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이 총수로 있는 HDC그룹 계열사 임원이 축구협회에 11년간 파견돼 행정 실무를 맡고 10억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파견 근무 최장 기간은 2년으로 규정의 5배가 넘는 세월 동안 회장 회사 사람이 협회 살림과 내부 정보를 쥐고 있었던 셈인데, "대한축구협회가 사실상 정몽규 회장의 사조직처럼 굴러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은 29일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대한축구협회의 위법 행위를 확인하고도 수사의뢰와 규정 개정 등 최소한의 후속 조치조차 챙기지 않으며 관리·감독 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총수로 있는 HDC그룹 계열사 소속 직원 A씨를 축구협회에 편법 파견해온 문제는 2024년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문체부 감사에 따르면 HDC현산 상무보 A씨는 2013년 3월 HDC 소속으로 대한축구협회에 들어와 2024년 11월까지 '행정지원팀장'으로 일했다.
이후 문체부 감사 결과 A씨는 인사규정상 근거 없이 최장 파견 기간(2년)을 훌쩍 넘긴 11년간 근무하며 자문료·수당 명목으로 총 10억여원을 지급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축구협회 인사 규정에는 A씨를 이렇게 오래 붙잡아 둘 근거가 없었다. 파견 절차부터 규정에 어긋났다는 게 문체부 판단이다.
A씨는 이 기간 자문료 명목으로 10억원을 받았다. HDC에서 월급을 받으면서 대한축구협회에서도 각종 비용을 챙긴 '이중 수령' 아니냐는 지적도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A씨는 인사·총무·회계·계약 등 협회 핵심 업무를 총괄했으며, 본인 자문료 인상 과정에서 사적 이해관계를 신고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더 큰 문제는 회장사 직원이 협회 핵심 정보를 쥐고 있었다는 점이다.
문체부는 A씨가 협회 행정과 내부 정보를 다루는 과정에서, 향후 협회가 발주하는 공사 입찰에 HDC가 사전 정보를 활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천안축구종합센터 건립 사업에서는 설계를 맡은 외국 건축사와 협회가 주고받은 자료 상당수가 HDC 측에 공유된 정황도 감사에서 확인됐다.
더욱이 A씨는 문체부 감사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2024년 11월 협회에서 퇴직했다. 이로 인해 협회 차원의 자체 징계는 불가능해졌고, 위법 사실을 확인하고도 정작 당사자에 대한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정연욱 의원실이 문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문체부의 감사 처분 이후 후속 조치는 1년 넘게 사실상 진전 없이 표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경찰 수사 의뢰 건의 실태는 사실상 방치된 상태다. 문체부는 관련자들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으나, 1년 5개월이 넘도록 수사가 진행중이다.
재발 방지를 위한 관련 규정 개정 역시 멈춘 상태다. 회장사 직원의 편법 파견을 막기 위한 규정 개정도 상당 기간 진척이 없었다.
이용수 부회장 직무대행 체제인 지금도 규정 개정 준비 부족을 이유로 관련 절차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
특정감사 결과에 따른 주요 임직원 징계 조치도 사실상 무력화됐다.
문체부는 2024년 특정감사에서 위르겐 클린스만·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의 절차적 위법 등 총 27건을 적발하고 정 전 회장을 포함한 주요 임직원에 대해 중징계 및 문책을 요구했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는 재심의 신청과 행정소송으로 맞섰으며, 법원 1심에서 문체부가 승소한 이후에도 항소를 제기하는 등 소송전으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12일 법원이 항소심 집행정지를 다시 인용하면서, 1심 승소에도 불구하고 징계 처분은 재차 유예된 상태다. 이에 따라 정 전 회장을 비롯한 핵심 임직원에 대한 중징계·문책 처분은 단 한 건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정 전 회장이 이미 회장직에서 물러난 상황이어서, 항소심 이후 징계가 확정되더라도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후속 조치가 늦어질수록 감사 자체가 '선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다.
정연욱 의원은 "1년 넘게 관련 후속 조치가 이행되고 있지 않다는 것은 대한축구협회 스스로 문제를 바로잡을 의지도, 개혁 시스템도 없다는 뜻"이라며 "11년간 10억여원을 지급하며 회장사 직원을 파견받아 온 사실은 협회가 회장 개인 회사처럼 운영되어 왔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 의원은 "문체부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후속 조치가 실제로 이행되는지 끝까지 점검하고 실효성 있는 관리·감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 연합뉴스 / 정연욱 의원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