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예나 기자)
((인터뷰②)에 이어) 가수 알리는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일수록,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역할과 감각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고 강조한다. AI가 발전하는 만큼 인간이 해야 할 일은 고급화되어야 하며, 단순한 반복이 아닌 깊이 있는 창작과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음악이야말로 인간의 감정을 가장 고유하게 드러낼 수 있는 매체라고 믿는다. 결국 알리의 모든 고민과 방향성의 중심에는 '음악에 대한 진심'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것이 자신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알리는 최근 신곡 '진달래꽃 피었습니다' 발매를 기념해 엑스포츠뉴스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변화하는 음악 산업의 흐름 속에서 자신이 지켜야 할 본질과 방향성에 대한 깊은 고민을 진솔하게 풀어놨다.
지난 2022년 디지털 싱글 ‘네잎클로버’ 이후 약 3년 만에 발표한 신곡 '진달래꽃 피었습니다'는 국악과 사극풍 발라드의 정서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알리 특유의 호소력 짙은 보컬이 어우러지며, 이별 뒤 남겨진 아쉬움과 그리움을 한층 더 애틋하게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알리는 이번 신곡 '진달래꽃 피었습니다'를 처음 받았을 때 "못 할 것 같다"며 고사할 정도로 쉽지 않은 곡이었다고 털어놨다. 노래 자체의 구성과 감정선이 까다로워 선뜻 도전하기 어려웠지만, 절친한 동료 가수 허각이 "노래가 어려우니까 잘 되겠네"라고 농담처럼 건넨 말이 오히려 용기를 줬다고.
또 과거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전시 헌정 무대 이후 '꽃 시리즈'를 이어온 가운데, 비트감 있는 노래를 찾고 있던 찰나 '진달래꽃 피었습니다'를 만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가 김소월 시인의 시 '진달래꽃' 발표 100주년이라는 사실이 이번 곡을 꼭 발표해야겠다는 결정적인 동기부여가 되었다고 전했다.
현재 홍익대학교 실용음악과에서 보컬 전공 전임교수로 재직 중인 알리는 데뷔 20년이 넘는 베테랑이지만, 여전히 빠르게 변화하는 음악 산업 속에서 끊임없는 고민과 새로운 시도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이러한 고민은 그가 가르치는 제자들의 현실과도 깊이 맞닿아 있다.
"요즘 친구들이 그런 것 같아요. 20대가 되면 무언가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현실은 생각보다 갈 길이 멀고 불확실하니까 잠을 못 자더라고요. 게다가 이제는 글로벌 경쟁에, AI와의 경쟁까지 해야 하니까 더 불안해하죠.
그래서 저는 말해요. 일단 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AI를 활용해서 뭐라도 해보면 되는 거고, 그마저도 안 하면 그건 정말 게으른 거라고요. 아주 작은 보폭이라도 한 걸음씩 내딛는 게 중요하다고요. '살고 있다'는 감각은 결국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나를 이끄는 원동력이 되거든요."
알리는 AI 시대에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태도와 감정의 가치를 누구보다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만의 고유한 감정과 감성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결국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야 해요. 진짜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떻게 살아가느냐죠. 가치 있게 인정받으려면 나만의 고유한 감정, 감성, 태도를 잃지 말아야 해요.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이 만들어내는 고급화된 결과물은 따라올 수 없다고 생각해요. 프랜차이즈와 로컬 맛집이 분명 다르듯, 음악도 곧 그렇게 나뉠 거예요."
그는 AI가 아무리 빠르게 발전하더라도, 사람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고급화된 결과물'은 분명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기에 알리에게 음악은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인간다움을 지켜내는 수단이자,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도 자신이 누구인지 끝까지 증명해내는 가장 진실한 방식으로 해석됐다.
이는 바로 무대 위에서의 알리의 모습이 고스란히 증명해내고 있다. 그 진심은 오는 6월 14일, 서울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열리는 데뷔 20주년 콘서트 '용진'을 통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날 예정이다. 알리는 이번 공연을 통해 자신이 걸어온 음악 인생의 궤적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 진심 어린 감동의 무대를 선사할 계획이다.
"공연 제목이 '용진'인데요, 말 그대로 '용감할 용(勇), 나아갈 진(進)'이란 뜻을 담아 저만의 굳건한 음악 여행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저뿐만 아니라 공연을 보러 오시는 팬분들도 앞으로 더 용감하게 나아갈 수 있는 힘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이번 공연은 단순히 흥을 돋우는 무대만은 아니에요. 귀로 차분히 들을 수 있는 음감회 같은 시간도 있고, 또 어떤 순간에는 노래로 마음의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위로를 드릴 수 있으면 해요. 그리고 진짜 스트레스 확 풀릴 수 있는 무대도 있죠. 셋리스트를 정말 그런 방향으로 다양하게 구성했어요.
그리고 이번 공연엔 특별한 무대도 있어요. 저희 아버지와 함께 깜짝 듀엣 무대를 준비했거든요. 저는 혼자 태어난 게 아니잖아요. 이번 공연은 그런 감사함을 무대 위에서 표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관객분들도 부모님과 함께 오셔서 그 소중한 마음을 함께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또 알리는 이번 콘서트를 준비하며 팬들과의 새로운 연결고리를 고민하던 중, 굿즈 제작에도 직접 아이디어를 더하고 있다. 특히 키링 제작은 한 팬의 따뜻한 후원이 계기가 되었다.
"한 팬분이 '마음껏 만들어 보라'며 후원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키링에 인형, 파우치까지 조금 더 확장해서 세심하게 준비하고 있어요. 공연에 쓰임새도 있고, 무엇보다 그 마음 자체가 너무 감사하잖아요. 그래서 이번엔 좀 더 열어놓고, 제대로 풀장착 해보려고요. 과거에는 이런 제안을 받았을 때 '괜찮다'고 거듭 거절하고, 저만의 힘으로 어떻게든 해보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이제 조금 마음을 바꿔서 이럴 때 제가 너무 빠지지 말자고 다짐했어요.
겸손이 미덕이라는 말도 있지만, 이제는 겸손이란 게 오히려 자신감과 보답의 방식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귀한 상황을 받았을 땐, 그걸 가볍게 여기지 않고 제대로 반응하는 게 저다운 방식이더라고요.이제는 같이 살아가는 세상이잖아요.렇게 함께 만들고 나누는 공연이라면, 잘 안 될 수가 없는 거예요."
알리는 '진달래꽃 피었습니다'로 해외 무대에 설 수 있기를 꿈꾼다. 단순한 확장이 아닌,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K발라드로 세계 음악 팬들과 교감하고 싶다는 바람. 국내 대표 보컬리스트로서의 입지를 넘어, 또 한 번 새로운 획을 긋는 아티스트로서의 여정을 그는 지금도 담담하지만 용감하게 이어가고 있다.
"지금의 흐름을 이어 '진달래꽃 피었습니다'로 해외에 나가보고 싶어요. 'K발라드인가 봐', '정말 궁금해, 직접 들어보고 싶다'라는 반응을 해외 팬들로부터 받아보고 싶어요. 요즘 제게 도움 주시는 분들도 많은데 그렇게 초청을 받게 된다면, 이 노래에 마음을 나눠준 분들이 더 뿌듯하지 않을까요?"
또 제자들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꿈과 목표를 밝히는 현재진행형 아티스트다. "저는 이렇게 말해요. '지금 너네는 코첼라를 꿈꾸잖아. 근데 나도 너희 나이 때 그 무대를 봤지만 아직 못 갔어. 그래도 지금도 여전히 바라보고 있어. 아마 앞으로 또 다른 20년을 나는 그렇게 버텨낼 거야' 라고요."
알리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용감하게 나아가는 사람이고 싶다고 말한다. 어느 날은 힘도 없고 기운 빠질 때도 있겠지만, 그조차 전화위복으로 삼겠다는 다짐이다.
“크게 멋진 게 없어도 돼요. 작고 소소한 게 있다면 그걸 지키는 거죠. 저에게는 가족, 그리고 팬들이 그런 존재예요. 확장돼서 새롭게 만나는 팬들도 기대되지만, 세월을 함께한 팬들과 더 긴밀하게, 섬세하게 연결될 수 있는 소통의 창구를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가고 싶어요."
이처럼 알리는 화려함보다 진심으로, 흔들림보다 꾸준함으로 자신만의 길을 노래하며 오늘도 용감하게 걸어가고 있다. 그 길 위엔, 함께 걸어주는 이들의 마음이 더해져 더욱 단단해지게 된다.
사진=뮤직원컴퍼니
김예나 기자 hiyena07@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