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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마크+올림픽과 짧은 이별…쇼트트랙 박지원 "슬픔에 빠지진 않아, 스케이팅의 즐거움 되찾는 중" [현장 인터뷰]

기사입력 2025.05.22 07:45

최원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논현동, 최원영 기자) 잠깐의 시련을 딛고 더 큰 도약을 준비한다.

잠시, 태극마크와 멀어졌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 에이스 박지원(29·서울시청)은 요즘 어떻게 지낼까. 2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박지원의 매니지먼트사 넥스트크리에이티브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스케이팅을 다시 즐겨보려 한다. 태극마크를 되찾고 국제무대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다시 경쟁하는 게 목표다"고 밝혔다.

2024-2025시즌 박지원은 남자대표팀의 주축으로 활약했다. 특히 지난 2월 중국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남자 1500m와 혼성 2000m 계주 금메달, 남자 1000m와 500m 은메달을 수확하는 등 이름을 빛냈다.

그러나 박지원의 대표팀 생활에 쉼표가 찍혔다. 2025-2026시즌 국가대표로 선발되지 못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을 이루려 했으나 이 역시 좌절됐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개인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국내선수 중 가장 높은 순위에 오른 남녀 각 1명에게 차기 시즌 국가대표 자동 선발권을 준다. 그러나 박지원을 비롯한 남자대표팀 선수들은 지난 3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서 개인 종목 노메달에 그쳤다.

박지원은 지난달 막을 내린 차기 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최종 11위로 순위권 내에 들지 못해 고배를 마셨다. 남자부에선 상위 8명을 선발했는데 박지원은 1차 선발전서 8점, 2차 선발전서 7점을 기록해 총점 15점에 머물렀다. 

21일 만난 박지원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학교생활도 하고 훈련도 하며 재미있게 지내고 있다"며 입을 열었다.




지난 시즌부터 돌아봤다. 박지원은 "매년 드는 감정인데 한 시즌이 정말 길게 느껴진다. 똑같은 365일, 1년을 보내지만 그럼에도 더 긴 시간을 보낸 듯했다. 계속해서 성장해야 한다는 다짐, 경쟁에서 지지 않고 늘 이기고 싶은 마음 때문에 그런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중국에서 개최된 ISU 월드투어 3차 대회다. 당시 남자 1500m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박지원은 "아시안게임을 제외하면 지난 시즌 모든 국제대회를 통틀어 개인 종목 유일한 금메달이었다. 월드투어 1차 대회 전부터 어떻게 하면 다른 선수들을 이길 수 있을지 고민도, 준비도 많이 했다"며 "내 선택이 정답은 아니었던 것 같다. 빨리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했는데 3차 대회에서 그 결과가 나왔다. 고생했기에 더 좋은 듯하다"고 설명했다.

베이징 세계선수권을 마치고 바로 2025-2026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을 준비해야 했다. 박지원은 "할 수 있는 건 휴식밖에 없었다. 쉬어도, 쉬어도 더 쉬어야만 했다. 그럼에도 선발전이 다가왔을 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스스로 완벽한 몸 상태가 아니라는 걸 인지하는 순간이 제일 무섭다. 내 컨디션이 좋든 나쁘든 상대 선수들은 그걸 고려해 주지 않는다. 힘들어도 날 속이고 경쟁에 임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올림픽 시즌, 태극마크를 놓친 뒤 어떻게 마음을 다잡았을까. 박지원은 "사실 그런 시간은 없었다. 오히려 마지막 경기가 끝난 뒤 마음이 편안했다"며 "너무 열심히 달렸던 건지, 아니면 내가 가진 힘을 다 써서 그랬는지 몰라도 후련하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올림픽과는 한 번도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상실감은 없었는지 묻자 "웃자고 하는 말이지만, 탈락에 있어서도 난 경력직 아닌가"라며 미소 지었다. 박지원은 "빠르게 마인드를 리셋하는 법을 깨닫게 됐다. 슬픔, 아쉬움에 빠지기보다는 내가 다음에 가야 할 방향은 어디인지, 무엇을 해왔는지 등을 떠올렸다"며 "지금까지 국제대회에 출전하고 메달을 획득했던 순간들이 정말 소중해졌다. 감사한 마음을 더욱더 갖게 됐다"고 덤덤히 말했다.

이어 "오랜 시간 국가대표로 생활할 수 있었던 것 자체에 감사했다. 올림픽 때문에 너무 속상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늘 감정을 절제하려 노력한다. 운동선수에게 '감정'은 필요 없는 것 중 하나라 본다. 앞으로 계속 감사한 일들을 만들어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올림픽에 닿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간혹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전향해 올림픽에 도전하는 경우도 있다. 박지원은 "나도 고등학생 때 스피드스케이팅을 한 적 있다. 당시 팀 추월에 출전할 인원이 부족해 내가 들어갔다. 1~2주 정도 탔는데 잘했다"며 "(선발전 탈락 후) 스피드에 도전해 보면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그런데 난 아직 쇼트트랙에서 해야 할 일이 더 남아있다. 또, 쇼트트랙이 더 재밌다고 느끼기 때문에 종목 전향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변함없이 스케이트를 신고 구슬땀을 흘리는 중이다. 박지원은 "지금은 무엇인가 발전시키기보다는 재미있게, 행복하게 지내려 한다. 쇼트트랙 동호인분들이나 학생 선수들에게 종종 강습을 하는데 늘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 정말 좋다"며 "어렸을 때부터 스케이팅을 한 이유가 경쟁이 재밌어서였다. 그런데 최근 나를 돌아보면 이기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강했던 것 같다. 오히려 내가 왜 스케이트를 타는지 잊어버렸던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난 운동 자체를 좋아한다. 내겐 하나의 '놀이'다. 다시 재미있게 즐겨보려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원의 레이스는 다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다는 날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그는 "국제무대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싶다. 그러려면 우선 국가대표가 돼야 한다"며 "언제나 1등이 아니어도 좋다. 높은 수준의 선수들과 실력을 겨룰 수만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고 눈을 반짝였다.

40세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게 목표다. 박지원은 "지금 계획으로는 40세인데, 이후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다. 그때까지 기량을 유지할 수 있을지, 국가대표로 선발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며 "'나이가 많아질수록 기량이 떨어질 텐데 어떡하지'라는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과거보다 올해 1~2월 경기력이 가장 좋았다. 앞으로 충분히 더 할 수 있다는 방증이라 본다"고 말했다.

올 시즌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도 물었다. 박지원은 "보다 즐거운 마음을 갖는 게 첫 번째다. 모든 것에 도전해 보고, 시도할 수 있을 듯하다"며 "1년 동안 도자기를 잘 빚어 작품을 만들어낸다면, 그 도자기를 바라보는 마음이 정말 행복할 것 같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인사를 남겼다. 박지원은 "팬분들이 내 경기를 보고 행복해하시는 모습도 봤고, 속상해서 우시는 모습도 봤다. 앞으로는 행복해서 웃고, 울 수 있도록 내가 더 노력하겠다. 늘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엑스포츠뉴스 논현동, 박지영 기자​​​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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