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드디어 터졌다.
한국 축구 유망주 양민혁이 마침내 잉글랜드 무대에서 짙은 존재감을 드러냈다.
포츠머스 임대 후 꾸준히 기회를 잡지 못하며 힘겨운 시간을 보냈지만, 왓포드전에서 환상적인 발리슛으로 데뷔골을 터뜨리며 팀 내 최고 평가를 받았다.
팀은 아쉽게 승리를 놓쳤으나, 양민혁 개인에게는 의미 있는 분수령이 된 경기였다.
포츠머스는 2일(한국시간) 영국 포츠머스 프래튼 파크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8라운드 홈경기에서 왓포드와 2-2로 비겼다. 승점 3점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경기 초반부터 터진 양민혁의 환상적인 선제골은 홈팬들의 뜨거운 박수를 이끌어냈다.
양민혁은 이날 포츠머스의 왼쪽 측면 윙어로 선발 출전했다.
지난달 28일 펼쳐진 입스위치 타운과의 챔피언십 경기 선발 출전 이후 2경기 연속 선발 기회를 받았는데, 지난 8월 포츠머스 임대 영입 직후 2경기 출전 이후 4경기동안 단 1분도 뛰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들어 출전 기회를 늘려가는 모습이다.
한 순간 한 순간이 중요한 이번 경기에서 양민혁은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내는데 성공했다.
경기는 킥오프 직후부터 포츠머스가 공세적으로 나섰고, 양민혁이 주인공이 됐다.
전반 5분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가 수비수를 맞고 페널티박스 왼쪽으로 흘렀다. 공은 마침 그 자리에 있던 양민혁의 발 앞으로 떨어졌고, 그는 망설임 없이 오른발 발리슛을 날렸다. 공은 강한 속도로 골문 구석을 향해 빨려 들어갔고, 골키퍼가 몸을 날렸지만 손을 쓸 수 없는 궤적이었다.
홈 구장을 가득 메운 팬들은 일제히 환호했고, 양민혁은 두 팔을 벌리며 관중석으로 달려가 기쁨을 만끽했다.
양민혁의 득점 이후 분위기는 한동안 포츠머스로 기울었다. 전반 중반까지 포츠머스는 활발한 측면 전개와 중원 압박을 통해 왓포드 진영을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특히 양민혁은 왼쪽 측면에서 드리블 돌파와 빠른 전환 플레이로 존재감을 발휘했다. 전반 20분에는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 또 한 번 슈팅 기회를 잡았지만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하지만 추가 골이 터지지 않으면서 전반 막판부터 왓포드가 점차 반격을 시작했다. 몇 차례 세트피스 상황에서 실점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포츠머스 수비진의 집중력 있는 대응과 골키퍼의 안정적인 선방으로 전반은 1-0으로 마무리됐다.
후반전이 시작되자 경기 양상은 급격히 달라졌다. 킥오프 직후인 후반 1분 왓포드의 임란 루자가 페널티 지역 정면에서 시도한 오른발 슈팅이 그대로 골문 구석으로 빨려 들어가 동점골이 터졌다. 포츠머스 수비가 위치를 제대로 잡지 못한 틈을 놓치지 않은 날카로운 마무리였다.
기세를 탄 왓포드는 이후 공격의 강도를 높였다. 후반 11분에는 로코 베터가 박스 안 혼전 상황에서 흘러나온 공을 강력한 슛으로 연결하며 역전골을 기록했다. 순식간에 경기는 뒤집혔고, 홈 관중석에서는 아쉬운 탄식이 흘러나왔다.
실점 이후 포츠머스는 분위기 반전을 위해 교체 카드를 활용했다. 양민혁은 후반 18분 하비 블레어와 교체되며 이날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후 경기는 후반 중반 들어 치열한 공방전 양상으로 이어졌다. 포츠머스는 측면 돌파와 세트피스를 활용하며 계속해서 동점골을 노렸고, 결국 후반 34분 아드리안 세게치치가 페널티 지역에서의 혼전 상황을 놓치지 않고 골망을 흔들며 2-2 균형을 맞췄다.
막판까지 양 팀은 치열하게 맞섰지만 추가 득점 없이 경기는 무승부로 종료됐다.
포츠머스는 이날 무승부로 8경기 2승 3무 3패(승점9)를 기록, 챔피언십 17위에 위치했다.
약 63분간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준 양민혁은 슈팅 4회(유효슈팅 2회), 패스 성공률 82%, 드리블 돌파 1회, 지상 경합 승률 60%를 기록하며 팀 공격의 핵심으로 활약했다. 현지 축구 통계 매체 '풋몹'은 그에게 팀 내 최고 평점인 7.6점을 부여했다.
포츠머스 지역지 '더 포츠머스 뉴스'는 "양민혁이 경기 시작과 동시에 멋진 골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전반 내내 위협적인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를 흔들었고, 포츠머스의 공격 전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며 팀 내 최고 평점인 8점을 부여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 역시 양민혁의 골 장면을 언급했다.
매체는 "양민혁이 박스 모서리에서 환상적인 발리슛으로 경기 시작 5분 만에 리드를 안겼다"면서 "양민혁의 골은 경기 초반 홈팬들을 열광시켰지만, 포츠머스가 리드를 오래 지키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경기 시작이 교통 체증으로 지연됐음에도 수많은 팬들이 남아 양민혁의 득점을 목격했다"며 경기 분위기를 전했다.
경기 후 존 무시뉴 포츠머스 감독은 "우리가 이겼어야 할 경기였다. 공을 너무 쉽게 내주는 장면이 많았고, 결국 상대에게 기회를 허용했다"면서도 "하지만 양민혁의 활약은 분명 고무적이었다. 그는 경기에 활기를 불어넣었고, 팀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포츠머스 리치 휴즈 단장도 최근 인터뷰에서 "양민혁은 토트넘 프리시즌에서 많은 시간을 소화하지 못해 적응이 늦었다. 그러나 A매치 휴식기 동안 집중적으로 훈련하며 점차 날카로움을 되찾고 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은 바 있어 앞으로의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한편, 양민혁은 오는 10월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U-22 대표팀에 합류해 사우디아라비아 전지훈련에 참가할 예정이다. 지난 3월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에 발탁돼 데뷔전을 치른 경험이 있는 그는 내년 국제대회 엔트리 진입을 위해 다시 한 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왓포드전 데뷔골은 그 목표를 향한 중요한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사진=포츠머스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