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부산, 양정웅 기자) 과연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현장의 말을 들을 의지는 있는 것인가.
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2일 오후 6시30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리는 롯데 자이언츠와 2026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원정경기를 앞두고 KBO의 기준 없는 폭염취소 판단에 대해 작심발언을 했다.
부산경남 지역은 최근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이중 열돔으로 인해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31일에는 부산 바로 위인 경남 양산에서 국내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높은 41.4도까지 올랐고, 연일 이 기록이 경신되더니 2일에는 42.0도까지 상승했다.
2일 부산 지역에도 35도 이상의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이날 오전 11시에도 동부 지역을 제외한 부산 전 지역에는폭염중대경보(일 최고 체감온도 38도 혹은 일 최고 기온 39도 이상이 예상)가 발효됐다.
이번 3연전 내내 양 팀 선수들은 더위에 고통받고 있다. 지난달 31일 KBO는 오후 6시 30분 경기를 강행했는데, 롯데에서는 1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내야안타를 치고 나갔던 황성빈이 귀루 후 갑자기 자리에 주저앉았고, 포수 손성빈도 미열, 두통, 구토 증상을 보여 2회 수비 도중 대수비로 교체됐다.
이렇듯 선수들이 직접적으로 고통받는 모습이 나오자, 한국야구위원회는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았다. KBO는 "기록적인 폭염이 지속됨에 따라 오늘(1일)부터 KBO리그 경기가 예정되어 있는 지역의 기상 상황, 예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여 관람객과 선수단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경기 진행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1일 사직 롯데-삼성전과 창원 NC 다이노스-KIA 타이거즈전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다음날에도 부산 지역에는 똑같이 무더위가 이어졌다. 경기 전 사직야구장 그라운드는 최고 기준 인조잔디 78.1도, 관중석 64.3도, 천연잔디 51.5도까지 상승했다. 최근 며칠만큼이나 뜨거운 열기가 올라왔다.
오죽하면 사직야구장 전광판에는 "폭염으로 인해 좌석 및 구장 내 시설물이 뜨거우니, 화상에 주의하시길 바랍니다"라는 안내문구가 나올 정도였다.
만약 기준이 똑같다고 하면, 2일 경기도 취소 결정을 내려야 마땅했다. 그러나 KBO는 바로 옆 창원 경기만 취소하고, 부산 경기는 당초 플레이볼 시간인 오후 6시에서 30분 연기한 오후 6시 30분 시작으로 결정했다.
이에 박진만 감독은 모호한 기준에 대해 지적했다. 취재진과 만난 박 감독은 "기준이 없다. 어제는 안 하고, 오늘은 하고 그런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감독자회의를 할 때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현장 목소리를 들어달라 이렇게 건의도 하고 요청도 하는데, 말로만 맨날 그렇게 하지 실제로는 별로 경청을 안 하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박 감독은 전날 "어제 요청을 했다. 게임을 하다가 선수나 팬들이 영향이 있을 수 있겠다 해서 요청했는데, 어제는 진행을 했다"고 했는데, 이에 대해 "매니저를 통해 '날씨가 이러니 고려해달라'라고 경기감독관에게 전달했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러면서 "감독자회의를 하면 뭐하나. 현장 목소리를 중간에서 얘기해달라고 전달하는 건데, 얘기를 안 하는 그런 부분은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일관성 없는 기준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어제보다 온도가 더 높은데 당연히 취소할 줄 알았다"며 "맨날 감독자회의를 할 때 '우천취소시 기준을 좀 정해달라'고 한다. 불신이 생기고 그러니까 불만이 나오는 거 아니냐"라고 했다.
이어 "오늘도 마찬가지다. 어제는 안 하고 오늘은 하고, 이게 기준이 없다. 그러니까 불신이 생기는 거다"라며 다시 한번 소신발언을 이어갔다.
박 감독만 불만을 표시한 건 아니다. 김태형 롯데 감독도 이날 "시원한 사무실에서 앉아서 휴대폰 보고 6시 기온 가지고 경기 강행시키는데, 운동장에 1시간 서있으면서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김 감독은 "온도가 떨어지니까 6시 30분에 강행하라고 하는데, 눈가리고 아웅 아닌가"라고 하며 "30분 미루나 뭐가 다른가. 운동장 1시간 서있으면 그런 말이 나오나"라고 했다.
"KBO도 이해는 한다"고 말한 김 감독은 "현장에 와서 몸소 해봐야 한다. 여기서 말이 많이 나오고 하면 부산 같은 곳에 와봐야 한다. 앉아서 기상청 예보 보면서 '온도가 이러니까 6시 30분으로 늦춰서 해라' 이렇게 통보하는 게 세상에 어딨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삼성은 김지찬(중견수)~김성윤(우익수)~구자욱(좌익수)~최형우(지명타자)~르윈 디아즈(1루수)~전병우(3루수)~류지혁(2루수)~강민호(포수)~이재현(유격수)이 스타팅으로 나섰다.
무릎이 불편해 빠졌던 김지찬이 리드오프로 돌아왔다. 박 감독은 "지찬이는 괜찮다고 해서 오늘 출전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전병우에 대해서는 "그제 홈런도 치고 적시타도 치고 그러면서 안 나갈 수 없는 컨디션"이라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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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웅 기자 orionbea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