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과거 토트넘 홋스퍼를 지휘한 적이 있는 해리 레드냅 전 감독이 손흥민의 리더십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손흥민이 리더로서 토트넘을 이끄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면서 손흥민의 팔에 있는 주장 완장을 19세 미드필더 아치 그레이에게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레이가 토트넘의 10년을 책임질 주장감이라는 게 레드냅의 생각이다.
레드냅은 토트넘의 첫 유럽축구연맹(UEFA) 챔핑너스리그 진출을 이끌며 토트넘의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남긴 지도자다. 하지만 시즌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나온 이번 발언은 망언이 아닐 수 없다.
공교롭게도 레드냅은 앞서 손흥민의 리더십을 비판했던 영국 '스카이 스포츠'의 전문가 제이미 레드냅의 아버지다. 레드냅 부자(父子)가 연달아 손흥민을 공격한 것이다.
영국 일간지 '더 선'에 따르면 레드냅은 지난 16일(한국시간)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향해 손흥민이 아닌 그레이를 주장으로 선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레드냅은 "나는 현재 토트넘의 주장 완장을 갖고 있는 손흥민을 사랑하지만, 그는 주장으로서 내게 인상을 남긴 적이 없다"면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용감하게 행동해야 한다. 지금 아치 그레이에게 주장 완장을 넘기면 10년간 돌려주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그레이가 당장 주장 완장을 차도 될 정도로 리더십이 뛰어난 선수라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합류한 그레이는 이번 시즌 토트넘에서 미드필더, 센터백, 풀백 등 다양한 포지션에서 뛰며 경험을 쌓고 있는 2006년생 유망주다.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시절부터 잉글랜드가 기대하는 유망주로 꼽혔던 그는 나이에 비해 경험이 많고, 리더십까지 갖춘 선수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레이의 경험은 토트넘의 주장단인 손흥민, 제임스 매디슨,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비교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 레드냅은 이를 고려하지 않고 손흥민은 물론 토트넘에서 뛰고 있는 베테랑 선수들을 모두 무시하는 발언을 한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레드냅이 과거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 사령탑에 있던 시절 박지성의 주장직을 박탈한 전력이 있다는 것이다. 당시 레드냅은 2012-13시즌 도중 QPR에 부임해 박지성의 주장 완장을 벗긴 것으로 유명하다.
과거 토트넘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레드냅의 아들인 제이미 레드냅도 최근 손흥민의 리더십 부재를 지적했다는 점 역시 흥미롭다.
제이미 레드냅은 지난 10일 토트넘이 리버풀과의 카라바오컵(리그컵) 준결승 2차전에서 0-4로 대패해 대회에서 탈락하자 손흥민의 리더십을 비판했다.
그는 "나는 손흥민이 단 한 번도 팀을 이끄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토트넘이 어려운 상황에 있던 시기를 돌아보자. 대체 손흥민이 하는 게 뭔가?"라며 토트넘이 어려움에 빠졌을 때마다 손흥민이 주장으로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제이미 레드냅은 또 "토트넘에서 뛰고 있는 어린 선수들이 불쌍하다. 내가 어린 선수였다면 선수 입장에서 이끌어주는 선배가 있길 원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토트넘에는 그런 선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제이미 레드냅 외에도 손흥민의 리더십 부재를 지적한 토트넘 선배가 더 있었다. 바로 손흥민이 부진할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제이미 오하라다.
오하라는 "손흥민은 리더십이 있는 유형이 아니"라며 "그는 이제 토트넘 주장직을 내려놓고 다른 선수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면서 손흥민이 주장 완장을 내려놓을 때라고 이야기했다.
영국 축구 매체 '풋볼 365'는 최근 손흥민의 상황을 진단하면서 손흥민이 그의 전성기를 토트넘에서 보내느라 한 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는 점과 현재 손흥민은 전성기가 지난 선수이고, 우승을 노릴 만한 다른 빅클럽으로 이적하려면 연봉을 대폭 삭감해야 가능하다고 짚기도 했다.
언론은 "슈퍼스타 손흥민은 토트넘의 주장으로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 중 하나다. 그는 최고의 상태에서 세계적인 축구선수였다"면서도 "개인적인 찬사를 얻었지만 팀 커리어에서는 보여준 게 없다. 사람들은 해리 케인만 생각하느라 손흥민의 그의 커리어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는 사실을 잊은 것 같다"며 손흥민의 상황을 주목했다.
'풋볼 365'는 "손흥민이 트로피를 위해 토트넘을 떠나지 않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비난하는 목소리가 있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그는 항상 토트넘이 트로피 가뭄을 끝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며 손흥민이 토트넘이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에 팀을 떠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반면 케인은 자신의 재능이 낭비되고 있다는 걸 깨닫고 2023년 여름 결국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났다"며 "손흥민은 이미 그 기회를 놓친 것처럼 보인다. 손흥민은 다음 시즌이면 33세가 된다. 이는 모하메드 살라와도 너무나 다른 행보"라면서 손흥민이 케인처럼 우승을 쫓기 위해 토트넘을 떠날 기회를 놓쳤다고 바라봤다.
그러나 언론은 "토트넘은 손흥민이 세계적인 선수로 거듭나도록 도왔지만, 그럼에도 손흥민은 자신의 커리어를 돌아보면 반드시 후회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면서 "손흥민과 같은 수준의 기량을 보유한 선수가 트로피도 없이 은퇴한다면 이는 엄청난 낭비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손흥민이 케인처럼 유럽 내 빅클럽에서 활약할 기회는 오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이어 "손흥민이 이제 전성기가 지난 선수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손흥민이 남은 커리어 몇 년 동안 트로피를 사냥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바이에른 뮌헨,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파리 생제르맹(PSG) 등으로 가기 위해 급여를 삭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