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윔블던 챔피언 출신 마르케타 본드로우쇼바의 선수 생활이 한순간의 선택으로 벼랑 끝에 몰렸다.
도핑 검사에서 금지약물이 검출된 것은 아니었으나 검사 자체를 거부한 선택이 화를 불렀고, 검사관에게 욕설까지 내뱉은 내용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영국 더선은 2일(한국시간) "'도핑 검사하러 어떤 X같은 사람이 왔다'…본드로우쇼바의 욕설 문자 공개, 전 윔블던 챔피언 4년 출전 정지"라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국제테니스윤리기구(ITIA)는 본드로우쇼바에게 4년 자격정지 처분을 내린 뒤 사건 당시 상황과 메시지 내역이 포함된 조사 내용을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본드로우쇼바가 도핑검사관을 향해 욕설을 섞은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까지 드러났다.
사건은 지난해 12월 3일 체코 프라하에 위치한 본드로우쇼바의 자택에서 발생했다.
오후 8시쯤 도핑검사관이 그의 아파트를 방문했다. 약 5분 뒤 인터폰을 통해 검사관과 처음 대화를 나눈 본드로우쇼바는 곧바로 집 안으로 들이지 않았다.
먼저 자신의 에이전트와 확인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남자친구 앤드루 폴슨에게 "도핑 검사하러 어떤 X같은 사람이 여기 와서 벨을 누르고 있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당시 본드로우쇼바가 사전에 신고한 60분 검사 가능 시간은 오전 7시였다. 그는 오후 8시가 넘은 시간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검사관이 자신의 사생활을 침해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도핑 규정은 달랐다. 선수가 지정한 1시간은 반드시 해당 위치에 있어야 하는 시간일 뿐, 도핑검사관은 필요할 경우 그 시간 이외에도 선수를 찾아 불시 검사를 요구할 수 있다.
검사관의 설명에 따르면 첫 대화 약 5분 뒤 다시 본드로우쇼바와 연락했지만 그는 또다시 검사를 거부했다.
본드로우쇼바는 검사관에게 돌아가도 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약 5분 뒤 본드로우쇼바가 반려견을 산책시키기 위해 현관 밖으로 나왔다.
검사관은 다시 검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본드로우쇼바는 이번에도 거부했고, 자신이 도핑 검사를 받지 않기로 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서류에도 서명했다.
본드로우쇼바 측의 설명은 달랐다. 검사관이 초인종을 "8번, 10번, 심지어 15번까지" 반복해서 눌러 자신이 두려움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또 반려견을 산책시키기 위해 밖으로 나갔을 때도 검사관을 집으로 들이지 않은 이유에 대해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검사관이 자신의 신원을 제대로 입증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펼쳤다.
본드로우쇼바는 이날 밤 검사관의 모습을 직접 촬영해 자신의 SNS에 올리기도 했다.
본드로우쇼바는 "매일 특정한 한 시간 동안 도핑 검사를 위해 집에 있어야 하는 규칙을 지키고 있다"며 "그런데 오늘은 오후 8시15분에 검사관이 찾아와 내가 신고한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도핑검사관이 밤에 우리 집 거실에 앉아 우리가 소변을 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정상적인 일인가"라며 "검사를 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존중의 문제다. 규칙을 집행하는 사람에게도 규칙은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검사관이 떠난 뒤에는 자신의 에이전트에게 "그 여자가 갔다"며 "이건 완전히 X같다"는 욕설 섞인 메시지도 보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본드로우쇼바의 선택은 선수 생활에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왔다.
재판부는 "선수가 순간적인 스트레스와 불안 속에서 도핑 검사를 거부했고 그 결정으로 중대한 결과를 맞게 된 매우 안타까운 사건"이라고 평가했으나 검사 거부를 정당화할 수준의 충분한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결국 4년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현재 결정이 유지될 경우 본드로우쇼바는 2030년 6월까지 공식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
본드로우쇼바에게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할 권리는 남아 있다. 본드로우쇼바는 자신이 금지약물을 사용한 적은 절대 없다고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한편, 본드로우쇼바는 2023년 윔블던 여자 단식에서 온스 자베르를 꺾고 정상에 올랐다. 세계랭킹 6위까지 올라갔으며 프랑스오픈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마지막으로 출전했던 지난해 US오픈에서도 8강까지 진출하며 여전히 세계 정상급 경쟁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올해 1월 애들레이드오픈 이후 WTA 투어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마지막 공식 경기는 지난 4월 국가대표로 출전한 빌리진킹컵이었다.
본드로우쇼바가 CAS 항소를 통해 4년이라는 중징계를 뒤집을 수 있을지, 2030년까지 사라지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연합뉴스 / 더선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