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의 욕심이 순식간에 부메랑이 돼 자신을 향해 날아오고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에 이어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아시아축구연맹(AFC)까지 FIFA 프로젝트에 반대 성명을 냈다.
UEFA는 31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UEFA 55개 회원국 협회를 대표해 성명을 내며 UEFA 회원국이 FIFA 공식 대회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FIFA는 현재 'FIFA 포워드 엔터프라이즈(FFE)' 설립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FIFA는 약 200억 달러(약 28조 5000억원) 규모의 자회사를 설립해 월드컵과 클럽월드컵 등 주요 대회의 상업 운영을 맡기고, 이 회사 지분 최대 21%를 민간 투자자에게 매각해 42억 달러(약 5조 9900억원)를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FIFA는 확보한 자금을 회원국 지원과 각종 개발 사업에 활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유럽 축구계는 이 계획을 사실상 '월드컵의 민영화'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반발을 산 이유는 절차였다. FIFA가 회원국이나 각 대륙 연맹과 충분한 협의 없이 비밀리에 프로젝트를 추진했기 때문이다.
UEFA는 긴급회의를 열고 아예 월드컵을 비롯한 FIFA 대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UEFA는 "UEFA와 55개 회원국 협회는 FIFA 월드컵과 기타 FIFA 대회의 소유권 지분을 민간 투자자에게 이전하려는 FIFA의 제안을 만장일치로, 그리고 단호하게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어 "월드컵은 투자 상품이 아니다. 이는 축구가 가진 가장 위대한 스포츠 유산 가운데 하나이며 여러 세대에 걸쳐 전 세계 선수와 국가대표팀, 팬들이 함께 만들어온 역사다. 그 어떤 부분도 민간 투자자에게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UEFA는 비판 수위를 더 높이며, "축구에 이처럼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제안이 비밀리에 마련됐고, 축구를 책임지는 이해관계자들과 의미 있는 논의조차 없이 승인 직전까지 진행됐다는 사실은 무책임하며 정당화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제안이 완전히 철회되고 FIFA가 다시는 거버넌스(지배구조)나 대회를 민간 소유에 개방하지 않겠다는 구속력 있는 보장을 제공하지 않는 한 UEFA 회원국 국가대표팀은 어떠한 FIFA 대회에도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며 '보이콧'을 선언했다.
CONCACAF도 비슷한 시각 성명서를 내고 "역사는 FIFA와 축구계가 축구의 수호자들이 이런 가치를 잃어버릴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었다"라며 "연맹은 41개 회원 협회 회장과 이사회 구성원, FIFA 평의회 구성원들이 모여 FIFA 회장이 제안한 프로젝트에 대해 논의를 소집했다"고 밝혔다.
이어 "회원들은 제안과 관련한 적법 절차의 부재, 인위적으로 짧게 설정된 데드라인, 그리고 FIFA 거버넌스 기구의 검토나 승인 부재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역대 가장 수익성 높았던 월드컵 이후 새롭고 기존 포워드 프로그램에 자금 조달을 위한 사모펀드 투자 필요성에 의문이 제기되었다"라며 FIFA의 제안을 거부했다.
인판티노 회장이 가장 믿고 있는 대륙 중 하나인 AFC도 등을 돌렸다. 30일 성명서를 통해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하다면서 "AFC가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제안서의 거버넌스, 법적, 상업적, 전략적 함의를 포함해 제안서를 충분히 평가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와 적절한 시간이 제공되어야 한다고 확고히 믿고 있다"라며 "이러한 과정은 어떤 결정이든 전 세계 축구 공동체의 집단적 이익을 반영하고 FIFA의 거버넌스 체계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제안에 협의되지 않았고 AFC 가족이 적절하고 정식적인 거버넌스 절차를 통해 검토하고 논의할 기회를 갖기 전에 이처럼 중요한 사안이 공개 영역에 들어와 실망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셰이크 살만 빈 이브라힘 알 칼리파 FIFA 부회장이자 AFC 회장도 "AFC는 FIFA의 일방적인 행동이 연대, 협력, 투명성에 기반한 대륙 축구의 근본을 훼손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UEFA와 CONCACAF, AFC 회원국 숫자를 합하면 총 140개 회원국으로 FIFA 전체 211개 회원국 중 68%에 해당한다. 3분의 2 이상의 회원국이 FIFA 프로젝트에 큰 틀에서 반대 입장을 표명한 셈이다.
인판티노 회장의 독단적인 결정과 행보가 결국 자신에게 부메랑처럼 되돌아오고 있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UEFA 회의에서 인판티노 회장의 거취가 공식 안건은 아니었지만, 그의 리더십과 미래에 대한 의문이 실제 논의됐다.
회의 내용을 전달받은 관계자들은 익명을 전제로 매체네 "인판티노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으며 세계 축구 수장으로서의 미래가 대화 주제로 언급됐다"고 밝혔다.
UEFA에서는 내년 3월 모로코에서 예정된 제77회 FIFA 총회에서 열리는 회장 선거에 인판티노의 대항마로 PSG 회장이자 유럽클럽협회 회장인 나세르 알켈라이피가 거론되고 있다.
한편 아프리카축구연맹(CAF)과 오세아니아 연맹(OFC)은 성명을 통해 FIFA의 제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남미축구연맹(CONMEBOL)은 아직 성명을 내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