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손흥민이 박지성의 길을 갈 수 있을까.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이적설로 화제가 되고 있는 손흥민에게 '친정팀 복귀'라는 예상치 못한 선택지가 등장했다.
영국 매체 '토크 스포츠'에 이어 글로벌 축구매체 '원풋볼'도 손흥민의 유턴 가능성을 조명했다.
'원풋볼'은 21일(한국시간) "바이엘 레버쿠젠은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 영입을 원한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손흥민은 2013년 역대 최고 이적료로 레버쿠젠에 합류한 뒤 2시즌 동안 87경기에 출전해 29골을 기록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토크 스포츠'도 지난 19일 손흥민의 친정팀 복귀 가능성을 조명한 적이 있다.
레버쿠젠이 지난 5월부터 손흥민의 복귀를 논의했으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과 유럽 최상위 무대 경쟁을 원하는 손흥민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 축구 이적시장에 정통한 벤 제이콥스 기자는 토크 스포츠를 통해 "레버쿠젠은 지난 5월부터 손흥민의 복귀를 논의했지만, 아직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고 했다.
레버쿠젠 이적은 손흥민에게 막대한 오일 머니를 들고 달려드는 사우디아라비아, 토트넘 시절 손흥민 공격력을 극대화했던 조세 무리뉴 감독 이끄는 튀르키예 페네르바체 외에 또 다른 길이 있음을 의미한다.
손흥민의 경우 계약기간이 1년 남아 이적료가 들긴 하다. 독일 분데스리가 구단의 경우, 경영 효율화를 위해 30살 이상의 선수에게 이적료를 지급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하지만 손흥민의 경우 마케팅 효과가 빼어나고 독일 무대를 경험했기 때문에 컨디션만 끌어올리면 2~3년은 더 활약할 수 있다.
게다가 레버쿠젠의 경우 핵심 미드필더 플로리안 비르츠를 프리미어리그 리버풀로 보내면서 2000억원 이상의 돈을 챙겼기 때문에 손흥민 이적료로 추산되는 300억원 안팎을 쓸 가능성도 제외할 수 없다.
최근 손흥민은 여러 이적설과 연결됐다. 10년간 이어져 온 손흥민과 토트넘의 동행이 사실상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손흥민의 계약은 이제 1년밖에 남지 않았다. 토트넘 입장에서는 이번 여름이 이적료를 챙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손흥민의 기량도 프리미어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 될 정도로 하락세다.
8개 시즌 연속 이어오던 프리미어리그 두 자릿 수 득점 기록이 지난 시즌 7골에 그치며 중단됐다. 이번 시즌에만 세 차례나 부상으로 쓰러지며 내구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손흥민은 지난해 9월과 10월에 연달아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을 다쳐 3주씩 쉬었다. 이어 지난 4월엔 정체 불명의 발부상으로 한 달을 결장했다.
다행히 지난달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에 후반 교체로 들어가 토트넘의 우승 감격을 함께 누리고 주장으로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려 '해피 엔딩'을 이룬 상황이다.
유로파리그 우승에 따른 논공행상이 끝나고 6월이 되면서 손흥민에 대한 거취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사실 토트넘만 이별을 고려하고 있는 게 아니다. 손흥민도 언제든지 팀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손흥민은 최근 A매치 기간 인터뷰에서 "지금 뭔가를 말하기보다 기다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한민국 대표팀 주장 선배 기성용의 멘트를 차용, 사우디 이적설에 대해 "대한민국 주장은 중국으로 가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 않나"라고 단호하게 말했던 2년 전과는 다른 태도다.
사우디에서는 세 팀이 손흥민 영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외신에 따르면 알아흘리, 알카디시야, 알나스르가 손흥민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손흥민 영입을 위해 4000만 유로(약 633억원)를 지불할 준비도 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전 소속팀 레버쿠젠도 등장했다. 제이콥스에 따르면 레버쿠젠은 이미 지난 달부터 손흥민 복귀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구체적인 제안이 오진 않았지만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다.
만약 손흥민이 레버쿠젠으로 가게 된다면 과거 한국 축구 레전드 박지성의 행보를 따라가게 된다.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전성기를 보낸 뒤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을 거쳐, 자신의 유럽 커리어가 시작된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으로 2013년 돌아가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성공적으로 장식한 바 있다. QPR에서 1년 임대 신분으로 PSV에 갔다.
손흥민의 경우, 함부르크가 그의 유럽 생활 첫 팀이지만 레버쿠젠에서 UEFA 챔피언스리그 데뷔를 이루는 등 토트넘으로 이적하게 된 발판 마련한 것으로 보면 레버쿠젠으로 돌아가는 것은 박지성이 PSV로 복귀하는 것 못지 않은 의미가 있다.
레버쿠젠은 지난 2024-2025시즌 분데스리가 2위를 차지하며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확보했다. 30대 중반을 향해가는 손흥민에게는 어쩌면 세계 최고 클럽들이 경쟁하는 '별들의 무대'에 나설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사우디 리그는 대륙 자체가 다르고, 페네르바체 역시 챔피언스리그에서 경쟁하기에는 전력이 약하다. 특히 1년 앞으로 다가온 북중미 월드컵에서 최상의 기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럽 5대 리그인 분데스리가와 최상위 대회인 챔피언스리그 무대만큼 좋은 환경은 없다.
물론 현재의 레버쿠젠은 최전성기에서 조금씩 내려오고 있다. 2023-2024시즌 무패 우승 신화를 썼던 사비 알론소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로 떠났고, 중원의 핵심 플로리안 비르츠는 리버풀, 캡틴 요나탄 타는 라이벌 뮌헨 이적이 확정되며 팀이 공중분해 수준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아약스의 전성기를 이끌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이끌었던 에릭 텐하흐 감독이 새 지휘봉을 잡은 만큼 새판짜기 수순에서 손흥민이 할 수 있는 역할도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 역시 손흥민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영국 더 타임즈는 "토트넘은 손흥민을 매각할 의지가 있지만, 오는 8월 3일 서울에서 열리는 뉴캐슬과의 친선경기를 마친 뒤에 진행할 것"이라며 손흥민의 상업적 가치를 마지막까지 활용하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상황에서, 지난 시즌 리그 두 자릿수 득점에 실패한 손흥민의 이적료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현실적인 판단도 깔려있다.
최근 손흥민은 이적설에 대해 "기다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지만, 더 타임즈는 "토트넘이 상업적 가치 때문에 장기 재계약을 원했지만 손흥민이 거절했다"고 보도하며 손흥민 역시 새로운 도전을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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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