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부산, 양정웅 기자) 현장이 호소했는데 들어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 결말은 선수들이 고통받는 모습이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일 오후 6시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와 2026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맞대결이 폭염으로 인해 취소됐다고 발표했다.
KBO는 "부산 지역은 어제부터 폭염 중대경보가 발효되었고 경기 개시 시각시각에도 기온이 37도 이상 지속된다는 예보에 따라 관람객과 선수단의 안전 및 건강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결정되었다"고 밝혔다. 같은 이유로 창원 NC 다이노스-KIA 타이거즈전도 취소됐다.
1일에는 야구장과 가까운 동래 관측소(동래구 명륜동)에서 39.3도까지 기온이 올랐다. 그만큼 엄청난 폭염이 지속됐고, 야외에 나와있는 자체만으로도 힘겨움을 느낄 정도였다.
경기장 상황도 좋지 않았다. 경기 전 사직야구장은 최고 기준 인조잔디 73.4도, 관중석 63.9도, 천연잔디 43.9도까지 상승했다. 그라운드에 물을 뿌린다고 해도 쉽게 식지 않을 날씨였다. 결국 KBO는 관중과 선수 보호를 위해 올 시즌 처음이자, 2024년 이후 첫 폭염 취소를 결정했다.
좋은 결정이었다. 하지만 전날에도 그랬다면 좋지 않았을까. 이런 아쉬움이 들 수밖에 없는 결정이었다.
부산경남 지역은 최근 이중 열돔으로 인한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미 31일에도 부산 바로 위인 경남 양산에서 국내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높은 41.4도까지 올랐고, 부산 역시 금정구 관측소에서 40.0도가 나왔다. 이에 폭염중대경보(일 최고 체감온도 38도 혹은 일 최고 기온 39도 이상이 예상)가 발효됐다.
KBO에 따르면 폭염경보일 때는 '일 최고 기온이 섭씨 35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취소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KBO는 경기를 강행했다. 야구장 인근 지역의 기온이 38.5도까지 올랐고, 내야 파울지역 인조잔디의 기온이 수직상승하면서 엄청난 더위가 이어지고 있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여름철 무더위로 유명한 대구를 연고로 하는 삼성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31일 경기 전 "숨도 못 쉬겠다. 대구보다도 여기가 더 더운 것 같다. 지금 상태만 보면 그렇다"고 했다. 구자욱 역시 "이런 더위는 살면서 처음이라 훈련하기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심지어 박 감독은 폭염취소에 대해 어필을 했었다. 그는 1일 취재진과 만나 "어제 요청을 했다. 게임을 하다가 선수나 팬들이 영향이 있을 수 있겠다 해서 요청했는데, 어제는 진행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게임이 문제가 아니라, 게임을 하려면 훈련을 해야 한다. 그게 없이 어떻게 경기를 할 수 있나"라고 얘기했다.
결국 '사람 잡는 더위'에 경기를 진행한 결과, 정말 사람을 잡을 뻔했다. 1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내야안타를 치고 나갔던 황성빈이 귀루 후 갑자기 자리에 주저앉았고, 포수 손성빈도 2회 수비 도중 불편을 호소해 대수비로 교체됐다.
롯데 구단은 "손성빈은 1회 종료 후 미열, 두통, 구토 증상을 보여 경과를 지켜보았으나, 2회에도 증상이 이어져 선수 보호 차원에서 교체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나마 다음 날에는 두통은 남았으나 전체적으로 컨디션을 회복했다.
삼성 역시 간접적으로 영향이 있었다. 대타로 출전해 2루수로 나섰던 류지혁이 9회 박계범으로 교체됐는데, 박진만 감독은 "(허벅지 근육) 앞쪽이 올라왔다"며 "덥고 땀을 많이 흘리고 하면 수분이 빠지니까 몸에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경기 후 선수들은 고통을 호소했다. 경기를 마무리지은 좌완투수 이승민은 "마지막에 숨이 안 돌아와서 타임을 부르고 한번 숨을 고르니 거기서 좀 돌아왔다"고 했고, 홈런 포함 3안타를 쳤던 전병우도 "연습할 때부터 날씨가 무더워서 걱정이 많았다. 연습 상대 팀도 우리 팀도 어지러움증을 호소했는데, 끝날 때쯤 힘들긴 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구자욱은 "솔직히 (경기) 안 하고 싶었다"며 "바람이 안 불어서 더 더웠고, 햇빛이 너무 뜨거워서 빨리 해가 졌으면 했다"고 얘기했다. 이어 "저희도 힘들지만, 보시는 팬들도 힘들 것 같다"며 "경기 시간을 뒤로 미루거나, 팬분들 바닷가 놀러가시라고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KBO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고, 1일 폭염 관련 대응을 내놨다.
KBO는 "기록적인 폭염이 지속됨에 따라 오늘(1일)부터 KBO 리그 경기가 예정되어 있는 지역의 기상 상황, 예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여 관람객과 선수단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경기 진행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고척돔을 제외한 각 구장의 경기는 KBO 경기운영위원과 구단의 경기관리인이 협의하여 우선적으로 기존 경기개시시간으로부터 최대 1시간까지 지연 개시가 가능하도록 운영한다. 특히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된 지역의 경우 안전을 고려하여 지연 개시를 포함해 취소 여부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그리고 경기 시작 3시간 30분 전인 오후 2시 30분, 빠르게 폭염취소를 결정하면서 전날의 악몽은 이어지지 않았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 롯데 자이언츠
양정웅 기자 orionbea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