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토트넘 홋스퍼 주장 손흥민이 기자회견에서 전 세계 축구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 퇴단 발표를 한 가운데 구단도 홈페이지를 통해 이를 알렸다.
손흥민의 코멘트가 영문으로 번역돼 게재됐다.
손흥민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친선경기 하루 앞두고 2일 서울 영등포구 IF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의응답을 받기 전 준비된 발언을 꺼내며 침착하게 이별을 고했다.
그는 "이 자리를 빌려 말씀드릴 게 있다. 나는 올여름 토트넘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곳에서 환상적인 기억들을 쌓았다. 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너무나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에게는 지금이 새로운 환경으로 나아갈 적기다. 이곳에 왔을 땐 23살 어린 소년이었지만, 이제는 성숙한 남자로서 이곳을 떠난다. 팬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내 선택이 존중받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말을 아꼈지만, 표정과 목소리엔 만감이 교차하는 아쉬움과 결연함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토트넘 신임 감독 토마스 프랑크 역시 그의 결정을 존중하며 존경을 표했다.
프랑크 감독은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하나이며, 토트넘의 진정한 전설이다. 더 함께하지 못해 아쉽지만, 그가 이곳에서 남긴 업적은 영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일(3일) 열리는 뉴캐슬전에서 손흥민은 선발 출전하고 주장으로 마지막 경기를 뛰게 될 것"이라고 덧붙이며 손흥민의 '작별 무대'를 예고했다.
토트넘 구단도 곧바로 공식 채널을 통해 손흥민의 퇴단 의사를 전했다.
구단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손흥민은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한 명이다. 2015년 레버쿠젠에서 이적해 온 그는 454경기 173골을 기록했고,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UEFA 유로파리그 우승, 푸스카스상 수상자라는 위업을 이뤄냈다"고 발표문을 통해 전했다.
이어 "그의 퇴단은 큰 상실이지만, 그의 결정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손흥민의 퇴단 배경은 복합적이다. 2024-2025시즌 그는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프리미어리그 두 자릿수 득점 기록을 9시즌 만에 놓쳤다.
하지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서 주장으로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마침내 커리어 오랜 숙원을 풀었다. 손흥민은 이 시점을 떠날 때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내가 해낼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느꼈다. 트로피도 들어 올렸고, 팀에 기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손흥민의 차기 행선지로는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LAFC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유럽 언론 보도에 따르면, 손흥민은 지난 5월 사우디 클럽들의 제안을 받았지만 이를 고사했고, 현재는 LAFC와 협상이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치오 로마노는 "손흥민은 사우디보다는 미국행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LAFC가 가장 유력한 행선지"라고 보도했다.
LAFC는 프랑스 출신 공격수 올리비에 지루를 릴로 보내며 지정선수(DP) 슬롯을 비운 상태로, 손흥민을 새 DP 선수로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특히 LA는 미국 내 최대 한인 커뮤니티가 있는 도시로, 손흥민의 흥행성과 상징성이 지역과 리그 전체에 시너지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손흥민은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현재, 이적 결정에 있어 FIFA 월드컵 또한 큰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그는 “다가오는 월드컵이 매우 중요하다. 내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도 있기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싶다. 그런 환경에서 축구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손흥민은 2014년 브라질, 2018년 러시아, 2022년 카타르에 이어 내년 북중미 대회까지 4회 연속 월드컵 출전을 노리고 있다. 내년 월드컵이 열리는 미국이 그의 행선지가 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이날 기자회견 말미에 손흥민은 팀 동료들에게 퇴단 의사를 사전에 알렸다고 밝혔다. 그는 "벤 데이비스가 특히 아쉬워했다. 동료들은 내 결정을 이해해줬다. 그들과의 작별은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였다"고 고백했다.
손흥민의 퇴단은 단지 한 선수의 이적이 아닌, 토트넘이라는 구단 정체성과 역사에 있어 하나의 시대가 마무리됐음을 뜻한다.
영국 유력지 '디 애슬레틱'은 "손흥민의 이적은 케인과 함께했던 포체티노 시대의 완전한 종료를 상징한다"며 구단의 향후 방향성에도 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매체는 "그는 팬들과의 유대가 매우 특별했던 선수이며, 그의 이적은 감정적으로도 충격적이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영국 '풋볼런던'은 "손흥민은 MLS에서 또 다른 상업적, 문화적 성공을 노릴 수 있는 상징적 인물"이라며 "그가 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고 떠나는 것은 자신과 구단 모두에게 완벽한 마침표"라고 보도했다.
팬들의 반응도 뜨겁다. 토트넘의 손흥민 퇴단 인터뷰 관련 게시물 댓글란에는 "손흥민은 우리 시대의 레전드", "그는 토트넘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떠나는 방식마저 품격 있다"는 찬사가 가득 차있다.
손흥민은 이제 또 다른 여정을 향해 나아간다. 그가 입고 뛰는 유니폼은 변할지 몰라도, 그가 토트넘 팬들의 기억 속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사진=토트넘 홋스퍼/연합뉴스/박지영 기자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