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트윈스 장현식이 2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원정 경기 승리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유민 기자
(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유민 기자) "우주의 기운으로 나가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LG 트윈스는 2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원정 경기에서 4-3으로 승리했다. 지난 20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부터 벌써 6연승 행진이다.
사실 LG의 6연승 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24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8-0 대승을 제외하면 전부 두 점 차 이내 살얼음판 승부에서 이겼다. 모든 경기에서 8회 이후 득점으로 인해 승부의 향방이 갈렸다.
이 과정에서 진기한 기록도 하나 탄생했다. 22일과 23일 KIA전, 25일 두산전에 구원 등판한 장현식이 자신이 등판한 모든 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2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7회초 LG 장현식이 공을 힘차게 던지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장현식은 22일 팀이 4-6으로 뒤지던 8회말 1사 1, 3루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첫 상대 타자 박찬호에게 적시타를 허용한 뒤 김규성을 땅볼, 패트릭 위즈덤을 삼진으로 잡으며 이닝을 끝냈다. 그리고 이어진 9회초 극적인 박해민의 동점 스리런포, 김현수의 결승타가 나왔다. LG의 9-7 리드로 경기가 종료되면서 장현식이 승리투수가 됐다.
23일 8회말 4-4 동점 상황에 등판한 장현식은 8회를 삼자범퇴, 9회를 4타자로 처리하며 무실점 피칭을 펼쳤다. 그리고 연장 10회초 문보경의 결승 투런홈런이 터지면서 장현식의 승리가 올라갔다.
연투 여파로 한 차례 휴식을 취한 장현식은 지난 25일 두산전 팀이 3-4로 뒤진 8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정수빈을 땅볼, 오명진을 삼진, 제이크 케이브를 뜬공으로 잡고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이어진 9회초 이번에도 타선의 대역전극이 나오면서 장현식은 이번 주에만 3승을 챙기게 됐다.
장현식은 해당 3경기에서 3⅔이닝 3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8회말 LG 장현식이 공을 힘차게 던지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장현식은 26일 두산전에선 세이브를 추가했다.
이날 LG가 4-3으로 앞선 8회말 2사 2루 상황에 등판했다. 첫 타자 정수빈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오명진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고 이닝을 끝냈다. 여전히 한 점 차로 이어진 9회말엔 박준순을 땅볼, 케이브와 김기연을 연속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팀의 위닝시리즈를 확정 지었다.
이날 경기의 승리는 장현식에 앞서 팀의 3번째 투수로 등판한 김진성이 가져갔다. 장현식은 후반기 첫 세이브를 수확했다.
경기가 끝난 후 취재진을 만난 장현식은 "그냥 앞선 경기들하고 똑같이 던졌다. 우주의 기운으로 나가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 있게 던졌다"며 이날 자신의 등판을 돌아봤다.
'우주의 기운'은 LG가 최근 치열한 접전 끝에 승리를 챙기는 일이 많아지면서 염 감독이 언급한 단어다. 지난 25일 두산전을 앞두고 염 감독이 지난 광주 원정을 떠올리며 "이제야 흔히 얘기하는 '우주의 기운'이 조금씩 우리에게 들어오는 느낌이다"라고 말한 것이 시작이었다.
25일 두산과 1차전에서 결승타를 때려낸 문성주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더그아웃에 있을 때 오늘까지 잡으면 진짜 우주의 기운이 올 것 같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장현식은 "8회, 9회에 계속 역전해서 이기다 보니까 '하늘에서 뭔가 도와주지 않으면 이렇게 안 되는 일인데 계속 도와주는 것 같다' 이런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것 같다"며 "다들 아무리 초반에 점수를 줘도 따라붙을 수 있고, 마지막에는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 6월 14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8회말 LG 장현식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다만 그는 이날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한 임찬규가 선발승을 챙기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털어놨다. 장현식은 "사실 오늘은 (임)찬규 형이 승을 가져가길 바랐다. 저희 불펜 투수들이 항상 선발들의 승리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좀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번 연승은 팀뿐만 아니라 장현식 본인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 기간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LG와 4년 52억원 규모 FA 계약을 맺은 장현식은 전반기 기대만큼의 활약을 하지 못했다. 30경기 2패 9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2.76으로 표면적인 성적은 나쁘지 않으나,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일이 많았고 당초 LG가 기대했던 필승조와 마당쇠 역할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염경엽 감독도 전반기 막판 "후반기의 가장 중요한 열쇠는 장현식이 얼마나 중간에서 자기 역할을 해주느냐에 달렸다"며 부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많이 던진 것이 올해 전반기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명 생각한다. 전반기에 그리 많이 안 던졌기 때문에 장현식이 후반기에 자기 역할을 해주면 불펜 운용에 있어서 여유가 생길 것"이라며 기대감도 감추지 않았다.
장현식은 이날 경기 포함 후반기 5경기에서 3승 무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0의 행진을 이어가며 자신을 향한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장현식은 "사실 제가 KIA로 트레이드됐을 때도 정말 못했다. 처음 그러고 나서 나는 꼭 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야구에 몰두했다. 이번에도 진짜 잘할 때까지 해보자 하고 운동을 했던 게 후반기에서야 좋은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유민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김유민 기자 k4894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