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의 역사적인 개막전이 골 없이 끝났다.
리오넬 메시, 루이스 수아레스, 세르히오 부스케츠 등 내노라하는 황혼의 슈퍼스타들이 즐비한 인터 마이애미는 15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하드록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A조 1차전에서 알 아흘리와 0-0 무승부를 기록하며 나란히 승점 1점을 나눠 가졌다.
이번 대회는 FIFA가 처음으로 32개국 체제를 도입한 클럽월드컵으로, 각 대륙의 챔피언 클럽들이 4년 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개막전에서 격돌한 마이애미는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2024년 시즌 우승팀 자격으로 출전했고, 알 아흘리는 2021년 아프리카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자격으로 참가했다.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감독이 이끄는 마이애미는 4-4-2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섰다.
골문은 베테랑 오스카 우스타리가 지킨채, 노아 앨런, 막시밀리아노 팔콘, 토마스 아빌레스, 이안 프레이가 백4를 구성했다. 미드필드에는 부스케츠를 중심으로 텔라스코 세고비아, 페테리코 레돈도, 타데오 아옌데가 선발 출전했다. 최전방 공격진에는 메시와 수아레스가 투톱으로 호흡을 맞췄다.
이집트 국가대표급 자원들이 다수 포진한 알 아흘리는 4-3-3 전형으로 응수했다. 모하메드 엘셰나위가 골키퍼 장갑을 낀 채, 모하메드 하니, 아쉬라프 다리, 야세르 이브라힘, 아메드 코카가 수비라인을 구축했다. 중원은 함디 파티, 마르완 아티아, 모하메드 롬단이 책임졌다. 최전방 스리톱에는 트레제게, 아부 알리, 에맘 아슈르가 나서 상대 골문을 노렸다.
경기 초반부터 분위기는 알 아흘리가 주도했다.
전반 6분 알리가 롱볼을 받아 단독 돌파에 성공했으나, 마이애미 골키퍼 우스타리가 빠르게 각도를 좁히며 선방했다.
곧이어 9분에는 트레제게가 중원에서 재치 있게 공을 가로채 돌파에 나섰고, 골문 앞에 있던 아슈르에게 패스했지만 이어진 아슈르의 슈팅은 다시 한 번 우스타리가 막아냈다.
그러나 알 아흘리는 전반 초반 변수에 직면했다. 공격의 핵심이었던 아슈르가 경기 초반 충돌로 부상을 입었고, 결국 13분 만에 교체 아웃됐다. 대신 이집트 국가대표 미드필더 지조가 투입됐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기세를 올린 알 아흘리는 전반 중반까지도 여러 차례 유효슈팅을 만들어냈다. 20분에는 아티아의 프리킥을 파티가 골문 앞에서 연결했지만 우스타리 골키퍼가 다시 한 번 막아냈다.
전반 31분에는 파티가 오프사이드 트랩을 무너뜨리고 골망을 흔들었지만, 결국 부심의 깃발이 올라가며 득점은 무효 처리됐다.
전반 32분에는 알 아흘리가 코너킥 기회에서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다. 아쉬라프가 날카롭게 방향을 바꾼 헤더를 시도했으나, 우스타리는 이를 몸을 던져 막아냈다.
결정적인 장면은 전반 42분에 나왔다. 마이애미 수비수 세고비아가 실수로 페널티박스 안에서 지조를 넘어뜨렸고, 주심은 즉시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키커로 나선 트레제게는 낮고 빠르게 찼지만, 우스타리가 정확히 방향을 읽고 선방했다. 이어진 리바운드 슈팅마저도 다시 막아내며 환상적인 선방을 보여줬다.
전반 추가시간에는 인터 마이애미도 반격에 나섰다. 세고비아의 크로스를 수아레스가 잡아 슈팅했지만, 알 아흘리 수비수 알리가 문전에서 몸을 날려 걷어냈다. 전반은 양 골키퍼의 맹활약 속에 득점 없이 종료됐다.
후반전 들어서는 마이애미가 주도권을 다소 되찾았다.
마스체라노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아빌레스를 빼고 마르셀로 웨이간트를 투입하며 수비 조정에 나섰다.
후반 18분 메시가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직접 프리킥을 시도했는데, 날카로운 왼발 슈팅이 골대 외곽을 때리고 옆그물로 향했다. 절묘한 궤적이었지만, 약간의 운이 따르지 않으며 메시의 골은 무산됐다.
알 아흘리도 후반 20분 두 명의 교체를 단행했다. 트레제게와 롬단을 빼고 타헤르 모하메드와 후세인 엘샤하트를 투입하며 공격진에 변화를 줬다.
그러나 이후 경기 흐름은 소강 상태로 접어들었다. 마이애미도 28분 크레마스키, 36분 피코를 투입했지만 경기 흐름을 크게 바꾸진 못했다.
후반 39분 메시의 크로스에 이은 피코의 헤더가 절묘하게 떠올랐으나, 알 아흘리 골키퍼 엘셰나위가 이번에는 엄청난 반사신경으로 막아냈다.
후반 추가시간 6분에는 코너킥 상황에서 메시가 다시 한번 골대 상단을 향해 슈팅을 시도했으나, 또다시 엘셰나위가 손끝으로 건드리며 실점을 막았다.
최종 슈팅 수 14-12(알 아흘리 우위), 유효 슈팅 수 8-4(알 아흘리 우위)였지만, 골문을 지킨 두 명의 베테랑 골키퍼는 이날 최고의 주인공이었다.
경기가 종료되자 우스타리와 엘셰나위는 서로를 포옹하며 활짝 웃었고, 관중들도 양 팀의 명품 수문장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연장전 없이 조별리그로 치러지는 클럽월드컵에서 양 팀은 각각 승점 1점을 나눠 가졌다. 두 팀은 각각 남은 경기에서 포르투갈 대표 포르투와 브라질 대표 파우메이라스를 상대하게 된다.
이번 대회는 FIFA가 야심차게 추진한 개편 후 첫 클럽월드컵으로, 총 상금 규모는 약 10억 달러(한화 약 1조 3600억원)에 달한다.
흥행 가능성에 대한 우려 속에 개막전을 맞이했지만, 이날 하드록 스타디움에는 약 6만 4000여 명의 관중이 운집하며 화려한 시작을 알렸다.
관중석에는 데이비드 베컴 마이애미 구단주를 비롯해 호나우두, 로베르토 바조 등 축구계 전설들이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0-0이라는 스코어가 무색할 정도로 수준 높은 경기력을 보여준 양 팀은 다음 경기에서 16강 진출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이어갈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