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이강인이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클럽월드컵에서 골맛을 본 선수가 됐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대회 첫 번째 경기에서 소속팀 파리 생제르맹(PSG)의 페널티킥 키커로 나선 이강인은 침착하게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팀의 대승에 마침표를 찍으면서 동시에 클럽월드컵에서 득점을 터트린 최초의 한국 선수로 등극했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지휘하는 PSG는 16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위치한 로즈볼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네 골을 터트리며 4-0 대승을 거뒀다.
지난달 인터밀란과의 2024-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압도적인 경기력 끝에 5-0 대승을 거두면서 트레블을 달성, 자신들이 현 시점 유럽 최고의 팀이라는 것을 증명한 PSG는 클럽월드컵에서도 이를 보여주려는 듯 첫 번째 경기부터 네 골을 폭발시키는 엄청난 화력을 선보였다.
PSG는 4-3-3 전형으로 싸웠다. 잔루이지 돈나룸마가 골키퍼 장갑을 꼈고, 누누 멘데스, 윌리안 파초, 마르퀴뇨스, 아슈라프 하키미가 백4를 구축했다. 중원은 주앙 네베스, 파비안 루이스, 비티냐로 구성됐다.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곤살루 하무스, 데지레 두에가 공격을 이끌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4-4-2 전형으로 맞섰다. 얀 오블락 골키퍼가 골문을 지켰고, 하비 갈란, 클레망 랑글레, 로뱅 르노르망, 마르코스 요렌테가 수비라인에서 호흡을 맞췄다. 사무엘 리누, 파블로 바리오스, 로드리고 데 폴, 줄리아노 시메오네가 미드필드를 책임졌고, 최전방에는 앙투안 그리즈만과 훌리안 알바레스가 투톱으로 출전했다.
경기 초반에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분위기를 주도하는 듯했으나, 전반 19분 PSG의 선제 득점이 터지면서 흐름이 PSG 쪽으로 넘어갔다.
두에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왼쪽 측면을 허문 뒤 패스한 것이 크바라츠헬리아를 거쳐 루이스에게 향했고, 루이스가 페널티지역 바깥쪽에서 과감한 중거리슛을 시도해 상대 골네트를 출렁였다.
루이스의 선제골로 분위기를 가져온 PSG는 점차 점유율을 높여가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상대로 주도권을 가져왔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PSG의 공세를 막아내기 위해 수비에 집중하다 적절한 타이밍에 역습을 시도하는 식으로 반격했지만, PSG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좀처럼 기회를 내주지 않았다.
오히려 역습으로 재미를 본 쪽은 PSG였다.
PSG는 전반전이 끝나기 전 역습으로 추가골을 뽑아내며 격차를 벌렸다.
전반 추가시간 1분 역습 상황에서 크바라츠헬리아가 비티냐에게 패스를 건넸고, 이것을 비티냐가 페널티지역 안에서 침착한 마무리로 연결해 팀의 두 번째 골을 터트렸다. 전반전은 PSG가 2-0으로 리드한 채 끝났다.
전반전에만 두 골을 내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리노를 코케와 교체하며 후반전에 돌입했다. PSG는 전반전과 동일한 라인업으로 후반전을 시작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변화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기 주도권은 PSG가 쥐고 있었다.
PSG는 후반 5분 크바라츠헬리아의 감아차기로 다시 한번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골문을 위협했다. 이 슈팅은 오블락이 손끝으로 쳐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후반 13분 알바레스의 추격골로 PSG를 따라가는 듯했으나, 비디오 판독(VAR) 끝에 공격 전개 과정에서 코케의 파울이 선언돼 득점이 취소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PSG는 후반 20분 하무스를 세니 마율루와 교체하고, 후반 27분에는 루이스와 크바라츠헬리아를 불러들이고 이강인과 워렌 자이르-에머리를 투입해 로테이션을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시메오네와 데 폴, 갈란을 앙헬 코레아, 코너 갤러거, 헤이닐두로 교체해 맞섰다.
그런데 기존 경고 한 장을 갖고 있었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수비수 랑글레가 주심에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두 번째 옐로카드를 받아 퇴장을 당하면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추격 의지가 크게 꺾이고 말았다.
PSG는 랑글레의 퇴장 직후 승리를 직감한 듯 두에와 멘데스를 이브라힘 음바예, 뤼카 에르난데스로 교체하며 굳히기에 나섰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스스로 무너졌다. 후반 42분 수비진에서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공이 마율루에게 향했고, 마율루가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경기에 쐐기를 박았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이강인까지 득점 행진에 가세했다.
후반 추가시간 3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센터백 르 노르망이 몸을 던져 슈팅을 막는 과정에서 핸드볼 파울이 선언된 것이다. 주심은 VAR 이후 페널티지역을 가리키며 PSG의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놀랍게도 PSG의 페널티킥 키커로 나선 선수는 이강인이었다. 이강인은 종종 세트피스 상황에서 코너킥이나 프리킥을 찬 적이 있기는 하지만,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그동안 이강인에게 페널티킥을 맡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원래 비티냐가 찰 예정이었으나 지난해 11월 앙제전 멀티골 뒤 골이 없는 이강인을 위해 양보했다.
우려도 잠시, 이강인은 골문 하단을 노리는 정교한 페널티킥으로 오블락 골키퍼를 완벽하게 속이면서 팀의 네 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이 득점으로 이강인은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클럽월드컵 무대에서 득점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오랜 기간 득점이 없었고, 지난달 11일 몽펠리에와의 경기 이후 약 한 달 만에 출전한 이강인에게도 의미 있는 득점이었다.
PSG는 이강인의 득점을 마지막으로 스페인의 강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4-0 대승을 거두며 클럽월드컵 우승을 향한 첫걸음을 힘차게 내디뎠다.
PSG는 조별리그 2차전에서 보타포구(브라질)를, 3차전에서는 한국 국가대표 출신 김기희가 뛰고 있는 시애틀 사운더스(미국)를 만난다. 두 팀 모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비해 약체 팀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비교적 손쉬운 승리가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