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토트넘 홋스퍼의 주장 손흥민이 10년 간의 헌신을 끝으로 올여름 이적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 클럽대항전 트로피를 들어 올린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그의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보도가 연이어 터져나오고 있다.
영국의 복수 유력 매체에 따르면, 토트넘 구단은 일정 수준 이상의 이적료가 제시될 경우 손흥민의 이적을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를 노리는 유력한 행선지는 사우디아라비아 프로리그다.
영국 '풋볼 런던'은 5일(한국시간) 손흥민의 향후 행보에 대한 토트넘 내부 논의가 활발하다고 전했다.
해당 매체 역시 사우디 프로리그의 손흥민을 향한 관심을 인정했다. 매체는 "토트넘은 2025년까지 손흥민과의 계약을 연장한 상태지만, 손흥민의 영향력이 다소 감소한 가운데, 이적을 통해 자금을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매체의 기자들은 "손흥민은 지난 17년 간 토트넘 주장으로는 처음으로 트로피를 들어올린 인물이며, 구단 역사상 유럽대항전 우승을 주장 자격으로 경험한 세 번째 선수"라며 그의 상징성을 강조하며 그가 팀에 잔류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풋볼 런던' 소속 기자 리 윌못은 "손흥민은 올 시즌 46경기에서 11골 12도움을 기록해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그는 "구단에 대한 상징성과 리더십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다. 다만 경기력 측면에서 점차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의견을 유보했다.
이어 "손흥민은 이적료 2200만 파운드(약 405억원)에 영입된 이후 10년 간 충분히 가치를 입증했으며, 굳이 이적료를 받아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나는 그가 클럽 안팎에 주는 긍정적 영향력 때문에라도 잔류시키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면서 내년 계약 종료 시점까지 손흥민과 함께 하는 것에 표를 더했다.
또 다른 기자 샘 트루러브는 "손흥민은 마지막으로 한 시즌 더 챔피언스리그에서 뛸 기회를 가질 자격이 있다"며 잔류에 힘을 실었다.
매체의 수석 기자 알라스데어 골드는 "손흥민은 경기력뿐 아니라 아시아 시장에서의 상징적인 영향력까지 갖춘 선수"라며 "그가 가져오는 상업적 가치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토트넘은 최근 4년간 세 차례나 손흥민의 모국인 한국을 프리시즌 투어 장소로 선택했고, 올해 여름에도 다시 한국과 홍콩을 방문할 예정이다.
손흥민의 존재가 아시아 시장에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점은 구단 입장에서도 쉽게 간과할 수 없는 요소다.
런던 소재 매체의 기자들이 이토록 구단 '레전드' 손흥민의 잔류를 원하는 이유는 토트넘 구단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선수 정리의 일환으로 손흥민 매각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구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유력지 '텔레그래프'는 지난 4일 단독 보도에서 "손흥민이 올여름 토트넘을 떠날 수 있는 다음 주자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토트넘은 UEFA 챔피언스리그 복귀를 앞두고 스쿼드 개편을 위해 선수 판매를 검토 중이며, 손흥민 역시 매각 대상으로 고려되고 있다.
매체는 "사우디 프로리그 구단들이 손흥민 영입에 다시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토트넘이 자금을 확보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인 이적료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디 인디펜던트'는 "토트넘이 '상당한 금액의 제안'이 들어올 경우 손흥민의 이적을 수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영국 '팀토크' 역시 "토트넘은 손흥민을 보내는 데 동의했으며, 단 하나의 조건은 바로 충분한 이적료"라며, "사우디 측은 이전보다 더 공격적인 태도로 접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리그의 관심은 이미 2년 전에도 있었지만, 당시 손흥민은 잔류를 선택했다. 그 때 사우디아라비아 알 이티하드는 4년 총액 2400억원에 달하는 '메가톤급' 계약을 제시했다. 손흥민은 당시 전성기에서 프리미어리그를 떠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선수 본인도 30대 중반을 앞두고 있고, 부상과 경기력 저하 등으로 커리어 후반기에 접어든 만큼 현실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손흥민의 2024-25시즌 성적은 객관적으로도 아쉬움이 남는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0경기에서 7골 10도움을 기록했으며, 모든 대회를 포함해 46경기에서 11골 12도움을 올렸다.
이는 토트넘 이적 첫 시즌 이후 가장 낮은 득점 기록이다. 시즌 내내 발 부상에 시달리며 정상적인 경기력을 유지하기 어려웠던 점이 작용했다.
손흥민은 내달 만 33세가 되며, 현재 계약상 남은 기간은 1년뿐이다. 이적료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서 구단 경영진은 신중한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 회장 다니엘 레비는 철저한 비즈니스 전략가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 구단 내부 인사 변화와 재정 재편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토트넘의 차기 시즌 구상에서 감독 안지 포스테코글루의 거취도 변수다. 유로파리그 우승 이후 그는 유럽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으며, 다음 시즌 지휘 여부에 대한 공식 발표는 아직 없다.
손흥민 본인은 아직 이적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으며, 이전 사우디 제안을 거절했던 전례로 볼 때 쉽게 움직이지는 않을 가능성도 있다.
토트넘의 전설이 된 손흥민. 이제 그가 마지막으로 선택할 길은 '작별'일까, '유종의 미'일까. 구단과 팬, 그리고 본인의 판단이 맞물릴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한편 손흥민은 현재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 합류해 2026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막바지 경기를 준비 중이다. 이라크에 2-0 승리를 통해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한국은 쿠웨이트와의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손흥민은 여전히 부상 회복 단계에 있어 출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