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한국 수영의 간판 황선우가 파리 올림픽 노메달의 아픔을 딛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남자 자유형 200m 아시아 신기록 수립과 함께 이 종목 현역 'TOP3'로 거듭났다.
황선우는 지난 20일 부산 사직종합운동장 실내수영장에서 열린 제106회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 수영 경영 남자 일반부 자유형 200m 결승에 출전, 1분43초92에 터치 패드를 찍고 우승을 차지했다.
황선우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었던 자유형 200m 한국 기록 1분44초40을 0.48초나 앞당기는 기염을 토했다. 이와 함께 중국의 쑨양이 2017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세운 1분44초39를 0.47초 당긴 아시아 신기록까지 작성했다.
황선우의 종전 한국기록은 2년 전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이뤄졌다. 당시 황선우는 50m, 100m, 150m 구간을 각각 24초33, 50초69, 1분17초61에 돌았다. 이번 전국체전에서는 모든 구간 기록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보다 빨랐다. 50m, 100m, 150m 구간을 각각 23초96, 50초27, 1분17초08로 통과하는 기염을 토했다.
황선우는 전국체전 결승 종료 후 전광판을 통해 자신의 기록을 확인한 뒤 수영장 물을 주먹으로 세게 내리치며 포효했다. 올해 남자 자유형 200m에서 세 번째로 1분43초대에 이름 올린 선수가 됐다.
황선우가 쑨양의 기록을 무너뜨리면서 자유형 200m에서는 현역 선수 중 손꼽히는 '월드 클래스'가 됐다. 루마니아의 다비드 포포비치(1분42초97), 미국의 루크 홉슨(1분43초73)과 함께 '3강' 체제를 구축했다.
황선우는 이와 함께 호주 수영의 '월드 클래스' 레전드 이언 소프(1분44초06)의 기록까지 제치게 됐다. 자유형 200m 선수 최고 기록 역대 7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1위는 독일의 파울 비더만의 1분42초00이다. 이 기록은 전신수영복 시대인 2009년 이탈리아 로마 세계수영선수권에서 수립됐으며 16년이 지난 지금까지 깨지질 않고 있다. 전신수영복은 '수영 도핑'으로 불릴 정도였는데 지금은 착용이 전면 금지됐다. 남자 자유형 200m에선 1분43초대에 진입하면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에서 언제나 메달권에 들었다.
황선우는 박태환 이후 에이스가 없었던 한국 수영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2021년 열렸던 2020 도쿄 올림픽 자유형 200m 예선에서 1분44초62를 찍어 한국신기록을 세우고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결승에서도 150m 구간까지 1위로 통과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막판 체력 저하 속에 최종 7위로 메달권 진입은 실패했지만, 값진 경험과 자신감을 쌓았다.
황선우는 2022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월드 클래스'로 거듭났다. 2023년 일본 후쿠오카 세계선수권 동메달,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24년 카타르 도하 세계선수권 금메달 획득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줬다.
황선우는 다만 도쿄 올림픽 이후 자유형 200m 자신의 최고 기록을 좀처럼 크게 앞당기지 못했다. 0.22초 단축에 그쳤고, 특히 1분43초대 진입을 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지난해 7월 파리 올림픽 준결승에서 1분45초92라는 부진한 기록으로 결승 진출에 실패하는 충격적인 일도 겪었는데 당시의 부진을 이번에 깨끗하게 만회했다. 이번 아시아신기록 수립으로 내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3년 뒤 LA 올림픽을 위한 큰 자신감도 쌓게 됐다.
황선우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마음고생이 심했던 듯 눈물을 흘렀다. "내가 원래 눈물이 없고, 감정도 잘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데…. 오늘은 고생한 세월이 떠올라,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내 인생에서 손꼽을 정도로 행복한 날"이라며 "2021년 도쿄 올림픽 때부터 1분44초는 내게 꼭 넘고 싶은 벽이었다. 1분44초를 자주 찍으면서도, 끝내 1분43초대에 진입하지 못해 솔직히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또한 "내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 같다. 가슴을 누르고 있던 게 모두 내려간 기분"이라며 "싱가포르 대회(세계선수권) 4위라는 성적은 크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올해 초에 훈련량이 부족했는데, 그래도 싱가포르 대회에서 괜찮은 성적을 냈다. 싱가포르 대회부터 반등하면서 오늘 1분43초대 기록을 세웠다. 다시 좋아지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