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토트넘 홋스퍼가 원하는 손흥민의 대체자는 크리스털 팰리스의 에이스 에베레치 에제다.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토트넘은 다가오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손흥민을 방출하고 크리스털 팰리스로부터 에제를 영입할 계획이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직접 요청한 내용이라는 후문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당장 토트넘에 손흥민 대신 왼쪽 측면 공격수로 출전할 선수가 있기 때문에 플레이 메이커 유형의 선수를 영입하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트넘이 에제를 영입하기 위해 필요한 금액은 6000만 파운드(약 1090억원). 이는 에제의 방출 조항(바이아웃)을 활성화하는 데 요구되는 최소 금액이다. 적은 액수는 아니지만 토트넘이 손흥민 등 일부 자원들을 매각한다면 충분히 마련할 수 있는 정도다. 손흥민의 사우디아라비아 이적설에 다시 불이 붙은 이유로도 해석된다.
영국 매체 'TBR 풋볼'은 19일(한국시간)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토트넘에 손흥민을 대체할 윙어를 영입하라고 지시했다. 우리는 에베레치 에제가 토트넘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선수 중 하나라는 걸 알고 있으며, 크리스털 팰리스에서 뛰고 있는 그는 토트넘의 여름 이적시장 최우선 타깃 중 하나"라고 전했다.
언론은 "우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토트넘의 여름 이적시장 계획은 이번 시즌에 계속되고 있는 부진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미 진행이 시작됐다"며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올 여름에도 북런던에 남을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토트넘 구단 모두 에제를 최우선 타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TBR 풋볼'에서 수석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그레이엄 베일리는 소식통을 인용해 토트넘이 크리스털 팰리스에서 에제를 영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토트넘 외에도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아스널 등 복수의 프리미어리그(PL) 구단들이 에제의 상황을 주시하는 중이지만 토트넘이 에제 영입 경쟁에서 앞서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적시장 지출을 최소화하는 팀으로 유명한 토트넘이지만, 에제 영입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지난 겨울 이적시장에서 마티스 텔을 임대로 데려오면서 그의 계약 조건에 5000만 파운드(약 908억원)의 완전 영입 조항을 붙인 것처럼 투자할 때에는 지갑을 확실하게 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크리스털 팰리스는 바이아웃 금액이 아니라면 에제를 내보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TBR 풋볼'은 "에제에게는 6000만 파운드 이상의 가치가 있는 바이아웃 조항이 있으며, 크리스털 팰리스는 어떤 거래에서든 그 가치를 요구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매체는 에제가 크리스털 팰리스를 떠나길 원하고 있기 때문에 그가 많은 클럽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이상 여름 이적시장에서 새 팀을 찾는 건 시간 문제라고 내다봤다.
토트넘은 손흥민을 내보내고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개편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손흥민을 제외하면 주축 선수들 대다수가 20대이고, 1군에서 뛰는 루카스 베리발, 아치 그레이, 마이키 무어를 비롯해 임대 생활 중인 양민혁, 윌 랭크셔, 제이미 돈리 등 2000년대생 선수들에게 향후 팀의 미래를 맡기려고 하는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게 손흥민은 이제 정상에서 내려오고 있는 나이대의 선수다. 30대를 맞은 2021-22시즌 후반기에 엄청난 페이스로 골을 터트리며 프리미어리그(PL) 득점왕을 차지했고, 지난 시즌에도 리그 17골 10도움을 기록하며 건재함을 보여줬지만 이번 시즌에는 에이징 커브(나이가 들어 기량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현상)가 강하게 온 모습이다.
이번 시즌 10골 8도움(리그 6골 7도움)을 기록 중이지만 경기력 자체가 이전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는 평가다. 특히 손흥민이 최근 리버풀과 애스턴 빌라를 연달아 상대한 카라바오컵(리그컵) 준결승 2차전과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4라운드(32강) 경기에서 부진하자 손흥민의 기량이 떨어졌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일각에서는 자신감과 체력 문제를 이유로 꼽았다. 손흥민이 이전보다 자신감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신감 없는 플레이가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나이가 들었지만 토트넘이 현재 손흥민의 출전 시간을 관리해주기 힘든 상황이라 지나치게 많은 경기를 소화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부침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설적인 공격수 출신 축구전문가 앨런 시어러는 손흥민이 애스턴 빌라전에서 페널티지역 안 슈팅 찬스가 왔음에도 옆에 있던 이브 비수마에게 패스를 밀어주면서 슈팅을 하지 않은 장면을 대표적인 예시로 들었다.
또한 실제로 손흥민은 시즌 초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경기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한동안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것을 제외하면 이번 시즌 대부분의 경기에 출전해 많은 시간을 소화하고 있다. 심지어 5부리그 구단인 탬워스와의 FA컵 경기에서도 연장전에 출전하는 등 완전히 휴식을 취한 경기가 거의 없다.
물론 이런 부분들을 감안하더라도 손흥민의 나이를 생각하면 슬슬 그의 대체자를 찾아야 할 시기가 됐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토트넘은 2005~07년생 선수들이 손흥민을 비롯해 공격진을 대체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 성장할 때까지 중간다리 역할을 해줄 선수들이 필요하다. 토트넘이 에제를 노리게 된 배경이다. 이미 프리미어리그에서 능력이 검증된 자원이기 때문에 에제의 적응 문제에 대해 걱정할 필요도 없고, 에제가 1998년생으로 아직 20대 중반이기 때문에 향후 몇 년은 더 팀에서 뛰게 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크리스털 팰리스가 책정한 6000만 파운드의 바이아웃 금액은 큰 걸림돌이 되지는 못할 전망이다. 금액 자체가 적지는 않지만 토트넘이 손흥민을 매각한다면 충분히 마련할 수 있는 액수이기 때문이다.
영국 매체 '커트 오프사이드'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이티하드와 알힐랄이 손흥민을 영입하기 위해 5000만 파운드(약 753억원)를 장전했다고 보도했다. 손흥민의 계약 기간이 1년 남았기 때문에 토트넘이 여름 이적시장에서 손흥민을 사우디아라비아 구단에 매각할 경우 5000만 파운드를 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 관련 소식을 전하는 '더 보이 홋스퍼'는 현 상황을 두고 "토트넘이 손흥민 매각에 관심이 있다면, 이것은 손흥민이 레전드로 남은 한 시대가 끝나간다는 명백한 신호"라고 평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