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삼성생명·세계 1위)이 올해 9번째 우승에 성공했다.
아울러 어지간한 톱랭커들이 참가하는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750 대회를 사상 처음으로 단일 시즌 5차례 우승하는 위업도 일궈냈다.
안세영은 26일(한국시간) 프랑스 세송-세비녜에서 열린 2025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 투어 프랑스 오픈(슈퍼 750)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왕즈이(중국·세계 2위)를 게임스코어 2-0(21-13 21-7)으로 완파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결승전이었지만 안세영의 일방적인 경기가 펼쳐졌다. 안세영은 배드민턴 강국 중국에서 세계랭킹 가장 높은 왕즈이를 손쉽게 요리했다. 경기 내용만 보면 1~2위 대결이 아니라 거의 1라운드 수준으로 안세영이 압도적이었다.
이날 승리로 안세영은 다시 한번 왕즈이의 천적임을 입증했다. 프랑스 오픈 결승전을 포함해 안세영은 왕즈이와의 상대전적에서 15승4패를 기록했고, 올해 치른 7번의 맞대결을 모두 승리했다.
결승전답게 1게임은 팽팽하게 흘러갔다. 안세영은 5-6에서 스매시, 왕즈이의 실수, 클리어, 그리고 대각 스매시로 연달아 점수를 내면서 앞서갔다. 그러나 왕즈이가 바로 3점을 연속으로 내면서 9-9 동점이 됐다.
안세영은 다시 연속 득점으로 12-9를 만들었다. 이후 2점을 연달아 내줬지만, 12-11 한 점 차 리드에서 왕즈이가 흔들린 틈을 놓치지 않고 강력한 스매시로 연속 득점에 성공하고 범실까지 유도하면서 15-11로 점수 차를 벌렸다.
안세영은 16-13에서 특유의 질식 수비로 점수를 얻었다. 랠리가 길어질 때마다 왕즈이가 실수로 점수를 내줬다.
1게임 후반은 완전히 안세영의 흐름이었다. 안세영이 17-13으로 앞서 있는 상황에서 왕즈이가 크게 흔들리면서 안세영이 먼저 게임포인트에 도달했다. 결국 안세영이 22분 만에 8점 차로 이겼다.
2게임은 너무 싱거웠다. 안세영이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결승전임에도 일방적인 랠리가 펼쳐졌다.
대각 스매시로 먼저 점수를 얻은 안세영은 이후 연속 득점에 성공해 5-0으로 앞서갔다. 왕즈이가 2점을 내면서 추격했지만 곧바로 안세영이 연속 득점으로 다시 5점 차로 벌렸다.
3게임으로 이어가기 위해선 승리가 절실한 왕즈이는 점점 다급해졌다. 하지만 안세영은 왕즈이의 생각을 훤히 꿰뚫고 있는 듯 그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흐름을 이어갔다.
안세영은 7-3에서 왕즈이에게 1점도 내주지 않고, 무려 6점을 연속으로 내면서 13-3를 만들며 점점 승리에 다가섰다.
왕즈이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3연속 득점으로 분위기를 가져오려고 했지만, 안세영이 다시 주도권을 가져오면서 17-6으로 달아났다.
안세영은 마지막까지 세계 1위다운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매치포인트에 도달했고, 21-7로 2게임을 따내고 우승했다. 안세영은 우승 직후 포효 세리머니로 기쁨을 만끽했다.
안세영이 프랑스 오픈 결승전을 끝내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42분이었다.
프랑스 오픈 우승으로 안세영은 2025년 한 해 동안 9개의 국제대회 정상에 오르며 9관왕에 올랐다.
안세영은 말레이시아 오픈, 전영 오픈, 인도네시아 오픈 등 '슈퍼 1000' 3개 대회와 인도 오픈, 일본 오픈, 중국 오픈, 덴마크 오픈, 프랑스 오픈 등 슈퍼 750 5개 대회, 그리고 슈퍼 300 오를레앙 마스터스까지 총 9개의 타이틀을 품었다.
특히 안세영은 프랑스 오픈까지 제패하면서 사상 첫 단일시즌 슈퍼 750 대회 5관왕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BWF는 지난 2018년부터 각종 국제대회를 상금별로 분류했다. 한 해 최강자를 가리는 월드투어 슈퍼 파이널, 4대 메이저대회라고 할 수 있는 슈퍼 1000에 이어 슈퍼 750 6개 대회가 그 다음 레벨로 총상금은 대회마다 최소 95만 달러(약 14억원)다. 슈퍼 750 정도의 대회까지는 어지간한 세계 톱랭커들이 대부분 참가하는데 안세영은 2018년 월드투어 창설 뒤 처음으로 한 해 슈퍼 750 대회를 5차례 우승하는 쾌거를 일궈냈다.
안세영은 직전 대회인 덴마크 오픈 우승으로 월드투어 슈퍼 750 전 대회를 한 번씩 우승한 최초의 단식 선수가 됐다. 바로 다음 대회인 프랑스 오픈을 통해 세계 배드민턴에 또 하나의 역사를 썼다
더불 안세영이 올해 벌어들인 상금만 1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 9월 중국 마스터스까지 안세영이 벌어들인 상금은 57만1000달러로, 한화 약 8억2200만원이다.
BWF에 따르면 슈퍼 750 총상금은 95만 달러(13억6781만원), 슈퍼 500은 47만5000달러(6억8490만원)다. 우승 상금은 총상금의 일정 비율만큼 가져가는데 슈퍼 750은 여자 단식이 7%, 슈퍼 500이 7.5%다. 준우승 상금은 슈퍼 750이 3.4%, 슈퍼 500이 3.8%다.
안세영은 중국 마스터스 이후 코리아 오픈(슈퍼 500)에서 준우승을 거둬 총상금 47만5000달러의 3.8%인 1만8050달러(약 2598만원)의 상금을 추가했다.
이어 최근 덴마크 오픈(슈퍼 750)에서 우승을 거두며 총상금 95만 달러의 7%인 6만6500달러(약 9574만원)를 더 벌었다.
그리고 이번 프랑스 오픈 우승 상금 72만2050달러를 추가해 약 10억3960만원을 확보하면서 올해 누적 상금이 10억원을 돌파하게 됐다. 커리어 통산 상금은 220만6341달러(약 31억7668만원)까지 늘어났다.
한편, 안세영은 이제 또 하나의 새 역사에 도전한다.
안세영은 11월호주 오픈, 12월 월드투어 파이널을 앞두고 있다. 만약 안세영이 남은 2개의 대회 모두 우승한다면 배드민턴 역사를 새로 쓸 수 있다.
2개의 대회 중 하나만 우승해도 안세영은 자신이 갖고 있는 단일 시즌 여자 단식 최다 우승 기록(9회·2023년, 2025년)를 경신할 수 있다. 만약 트로피 2개를 더 추가하면 일본 남자 배드민턴 레전드 모모타 겐토가 2019년 세운 한 시즌 11회 우승 대기록과 동률을 이루게 된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