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이강인이 스페인 라리가 최강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단 10분 만에 눈길을 사로잡는 활약을 펼쳤다.
후반전 막바지 교체 투입된 이강인은 투입 직후 드리블 돌파로 바르셀로나 수비를 휘젓더니, 이어진 슈팅이 골대를 강타하면서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이어 후반 추가시간에는 상대 페널티지역으로 침투하는 동료를 향해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패스를 보냈지만, 동료가 이를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하면서 공격포인트를 쌓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강인은 잠깐의 활약만으로도 호평을 받았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은 이강인에게 평점 7.2점을 매겼다. 이는 선발 출전한 선수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쳐지지 않는 평점이었다.
이강인의 소속팀 파리 생제르맹(PSG)은 2일(한국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에스타디오 올림피크 루이스 콤파냐스에서 열린 바르셀로나와의 2025-2026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 2라운드에서 선제골을 허용하고도 세니 마율루와 곤살루 하무스의 득점으로 경기를 뒤집으며 짜릿한 2-1 역전승을 거뒀다.
PSG는 이날 승리로 바이에른 뮌헨과 레알 마드리드에 이어 리그 페이즈 전체 3위로 올라섰다. 지난 시즌 트레블을 달성한 뒤 이번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2연패에 도전하고 있는 PSG는 까다로운 상대인 바르셀로나와의 원정 경기에서 승점 3점을 따내는 데 성공, 좋은 분위기 속에서 챔피언스리그 2연패를 향한 여정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이강인은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PSG의 사령탑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루카스 슈발리에, 누노 멘데스, 윌리안 파초, 일리야 자바르니, 아슈라프 하키미, 파비안 루이스, 비티냐, 워렌 자이르-에머리, 브래들리 바르콜라, 세니 마율루, 그리고 이브라힘 음바예를 선발로 내보냈다.
바르셀로나는 보이치에흐 슈체스니, 제라르 마르틴, 파우 쿠바르시, 에릭 가르시아, 쥘 쿤데, 페드리, 프렝키 더용, 마커스 래시포드, 다니 올모, 라민 야말, 페란 토레스의 이름을 선발 명단에 적었다.
경기는 PSG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홈 이점을 살린 바르셀로나가 전반전 초반부터 PSG를 강하게 압박한 끝에 전반 19분 만에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한 페란 토레스의 선제골로 앞서갔다. 비티냐의 패스를 차단한 야말의 패스가 페드리와 래시포드를 거쳐 토레스에게 향했고, 토레스가 이를 침착한 슈팅으로 연결해 골네트를 흔들었다.
PSG는 20여분 뒤인 전반 38분 마율루의 동점골로 간신히 바르셀로나를 따라잡았다. 멘데스가 직접 공을 몰고 올라온 뒤 내준 공을 마율루가 밀어 넣으면서 1-1을 만들었다.
후반전도 초반부터 치열했다. 래시포드와 음바예의 슈팅으로 한 차례 주고 받은 두 팀은 물러서지 않고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섰다. 바르셀로나로서는 후반 18분 올모의 슈팅이 수비에 막히고, 이어진 야말의 슈팅마저 빗나간 게 아쉬웠다.
역전을 꾀한 PSG는 후반 20분 음바예를 뤼카 에르난데스와 교체해 공격 재능이 뛰어난 두 측면 수비수들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살리려고 했으나, 파우 쿠바르시와 에릭 가르시아를 중심으로 구성한 바르셀로나의 수비는 좀처럼 기회를 내주지 않았다. 바르셀로나 역시 알레한드로 발데, 마르크 카사도,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를 교체 투입하면서 적극적으로 공세를 펼쳤다.
PSG의 승부수는 하무와 이강인이었다. 엔리케 감독은 후반 27분 하무스를 출전시켰고, 후반 35분 이강인까지 투입하면서 공격의 고삐를 세게 쥐었다.
엔리케 감독의 이강인 카드는 이강인 투입 직후 효과를 냈다. 후반 38분 동료의 패스를 받은 이강인은 상대 수비수들 사이로 과감한 드리블을 시도, 페널티지역으로 공을 끌고 진입한 뒤 골문 구석을 노리는 왼발 슛으로 바르셀로나를 위협했다. 그러나 이강인의 슈팅은 바르셀로나의 골대를 강하게 때리고 나왔다.
해결사로 나선 것은 하무스였다. 하무스는 후반 45분 하키미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역전골을 터트리며 PSG에 리드를 안기면서 승부의 균형추가 PSG 쪽으로 기울었다.
경기 막판 역전골을 실점해 집중력이 흐트러진 바르셀로나 수비는 순식간에 헐거워졌다. 이강인은 이를 놓치지 않고 후반 추가시간 상대 문전으로 침투하는 퀀틴 은단투를 향해 날카로운 스루패스를 찔렀는데, 은단투가 이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서 무산됐다.
하지만 이강인의 활약은 경기 흐름을 PSG 쪽으로 가져오기에 충분했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은 이강인에게 평점 7.2점을 주면서 그의 퍼포먼스를 인정했다.
'풋몹'에 따르면 이날 이강인은 패스 성공률 92%(11/12), 골대에 맞은 슈팅 1회, 드리블 성공 1회(100%), 크로스 성공 1회(100%), 긴 패스 성공 1회(100%), 지상 경합 성공 1회(100%) 등을 기록했다. 드리블 성공과 골대에 맞은 슈팅은 후반 38분경 나온 장면에서 남긴 기록이다.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주요 경기에서 선발 자리를 꿰차지 못한 이강인에게 바르셀로나전에서 주어진 10분은 귀중한 기회였다. 그리고 이강인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잠깐이었지만 충분히 인상적이었던 바르셀로나전 활약이 앞으로 이강인의 입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