역시 "기준이 없다. 어제는 안 하고, 오늘은 하고 그런다"며 "감독자회의를 할 때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현장 목소리를 들어달라 이렇게 건의도 하고 요청도 하는데, 말로만 맨날 그렇게 하지 실제로는 별로 경청을 안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한 코치는 "탁상행정의 극치"라고 했고, 어느 선수 역시 "누구를 위한 야구인가"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결국 문제는 현장의 불신을 키운 불통 행보였다. 남부지방은 수일째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데, 경기운영위원 외에도 직접 내려와서 상태를 점검하거나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려는 시도가 없었다.
또한 일관된 기준도 보이지 않았다. 2일 폭염취소가 결정된 창원 KIA 타이거즈-NC 다이노스전이 열릴 예정이던 마산 지역은 오후 6시 기준 33.9도였는데, 같은 시간 부산이 오히려 34.5도로 더 기온이 높았다. 이렇게 되면 한 구장만 취소한 명분이 없는 것이었다.
이번 3연전 이전에도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호준 NC 감독은 지난달 30일 경기를 앞두고 "KBO에 문의를 했는데, 천연잔디 구장은 역대로 취소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 그럼 규정을 왜 만든 건가"라면서 "퓨처스리그는 오후 4시 경기도 다 취소됐다. 2군은 안 되고 1군은 되나"라고 말한 바 있다.
부산 사직야구장과 KBO가 위치한 서울 강남구의 야구회관은 직선거리 기준 313km가 떨어져 있다. 그리고 KBO와 현장의 간극은 이보다도 더 멀어보였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양정웅 기자 orionbea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