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국가대표 공격수 오현규가 활약 중인 벨기에 프로축구 KRC 헹크가 결국 토르스텐 핑크 감독과 결별을 선택했다.
구단이 불과 9개월 전 '무기한 계약'이라는 이례적인 신뢰를 보냈던 사령탑이지만, 최근 이어진 부진과 기복 있는 경기력이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헹크는 15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월요일부로 토르스텐 핑크 감독과의 협력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하며 "코치였던 세바스티안 한, 고란 콘티치 역시 팀을 떠난다"고 밝혔다.
헹크는 공식 성명에서 "우리는 야심 찬 클럽이며 시즌 시작 전 명확한 목표를 설정했다. 그러나 최근의 들쭉날쭉한 성적과 불규칙한 경기력으로 인해 팀이 더 이상 성공으로 가는 올바른 길 위에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경질 배경을 설명했다.
동시에 "핑크 감독이 어려운 시기에 부임해 첫 시즌 동안 짧은 시간 안에 새로운 역동성과 신선한 에너지를 불어넣은 점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공로도 함께 언급했다.
구단이 새 감독을 선임하기 전까지 도메니코 올리비에리와 미셸 리베이루 코치가 임시로 1군을 맡고, 구단의 피트니스 및 퍼포먼스 책임자인 데본 마에스가 선수단 체력 관리 업무를 임시로 담당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별은 최근 경기 결과가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는 평가다.
핑크 감독은 15일 열린 KVC 베스테를로와의 리그 홈경기에서 1-1로 비긴 직후 경질 통보를 받았다.
'겟 벨기안 풋볼 뉴스'는 "베스테를로전 무승부가 사실상 최후의 한계선이었다"고 전했다.
매체는 "헹크는 지난 11월 말 OH 루벤을 2-1로 꺾은 이후 공식전에서 좀처럼 승리를 거두지 못했고, 안데를레흐트·안트베르펜·미트윌란과의 경기에서 연패를 당했다"며 "베스테를로전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필요했지만 결국 그 요구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번 시즌 헹크의 성적은 구단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리그 18경기에서 6승 6무 6패, 승점 24로 7위에 머물러 있으며, 선두 로얄 위니옹 생질루아즈와의 격차는 14점까지 벌어졌다. 득점(22골)보다 실점(24골)이 많은 점 역시 불안 요소로 지적됐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리그 페이즈에서도 승점 10으로 중위권에 위치해 있지만, 리그 내 순위 하락이 결정적인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번 경질 결정이 아이러니한 점은 핑크 감독이 불과 올해 3월 헹크와 마감 기간을 정하지 않은 사실상 종신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이다.
당시 헹크는 "핑크 감독은 첫 시즌부터 매력적인 축구를 보여줬고, 라커룸 분위기와 클럽 운영 전반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하며 장기 프로젝트의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디미트리 드 콘데 헹크 스포츠 디렉터 역시 "그는 팀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으며, 열정으로 모두를 끌어들이는 지도자"라고 치켜세운 바 있다.
그러나 9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냉혹한 결단을 내린 것이다.
벨기에 리그 전반의 흐름 속에서도 이번 경질은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트라이벌 풋볼'은 "헹크가 핑크 감독을 경질하면서 2025년 1월 1일 기준으로 벨기에 주필러 프로리그에 있던 18개 팀 모두가 현재는 다른 감독을 두고 있다"며 "승격 팀을 제외하면 사실상 리그 전체가 감독 교체를 경험한 기이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핑크 감독은 2024년 여름 부임 이후 비교적 오래 재임한 감독 중 한 명이었지만, 그 역시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다는 평가다.
이번 결정은 한국 축구 팬들에게도 적잖은 관심을 모은다. 헹크에는 국가대표 공격수 오현규가 소속돼 있기 때문이다.
오현규는 직전 베스테를로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동점골을 기록하며 팀을 패배에서 구해냈지만, 그 골이 감독의 거취까지 바꾸지는 못했다.
오현규는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핑크 감독 체제에서 꾸준한 신뢰를 받아왔고, 이번 시즌에도 리그와 유럽대항전을 합쳐 10골을 넣고 있다.
그러나 사령탑 교체로 인해 다시 한 번 경쟁 구도가 달라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핑크 감독은 한국 선수들과 인연이 깊은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FC 바젤 시절 박주호를 지도했고, 함부르크에서는 유망주였던 손흥민을 직접 지휘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이진현을 중용한 경험도 있다.
헹크에서 오현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성과를 냈던 만큼, 그의 퇴장은 한국 선수 입지 변화라는 또 다른 변수를 남겼다.
헹크는 이제 새로운 감독 선임이라는 또 하나의 갈림길에 섰다.
구단은 "클럽의 스포츠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가장 적합한 인물을 찾겠다"고 밝혔지만, 무기한 계약을 맺은 감독과 1년도 지나지 않아 결별한 이번 선택이 향후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핑크 감독과 헹크가 꿈꿨던 장기 프로젝트는 예상보다 훨씬 이른 시점에서 막을 내렸다.
구단과 오현규의 미래가 다시 안갯속으로 들어선 모양새다.
사진=헹크 / 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jupremebd@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