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에베레치 에제를 놓친 토트넘 홋스퍼가 맨체스터 시티의 유망주 사비뉴를 영입하기 위해 거액의 이적료를 지불할 계획이다.
보도에 따르면 토트넘이 사비뉴를 영입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이적료는 무려 8000만 유로(약 1303억원)다. 만약 보도대로 토트넘이 사비뉴의 이적료를 지불하고, 사비뉴가 토트넘에 합류한다면 그는 토트넘의 새로운 클럽 레코드를 보유한 선수가 된다. 토트넘의 기존 클럽 레코드는 잉글랜드 국가대표 스트라이커 도미닉 솔란케를 영입할 당시 본머스에 지불한 6500만 파운드(약 1224억원)다.
21세의 사비뉴는 지난 2023-2024시즌 지로나 FC에서 임대로 뛸 당시 스페인 라리가 시즌 베스트 일레븐에 선정될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재능이지만,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한 지난 시즌에는 다소 아쉬운 모습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8000만 유로는 '오버페이'처럼 느껴진다.
이적시장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주요 타깃을 놓친 토트넘으로서는 선택지가 많지 않지만, 토트넘 팬들은 구단이 바이에른 뮌헨에서 완전 영입한 마티스 텔에 이어 또다시 검증이 부족한 선수에게 과한 금액을 투자할까 우려하고 있다.
브라질 언론 'ge'는 21일(한국시간) "토트넘이 21세의 사비뉴에게 8000만 유로의 새 제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 소속이자 공신력 끝판왕으로 불리는 데이비드 온스테인과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치오 로마노 등 유력 기자들에 의하면 토트넘은 이달 중순 사비뉴 영입을 문의하기 위해 맨체스터 시티와 대화를 시작했다. 맨체스터 시티는 적절한 제안이 들어올 경우 사비뉴를 내보낼 수 있다는 입장.
토트넘이 처음 맨체스터 시티에 제안한 금액은 모든 패키지를 포함해 5000만 유로(약 814억원)였다. 그러나 맨체스터 시티는 지난 시즌 팀에서 가장 많은 도움을 올린 사비뉴의 이적료로 5000만 유로는 너무 낮다고 판단, 7000만 유로(약 1140억원) 이상의 제안이 올 경우 이적 제안을 받을 거라고 못박았다.
또한 맨체스터 시티 내부에서는 정작 맨체스터 시티에서 뛸 당시 기대치에 비해 퍼포먼스가 저조했으나, 첼시로 이적한 이후 재능이 폭발한 콜 팔머의 사례가 반복되는 것을 우려해 사비뉴 매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토트넘의 사비뉴 영입 작업에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았다.
당시만 하더라도 토트넘은 이미 모하메드 쿠두스를 영입한 상태였고, 쿠두스 외에도 브레넌 존슨, 마티스 텔, 윌송 오도베르 등 측면 자원들을 다수 보유한 데다 에제 영입을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비뉴에 대한 맨체스터 시티의 결정을 조금은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었다.
문제는 21일 터졌다.
토트넘의 북런던 라이벌인 아스널이 에제 하이재킹에 성공한 것이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물론 자국 내 유력지로 꼽히는 '가디언', '텔레그래프' 등 복수의 유력 언론들은 21일 에제가 토트넘이 아닌 아스널로 향한다고 보도했다.
카이 하베르츠가 무릎 부상을 당한 뒤 공격진 보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아스널이 팰리스의 요구 조건을 충족시켰고, 선수가 아스널행을 결심하면서 에제의 아스널 이적이 이뤄졌다. 아스널 유스 아카데미 출신인 에제는 이전부터 아스널에서 뛰는 게 꿈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나절 만에 영입을 확신하고 있던 1순위 타깃을 놓친 토트넘은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ge'는 "토트넘은 잉글랜드 국가대표 에제를 아스널에 뺏긴 뒤 사비뉴 영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며 "사비뉴 영입에 집중하고 있는 토트넘은 이적시장 마감일인 9월1일까지 사비뉴를 영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사비뉴의 에이전트는 런던에서 구단 협상을 중재 중이지만, 맨체스터 시티가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고 있어 사비뉴의 이적은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ge'에 따르면 토트넘은 사비뉴를 설득하기 위해 그에게 출전 시간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한 상태다. 내년 열리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 출전하기 위해 출전 시간을 확보해야 하는 사비뉴는 토트넘의 제안에 만족했으며, 토트넘 이적에 열려 있다는 후문이다.
사비뉴의 토트넘 이적이 성사되고, 토트넘이 사비뉴의 이적료로 8000만 유로라는 거액을 지불한다면 사비뉴는 지난해 여름 합류한 솔란케의 이적료 기록을 깨고 토트넘의 새로운 클럽 레코드가 된다.
축구 이적시장 인플레이션이 해를 거듭할수록 심해지고 있고, 재능이 뚜렷한 선수에게 8000만 유로라는 금액을 투자하는 일도 비일비재해지고 있으나, 아직 프리미어리그에서 확실하게 검증되지 않은 선수에게 8000만 유로를 투자하는 것은 오버페이, 혹은 패닉 바이로 여겨질 만하다.
사비뉴는 2023-2024시즌 스페인 라리가 돌풍의 팀이었던 지로나에서 리그 37경기에 출전해 9골 10도움을 올렸고, 모든 대회를 통틀어 41경기에서 11골 10도움을 기록하는 등 스페인 무대에서는 검증을 마쳤다. 그러나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한 지난 시즌에는 45경기에 출전하고도 2골 10도움(리그 1골 8도움)에 그쳤고, 특히 시즌 막바지에는 기복을 겪으면서 아쉬움을 남긴 채 시즌을 마무리했다.
쿠두스 정도를 제외하면 당장 토트넘에 사비뉴보다 나은 측면 공격수가 없는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8000만 유로가 적정가처럼 느껴지기는 힘들어 보인다. 다만 이적시장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토트넘이 측면 공격수를 영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 등이 사비뉴의 이적료가 높게 책정된 이유로 꼽힐 수 있다. 토트넘이 사비뉴 영입 포기와 시장가 이상의 가격으로 사비뉴를 영입하는 선택지 중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하다.
사진=SNS / 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