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오늘날 유튜브는 단순한 영상 플랫폼을 넘어 함께 문화를 만들고 공유하는 커다란 놀이터가 됐습니다. 과거 대중문화의 중심이 방송사와 기획사였다면 이제는 개인이 직접 자신의 무대를 만들고 기획하며 연출까지 해내는 시대입니다. <조회수 뒤의 얼굴을 마주하다>는 화려한 영상 뒤에 숨어 있는 이들의 고민, 성취, 성장 과정을 들여다봅니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며 새로운 대중문화 지형을 만들어가는 주체로서의 이들을 소개합니다.
(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커플 유튜브의 끝은 결혼 아니면 이별이라던데, '우리는 사별만 있다'며 덜컥 영원한 사랑을 맹세해버린 연인이 있다. 웃음도, 눈물도, 다툼도 숨기지 않고 7년째 알콩달콩 연애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 여자 '단오'와 중국 남자 '여루'의 이야기다.
2021년 봄, 단오의 일상 브이로그로 시작한 유튜브 채널 '여단오'는 여루가 단오의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커플 채널로 자리잡았다. 솔직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MZ 세대들에게 가장 핫한 커플이 된 두 사람을 엑스포츠뉴스 18주년 창간기획 '조회수 뒤의 얼굴을 마주하다'가 만나봤다.
◆ '여단오'의 시작, 왜 단오와 여루가 됐나
두 사람의 인연은 2017년, 한양대학교 재학 중이던 단오의 과에 여루가 유학생으로 편입하면서 시작됐다. 이듬해 봄 한국에서 연인이 됐고, 현재는 중국 항저우에 거주하며 사랑을 키워가고 있다.
단오는 채널명 '여단오'에 대해 "저희 커플이 좋아하던 드라마 '어쩌다 만난 하루' 속 주인공들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 함께 한국생활을 할 때 K-로맨스 드라마를 함께 보는 것을 정말 좋아했다. 특히 여루는 드라마 속 잘생긴 남자 주인공에 푹 빠져서 주인공의 옷이나 신발, 가방을 따라 구매할 정도였다. 어느 날 스타일링을 따라 하며 자신이 '하루 같냐'고 물어봤다. 우스갯소리로 '너는 여드름 났으니까 여드름 난 하루, 여루해'라고 했더니, 내게 "너도 여드름 있잖아! 그럼 너는 여드름 단오야!'라고 하더라. 처음 채널명을 고민할 때 이 에피소드가 떠올라서 1초의 고민도 없이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채널명의 유래를 설명할 때마다 창피할 줄 알았다면 사랑스러운 이름을 할 걸 후회도 된다. 그렇지만 지금은 구독자들이 '여드름 여씨' 세계관을 좋아해 주셔서 바꾸진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웃음을 지었다.
'여단오' 채널은 커플 유튜브로 유명해졌지만 시작은 단오의 중국 유학 일상을 기록하는 브이로그였다.
단오는 "보통 커플 채널과 달리 저희는 채널 개설에 대한 별다른 제안이나 합의 과정이 없었다. 왜냐하면 굉장히 사소하게 시작한 채널이기 때문이다. 당시 제가 중국으로 어학연수를 왔는데 코로나19로 인해 1년 동안 비대면 수업을 하게 됐다. 가족도 친구도 없는 타지에서 등교마저 하지 못하니 하루 종일 집에서 너무 심심했다. 그래서 가족들, 특히 동생에게 낯선 중국 일상을 보여주고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카메라 녹화 버튼을 눌러 영상을 남기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단오는 "하루는 공부하러 카페에 갔다가 말이 안 통해서 울다가 온 한심하고 웃긴 에피소드가 있었다. 이를 들은 동생이 유튜브에 올려보라고 해서 탄생한 영상이 항저우 vlog 1편 '공부하러 가서 짜는 사람이 있다?'였다. 얼떨결에 시작해서 꾸준히 영상을 올리다 보니 자연스레 연애 일상도 노출을 하게 됐고, 4년이 지난 지금은 여루와 제가 등장하는 한중 커플 채널이 됐다"고 말했다.
◆ '중티 견제하는 중남' 쇼츠로 큰 인기…솔직함이 매력
한중 국제 커플이다 보니 '여단오' 채널은 자연스럽게 한국과 중국의 문화 교류의 장이 됐다.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여단오'의 인기가 상당하다.
단오는 "감사하게도 양국의 많은 분들이 저희 채널을 좋아해 주신다. 중국 시청자분들은 한국의 뷰티와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제가 쓰는 화장품이나 옷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해주시고, 반대로 한국 시청자분들은 저희가 중국 현지 문화를 체험하는 콘텐츠, 예를 들어 새로운 중국 음식을 맛보거나 특색 있는 장소를 방문하는 영상에 좋은 반응을 보여주신다. 서로의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저희 영상을 보는 이유 중 하나가 되는 것 같아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여단오' 채널의 영상 중 '중티 견제하는 중남' 쇼츠는 한국과 중국 모두에서 큰 반응을 불러모았다. 한국 팬들에게 '여단오'의 이름을 알린 콘텐츠이기도 하다.
단오는 "여루도 뒤늦게 파급력을 체감했던 이유가 그 영상이 중국에서도 유명했다. 실제로 중국인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중국인 특유의 미감이 있는 건 맞다', '중티는 너무 심한거 아니냐!'라며 의견이 분분했던 걸로 기억한다. 다만 여루는 5년간의 한국 유학을 했던 데다 굉장히 꾸미는 데 관심이 많은 한국의 유행 스타일을 지독히도 따라 하고 싶어 하는 중국 남성이다. 한국인 여자친구인 제가 콕 집어 조언을 해주려다가 생긴 해프닝일 뿐 특정 국가를 비난하거나 폄하하는 의도는 전혀 담겨있지 않은 말이다. 과장되어 해석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여루가 꼭 해명을 하고 싶어 했다"고 전했다.
단오가 생각하는 '여단오' 채널의 매력은 '솔직함'이다.
그는 "한국이 아닌 중국 배경, 중국인 남자친구와의 연애라는 특수성이 흥미로운 요소가 될 수도 있지만 그 모든 것을 정제하지 않고 솔직하게 담아내기 때문에 시청자분들이 매력을 느끼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단오님 영상에는 희로애락 이 전부 담겨있어서 좋아요'라는 댓글이 너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또 "실제로도 저는 제 채널이 꽁냥꽁냥하는 모습을 주 콘텐츠로 커플 로망을 풀어내는 채널보다는, 제 일상을 기록하는 다이어리라고 생각하며 운영을 하고 있다. 다이어리에는 보통 모든 속마음을 털어놓게 되지 않나. 화날 땐 욕도 몇 마디 쓰기도 하고. 이런 꾸밈없는 자연스러운 일상들과 가감 없이 드러내는 솔직한 감정들이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도 뛰어난 비주얼도 아닌 저희를 오래도록 사랑해 주시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별개로 여루의 쉴 틈 없는 토크와 대체불가한 말투는 재능이라고 인정해 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싸우면 싸우는 거지, 365일 행복한 연애는 없다
'여단오' 채널의 기획, 촬영, 편집은 모두 단오의 주도 하에서 이뤄진다.
그는 "한 달 단위로 어떤 일정이 있는지, 어떤 내용의 영상들을 올릴지 대략적인 계획을 짠다. 그렇지만 짜인 대로 술술 흘러가면 얼마나 편하겠나. 다만 저희만의 원칙이 한 가지 있다. 저는 늘 여루한테 '너는 신경 쓰지 마!'라고 말하는데, 왜냐하면 저희 채널의 자연스럽고 솔직한 매력이 이런 뒤죽박죽한 일상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루한테는 절대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연인이다 보니 싸우게 되면 커플 유튜브는 위기를 맞는다. 단오는 "365일 평온하고 행복한 연애가 없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 않나. 사실 저도 유튜브 초반엔 이 부분으로 혼자서 속앓이를 했다. 극감정형인 저희 커플은 한 번 갈등이 발생하면 아주 불같이 싸우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면 며칠 내내 촬영도 하기 싫고 편집도 하기 싫더라. 특히 촬영을 하던 도중 싸우면 그날 찍었던 영상이 전부 꼴 보기 싫어져서 통채로 삭제를 한 적도 많다"고 공감했다.
이어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왜 항상 사이좋은 모습만 올려야 하지? 그건 가짜잖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큰 용기로 '개가치 싸우고 3주 만에 올리는 영상'이란 제목을 달고 다툰 일상을 업로드한 적이 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이런 현실적인 모습을 공유하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구나, 오히려 공감을 얻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드니 그동안의 고민이 해결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심지어 여루가 영상 속 본인의 모습과 댓글들을 보고 몰랐던 부족한 점을 알게 됐다고 말해서 깜짝 놀랐다. 그렇게 고집을 부리면서 본인은 고집이 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나 뭐라나. 다행히 그 뒤로 아직까진 큰 다툼이 발생하진 않았지만 저희는 '또 싸우면 싸우는 거지!'하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 커플 유튜브의 끝은, 결혼 or 이별?
단오와 여루는 올해 7주년을 맞았다. 다른 유튜브 채널과 달리 커플 유튜브는 만남과 이별로 갑작스럽게 채널의 방향성, 존폐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단오는 '여단오' 채널의 미래에 대해 "장기 연애 커플이라면 정말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아닐까 싶다"며 "저희는 결혼 전제로 교제를 하고 있긴 하지만 정확한 미래나 계획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 국제 커플인 저희가 추후 어느 나라에서 정착해서 살아가야 할지,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가야 할지, 양국의 문화 차이는 어떻게 좁힐지 등 아직 해결하지 못한 현실적인 부분들이 많다"고 털어놨다.
이어 "하지만 7년 전 아무것도 모르던 대학생이던 저희가 어느새 각자의 길을 걸으며 여전히 옆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앞으로도 쭉 서로를 응원하며 나아갈 거라는 확신은 있다. 여루가 제게 해준 말이 있는데 10대는 태어나서 밥 먹는 법을 배우는 시기, 20대는 걸음마를 배우는 시기, 30대는 걸어가고 싶은 곳을 찾는 시기라고 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제가 어떤 방향을 향해 걸어갈지 천천히 생각해도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주변이나 시선에 조급할 필요 없이 '오늘도 내일도 행복하게 지내자!'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또 여루가 '우린 이별 없어 사별만 있어!'라고 항상 말한다. 아직은 (부정적인 미래에) 깊이 이야기를 나눠본 적은 없다"고 답했다.
창간 18주년을 맞은 엑스포츠뉴스를 축하하며 '여단오'의 18년 후의 미래도 그려봤다.
단오는 "18년 후의 저희는 1000만 유튜버가 돼있을 수도 있고, 요즘 소설을 즐겨 읽는 제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을 수도, 요즘 요리학원을 알아보고 있는 여루가 스타쉐프가 되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인생은 길고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생각한다"며 "엑스포츠뉴스도 18년간 쌓아 올린 소중한 시간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더더욱 승승장구하는 언론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인사를 건넸다.
끝으로 사랑하기 위해, 함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온 단오와 여루가 서로에게 애정 가득한 한마디를 건넸다.
"한국 뉴스까지 나오게 된 여루! 나덕에 성공했다잉!ㅋ 늘 여기저기 휘둘리고 불안정한 나를 늘 한결같이 다독이고 응원해 줘서 지금까지 내가 버틸 수 있었어. 너를 베스트 프렌드로 만나 다행이야" (단오)
"언제나 어디든지 항상 내 옆에 너 있어서 참 행복하고 내가 하늘에서 별처럼만큼 단점이 많아도 응근히 이렇게 나를 사랑해 줘서 너무 고마워~ 우리 계속 계속 지금처럼 서로 손잡아서 행복하게 걸어가자" (여루)
사진 = 여단오
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