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7회말 1사 KIA 박정우가 두산 김민석이 타구를 잡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박)정우가 경기에 많이 나가지 못하고 있지만, 플레이하는 모습이나 벤치에서 하는 것들, 준비하는 자세를 보면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오랜 시간 외야 한 자리를 놓고 고민했다. 좌익수 해럴드 카스트로, 중견수 김호령, 우익수 나성범이라는 기본 틀은 갖춰졌지만, KIA로서는 나성범이 지명타자로 나서거나 휴식을 취해야 하는 상황을 대비해야 했다.
지난 2월 일본 아마미오시마 1차 스프링캠프 당시 이 감독은 "지금 팀 전력을 봤을 때는 해럴드 카스트로가 좌익수를 맡는 게 가장 좋다. (나)성범이가 지명타자로 들어갔을 때 우익수를 볼 수 있는 선수가 누구일지 이게 지금 가장 핵심인 것 같다"며 "성범이가 지명타자로 나간다고 가정했을 때 우익수로 출전하는 선수가 상위타선에 들어갈 수 있다면 그게 베스트"라고 밝혔다.
시즌 초반 두각을 나타낸 선수는 박재현이었다. 박재현은 공·수·주에서 지난해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이며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4월 말 카스트로가 부상으로 이탈한 뒤에는 좌익수로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
여기에 스프링캠프에서 눈도장을 찍은 한승연, 김민규 등 젊은 외야수들에게도 꽤 많은 기회가 주어졌다. 경험이 많은 선수들 입장에서도 긴장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올해 입단 10년 차가 된 박정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28일 오후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 9회초 2사 1,2루 KIA 박정우가 안타를 날리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2017년 2차 7라운드 전체 64순위로 KIA에 입단한 박정우는 2024년과 지난해 주로 대주자 혹은 대수비로 활용됐다. 하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지난 시즌 도중에는 SNS에서 팬이 보낸 욕설 메시지에 욕설로 맞대응한 사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지며 자숙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2026시즌을 맞은 박정우는 정규시즌 개막 엔트리에 승선했다. 올해도 주로 대주자나 대수비로 경기에 나서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때도 있다. 26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는 9번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다. 지난해 5월 22일 KT 위즈전 이후 400일 만에 3안타 경기를 만들었다.
이 감독은 "(26일 두산 선발이었던) 곽빈 정도 레벨의 투수를 상대로 공을 치는 걸 보면 앞으로도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당분간 기회가 되면 써보려고 생각하고 있다"며 "중요한 상황에 나가서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면 앞으로도 안 쓸 이유가 없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박)재현이, (김)호령이, (나)성범이 이런 선수들이 쉬어야 하는 타이밍에 (박)정우를 써도 되겠다는 마음이 있다. 확실히 (경기에) 집중하고 수비도 그렇고 주루도 잘하는 선수다. 센스도 있는 선수"라고 덧붙였다.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8회초 2사 1,2루 KIA 박정우가 김민규의 2타점 2루타때 득점에 성공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사령탑이 가장 주목하는 건 박정우의 마음가짐이다. 이범호 감독은 "경기에 많이 나가지 못하고 있지만, 플레이하는 모습이나 벤치에서 하는 것들, 준비하는 자세를 보면 많이 성장한 것 같다. 경기에 나가지 못할 때도 언제든 나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준비하는 걸 보면, 이제는 심리적으로도 좀 더 신중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마인드를 갖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 감독은 "캠프 때는 외야가 한 자리 비어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본인이 충분히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했는데, 초반에 재현이가 좋은 상황을 만들면서 주전으로 경기에 나가다 보니까 충격도 좀 있었던 것 같다"며 "정우에게 (김)민규나 젊은 선수들이 나가서 뛰어다니고 이러는데 심리적으로 괜찮은지 물어보니 '처음에는 좀 그랬는데 지금은 괜찮습니다. 팀이 먼저입니다' 이런 말을 하더라. 그런 걸 들으면 정우도 이제 많이 성장했고 본인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얘기했다.
박정우가 지금과 같은 모습을 계속 보여준다면 남은 시즌 동안 많은 기회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범호 감독은 "갑자기 선발 출전했을 때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는 선수들도 많은데, 정우는 그렇게 나갔을 때 어떻게든 안타를 쳐주고 팀을 위해 수비한다. 외야수가 4~5명 정도 돌아가며 뛸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체력적으로도 팀에 큰 이득"이라며 "지금이 가장 힘이 떨어질 시기인데, 정우가 힘을 보태줄 수 있는 상황이 된 것 같다. 외야에서 힘든 선수가 있으면 정우를 좀 쓰려고 한다"고 전했다.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10회초 무사 1루 KIA 박정우가 타격을 한 후 1루에서 세이프가 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