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한국 축구에게 희소식일까. 국제축구연맹(FIFA)가 정기 지원금 규모를 3배까지 늘릴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특별 프로젝트 지원금까지 포함하면 대한축구협회가 향후 4년 동안 활용할 수 있는 FIFA 자금은 최대 4000만 달러에 이를 수 있다. 한화로 무려 578억원이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은 30일(한국시간) "FIFA가 월드컵 지분 매각을 계획하고 있다. 매각 가격은 얼마이며, 잔니 인판티노 회장은 왜 이를 추진하는 것일까?"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FIFA는 월드컵과 클럽월드컵을 포함한 주요 대회를 운영할 새로운 회사에 상당한 소수 지분을 매각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211개 회원국 협회에 지원하는 개발 자금을 3배로 늘리는 계획의 일환"이라고 전했다.
이 제안은 각국 축구협회와 FIFA의 37인 이사회 과반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승인될 경우 FIFA 포워드 엔터프라이즈(FFE)라는 새로운 법인이 모든 상업 운영을 맡게 된다. FIFA는 축구를 세계적으로 관리하는 기구로서 FFE 대주주 지분을 유지하게 된다.
FIFA는 "FFR 지분 21%를 민간 투자자에게 매각해 42억 달러(6조 690억원)를 조달하고, 이를 FIFA 패스트포워드 프로그램(FFFP)이라는 새로운 자금 조달 방식을 통해 회원국 협회에 즉시 지원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향후 4년간 전체 개발기금 규모는 100억 달러(약 14조43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정기 지원금이다. 현재 각 회원국 협회가 FFFP를 통해 받는 4년 주기 지원금은 800만 달러(약 115억원) 수준이다. FIFA는 이를 다음 주기부터 2000만 달러(약 288억원)로 올릴 계획이다.
지원금은 이후에도 단계적으로 늘어난다. 2031년부터 2034년까지는 회원국당 2200만 달러(약 317억원)가 배정될 예정이다.
2035년부터 2038년까지는 2400만 달러(약 346억원)까지 증가한다. 현재 800만 달러와 비교하면 정확히 3배다.
여기에 새로운 특별 지원금도 추가된다.
FIFA는 소수 지분 매각으로 조성한 자금을 활용해 각 회원국 협회가 특별 프로젝트를 위해 최대 2000만 달러를 선택적으로 인출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대한축구협회가 조건을 충족하는 사업계획을 제출하고 승인을 받는다면 약 288억원을 추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기 지원금 2000만 달러와 특별 프로젝트 지원금 2000만 달러를 모두 받는다면 향후 4년 동안 확보 가능한 금액은 최대 4000만 달러다.
다만 특별 지원금은 모든 협회에 조건 없이 현금으로 지급되는 돈이 아니다.
회원국 협회가 경기장과 훈련시설, 유소년 육성, 여자축구, 심판 교육, 지역 축구 인프라 등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제시한 뒤 FIFA의 심사와 관리 절차를 거쳐야 할 가능성이 크다.
대한축구협회가 실제로 얼마를 받을지는 사업계획과 집행 능력, FIFA가 확정할 세부 규정에 따라 달라진다.
FIFA는 회원국 협회들이 국가별 축구 발전에 필요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 이번 계획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모든 회원국 협회는 다른 곳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공정하게 자금을 받을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에도 반가운 소식이 될 수 있다.
한국 축구는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대표팀 운영과 지도자 선임 절차, 협회 행정을 둘러싼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데 수백억원 규모의 새로운 자금이 들어온다면 재정적 숨통은 트일 수 있다.
다만 늘어난 돈을 어디에 사용할지, 어떤 절차로 사업을 선정할지, 집행 과정과 결과를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할지가 더욱 중요해진다.
대표팀 운영비나 일회성 행사에 집중하기보다 유소년 지도자 육성, 지역 훈련장 확충, 여자축구 기반 강화, 연령별 대표팀 시스템 개선 등에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올 수 있다.
FIFA의 계획 자체를 둘러싼 논란도 만만치 않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월드컵을 비롯한 축구계의 핵심 자산을 민간 투자자나 국부펀드에 넘겨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UEFA는 "축구의 정신과 운영은 거래 대상이 될 수 없다. 누가 금전적 이익을 얻게 되는지도 투명하지 않다. FIFA가 축구를 팔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과 아시아축구연맹도 충분한 사전 협의가 없었다고 반발했다.
AFC는 회원국들이 정식 거버넌스 절차를 통해 검토할 기회를 갖기도 전에 중대한 계획이 공개된 점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 역시 AFC 소속인 만큼 지원금 확대에 따른 이익뿐 아니라 결정 절차의 투명성과 장기적인 위험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새 법인에 투자할 주체를 둘러싼 시선도 곱지 않다.
FIFA는 글로벌 금융회사 JP모건을 주요 자문사로 선정했다. 투자 그룹은 미국 투자회사 스라이브 이터널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동생인 조슈아 쿠슈너가 설립했다.
사모펀드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가 만든 스포츠 투자 조직도 잠재적인 투자자로 거론된다.
FIFA의 핵심 사업에 미국 금융권과 트럼프 대통령 일가와 연결된 인물이 참여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해충돌과 영향력 확대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비에르 테바스 라리가 회장은 이번 계획을 인판티노 회장의 재선을 위한 '선거 운동'이라고 비판했다. 각 회원국 협회에 거액의 지원금을 약속해 정치적인 지지를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실제로 FIFA는 오는 9월 19일까지 회원국 협회들이 제안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내년 1월부터 새로운 자금을 사용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물론 회원국 입장에서는 거버넌스 논란에도 당장 수백억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유혹을 외면하기 어렵다.
축구계 반발이 거센 가운데 대한축구협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 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