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프리시즌 동안 "손흥민은 핵심 자원"이라고 칭찬하던 토마스 프랑크 토트넘 감독이 이번엔 또 다른 메시지를 던졌다.
2025-2026시즌부터 주장을 맡게 될 인물 선임 여부에 대한 질문에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답하며, 이적설이 이어지고 있는 손흥민의 입지를 더욱 불분명하게 만들었다.
영국 '풋볼런던'의 보도에 따르면, 프랑크 감독은 지난달 31일 홍콩 카이탁 스포츠 파크에서 열린 아스널과의 프리시즌 친선 경기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주장 선임에 대한 질문을 받자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선수단을 좀 더 이해할 필요가 있다. PSG(프랑스)와의 UEFA 슈퍼컵이 시작되기 전에는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로서는 자연스럽게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손흥민이 주장 역할을 번갈아 맡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손흥민을 향한 신뢰를 드러냈던 프랑크 감독의 최근 메세지와는 온도차가 있다.
실제 프리시즌이 본격화된 이후 프랑크 감독은 손흥민의 훈련 태도와 라커룸 내 영향력에 감탄하며, 손흥민의 잔류 가능성을 높이는 발언을 이어왔다.
그는 지난 29일 프리미어리그 전문 유튜브 채널 '맨인블레이저스'와의 인터뷰에서 "손흥민은 다음 시즌에도 여기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며 "훈련 태도도 훌륭하고 선수들을 독려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환상적인 활약을 펼쳐온 선수"라며 그간의 업적을 치켜세웠다.
심지어 31일 아스널전을 앞둔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손흥민은 지난 10년간 토트넘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라고 말하며 "왼쪽뿐 아니라 중앙에서도 성공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는 단순한 포지션 유연성 이상의 의미로, 프랑크 감독이 손흥민의 공격력과 골 결정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활용할 뜻을 내비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주장 선임 관련 부분에서는 모호한 답변만을 내놓고 있는 프랑크 감독이다.
손흥민은 지난 두 시즌 동안 안지 포스테코글루 체제에서 공식 주장으로 활약했으며, 유로파리그 우승을 포함해 굵직한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데 핵심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프랑크 감독은 이러한 경력을 단번에 보장하지 않겠다는 뉘앙스를 비치며 새로운 리더십 구도를 고민 중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아스널전에서도 손흥민은 벤치에서 출발해 후반 32분 교체 투입해 추가시간을 합쳐 약 18분밖에 뛰지 못했고, 주장 완장은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착용했다. 프리시즌 기간 중 손흥민과 로메로가 번갈아 주장 역할을 맡는 방식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는 프랑크 감독이 팀 내 리더십 구도를 재구성하려는 과정으로 보인다.
실제로 토트넘 전문 매체 '스퍼스웹'에 따르면, 지난 비공개 프리시즌 경기 위컴 원더러스전에서는 프랑크 감독과 로메로가 전술적인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돼, 로메로가 주장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는 해석도 있었다.
손흥민의 교체 출전, 그리고 로메로의 주장 기용은 손흥민의 이적설에 더욱 부채질을 하고 있다.
영국 매체 '팀토크'는 31일 "토트넘이 손흥민과 1년 재계약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으나, 이틀도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영국 축구 전문 매체 '풋볼 인사이더'는 "손흥민이 LAFC와 이달 안으로 계약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손흥민은 1년 재계약 조항이 발동돼 2026년 여름까지 계약이 연장된 상태지만, 현재로서는 토트넘이 장기적인 신뢰를 보여주는 제안은 없다는 분석이다.
손흥민은 올여름 내내 LAFC외에도 다양한 클럽들과 이적설에 시달려왔다.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튀르키예 클럽들과의 연결이 계속됐고,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행선지는 LAFC다.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만큼, 토트넘 입장에서는 이적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손흥민의 시장 가치는 점차 하락하고 있으며, 현재 토트넘은 2500만 유로(약 400억원) 수준의 이적료를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과거 손흥민의 몸값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아진 수준이다. 이 때문에 구단이 매각에 유연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프랑크 감독의 '주장 선정 유예' 발언은 손흥민의 미래를 더욱 오리무중으로 만든다.
잔류 가능성이 높았던 손흥민의 입지가 하루아침에 다시 불안정해졌으며, 주장 선임조차 확정하지 못한 프랑크 감독의 태도는 팬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낳고 있다. 일각에서는 프랑크 감독이 손흥민의 이적 가능성을 이미 염두에 두고 새로운 리더십 체제를 구상 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더욱이 공격진 보강도 손흥민에게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토트넘은 모하메드 쿠두스를 영입했고, 마티스 텔과 같은 어린 자원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모두 손흥민과 포지션이 겹치는 선수들로, 구단이 손흥민 대체자 자리를 염두에 둔 영입에 나섰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적시장 마감까지 약 한 달의 시간이 남아있는 가운데, 손흥민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프랑크 감독의 오락가락한 메시지 속에서, 손흥민은 자신의 마지막 챕터를 어디서 시작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연합뉴스/토트넘 홋스퍼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