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토트넘 홋스퍼의 상징과도 같았던 다니엘 레비 전 최고경영자(CEO)의 퇴진 방식이 영국 내에서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레비는 25년간 구단을 이끌며 토트넘의 발전을 주도했지만, 지난 4일 갑작스러운 사퇴 통보 및 그에 따른 구단 퇴출 과정은 꽤 극단적이었다.
레비는 퇴임 당일날부터 훈련장 출입을 허용받지 못했고, 그의 개인 소지품은 밴을 통해 구단 밖으로 전달됐다.
이 조치엔 레비와 함께 수년을 구단에서 일해온 부인 트레이시 역시 포함됐다.
영국 매체 '더선'은 26일(한국시간) "레비는 ENIC 투자 그룹의 대주주인 루이스 가문의 결정으로 토트넘에서 쫓겨났다"며 "25년간 구단을 이끌며 구단의 거의 모든 결정을 주도했지만, 그의 마지막 순간은 훈련장 출입조차 금지되는 극단적인 방식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레비가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관람하길 원해도, 이제는 전 집행권자가 아닌 관객으로서만 구단과 연결될 수 있다"는 다소 가혹한 결정까지 전했다.

레비의 갑작스러운 퇴진은 구단 내외부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영국 유력지 '디 애슬레틱'은 "레비의 해임 통보는 9월 초 한 평범한 목요일 아침, 그 자신도 예상치 못한 시점에서 이뤄졌다"며 "대표팀 휴식기 직전, 여름 이적 시장을 막 마친 시점이었다. 레비는 당시 사비 시몬스와 랑달 콜로 무아니 영입을 완료하며 구단 내 중요한 성과를 만들어낸 직후였다"고 설명했다.
레비가 토트넘에 남긴 발자취는 결코 작지 않다. 그는 2012년 경기장 주변에 최신식 훈련센터를 완공하며 구단 시설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새로운 스타디움의 설계와 구단 운영 시스템 등 세부적인 사항에 이르기까지 레비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러나 그가 퇴임하면서 토트넘은 한순간에 레비가 만든 구단 문화와 구조를 떠나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과제와 마주하게 됐다.
이번 레비 퇴진은 단순히 개인적 변화가 아니라 구단 소유 구조 변화와 맞물려 있다.
루이스 가문은 구단 운영과 성과에 대한 감시를 2025년 들어 강화하며, 구단의 성적 부진에 대한 원인을 철저히 분석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이라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어리그에서는 17위에 머물며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한 점이 주요 원인이었다.
'디 애슬레틱'은 "새로운 스타디움 개장 이후 6년이 지났지만, 토트넘은 여전히 국내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면서 "이에 루이스 가문은 비즈니스 컨설팅 업체를 고용해 구단 전반을 점검하고, 경영진과 주요 인사의 구조 조정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올여름에는 CEO 자리에 과거 아스널 경영을 맡았던 비나이 벤카테샴이, 이사회에는 피터 채링턴이 임명되었으며, 구단의 핵심 인사였던 도나 컬런과 축구 총괄 스콧 먼 또한 떠났다. 감독 교체도 단행돼 안지 포스테코글루가 브렌트포드 출신 토마스 프랑크로 교체됐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 속에서 레비의 퇴진은 자연스럽게 구단 운영의 중심축을 새롭게 재편하는 계기가 됐다.
따라서 레비는 구단 지분 26%를 보유한 소수 주주로 남아 있지만, 이사회에서 물러나면서 구단 운영에 대한 발언권은 완전히 사라졌다.
반면 루이스 가문과 새로운 경영진은 구단 운영에서 직접적인 개입을 최소화하며, 구단 내 의사결정을 분산시키는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레비 전 회장을 향한 결정은 다소 잔인하지만,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토트넘의 경기력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프랑크 감독 부임 이후 첫 7경기에서 단 한 번만 패하며, 새로 영입된 선수들은 팀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그러나 팬들과 축구계에서는 여전히 레비가 구단에 남긴 공백이 클 것으로 평가하며, 다음 이적 시장과 향후 구단 운영에서 새로운 체제가 어떻게 작동할지 주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