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손흥민에게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토트넘에서 내년 여름에 결별하는 것보단은 올여름 퇴단하는 것이 손흥민의 마지막 축구인생을 위해선 반가운 일이다.
토트넘은 원래 레전드가 없는 구단이다. 25년째 CEO를 하고 있는 다니엘 레비 회장 말고는 구단에서 롱런하는 이가 없다. 손흥민도 이젠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자신을 원하는 팀으로 한 번 문을 두드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번 시즌 손흥민 부진이 손흥민 때문인지, 아니면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과도한 체력 소모 전술 때문인지, 구단의 부실한 선수 영입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손흥민이 자유를 찾아 다시 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토트넘이 손흥민 등 고액 연봉을 받고 있는 공격수 3명을 올여름 내보낼 것이라는 소식이 나왔다. 이들에 투입되는 연봉을 다른 선수에 돌리고, 이적료까지 받아 최대한 원금회수하겠다는 뜻이다.
영국 매체 '기브미 스포츠'는 11일(한국시간) "토트넘은 한국 공격수 손흥민 방출을 포함해 선수단 개편을 신중하게 고려할 예정"이라면서 "손흥민은 최근 계약을 1년 더 연장했지만, 토트넘이 새 시대로 접어들었다. 구단은 공격수 재편을 위한 큰 결정을 내려야 한다. 히샬리송의 미래도 불투명하고 티모 베르너도 떠날 수 있다. 손흥민과 히샬리송, 베르너 3명의 주급은 44만5000파운드(8억원)다. 이들을 내보내면 임금에서 상당한 금액을 절약할 수 있다"고 했다.
3명의 급여를 연봉으로 환산하면 420억원이 된다. 실제 이들은 토트넘 내에서 연봉 140억원 안팎의 고액 급여자로 꼽힌다. 손흥민이 180억원으로 가장 많다. 히샬리송도 브라질 국가대표로 주가가 치솟을 때 토트넘에 왔다. 티모 베르너 역시 과거에 독일 국가대표로 뛰었던 공격수다. 그러다보니 히샬리송과 베르너의 경우 각각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고 있지만 100억원 훌쩍 넘는 돈을 매년 받는다.
매체는 특히 토트넘과 손흥민의 결별을 주목하고 있다.
기브미 스포츠는 "소식통에 따르면 토트넘은 손흥민이 이적할 가능성을 고려, 신중한 팀 개편을 생각하고 있다"며 "토트넘은 현재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다니엘 레비 회장 아래에서 성공이 부족하다. 구단은 새 선수 영입이 지금까지 잘 풀리지 않았는데 올바른 방향으로 팀을 이끌기 위해 개편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중"이라고 했다.
이어 "손흥민은 수년간 토트넘의 아이콘이었고, 최근 계약을 1년 더 연장했지만 이젠 새 시대에 접어들었다. 중요한 결단이 필요하다. 히샬리송, 베르너가 같이 떠날 수 있다. 반면 최근 임대 영입한 마티스 텔의 완전 영입 옵션에 대한 결정도 내려져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토트넘에서 가장 거대한 손흥민을 내보낼 수도 있다"고 결론내렸다.
사실 손흥민 퇴출론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손흥민은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지난 2022-2023시즌 탈장 증세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프리미어리그 10골을 간신히 체웠다.
2023-2024시즌은 달랐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마침 팀의 주포 해리 케인이 우승컵을 위해 독일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나가 손흥민을 주장으로 낙점한 뒤 레프트윙은 물론 스트라이커까지 교대로 맡기며 신뢰를 드러냈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17골 10골을 기록하며 나름대로 성공적인 한 시즌을 보냈다.
이번 시즌은 다르다. 토트넘이 부상 선수로만 베스트11을 꾸릴 수 있을 만큼 줄부상에 시달리는 가운데 손흥민도 두 차례 허벅지 뒤 근육(햄스트링)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재활센터를 오갔다.
하지만 보란 듯이 돌아왔고 프리미어리그 6골 7도움을 포함 공식대회 10골 8도움을 기록했다.
부상에 계속 시달리면서 2골에 그친 히샬리송, 24경기에서 턱없이 부족한 결정력으로 1골 겨우 넣은 베르너와는 달랐다.
그런데 매체는 히샬리송, 베르너와 손흥민을 같은 선상에 놓고 '퇴물 취급'하는 것이다.
손흥민은 지난달 에버턴과의 프리미어리그 원정 경기, 지난 10일 애스턴 빌라와의 FA컵 원정 경기 등에서 결정적인 찬스를 날리며 '빅찬스미스'를 기록했으나 유로파리그 호펜하임(독일)과의 원정 경기에서 멀티골을 넣어 3-2 승리를 이끄는 등 여전히 토트넘에 쓸모 적지 않은 공격수라는 점을 알렸다. 시즌 전반기엔 프리미어리그에서 '기회 창출' 최상위권에 오르며 플레이메이커로의 변신도 알렸다.
그러나 몇 차례 빅찬스미스와 스피드 저하 등이 집요하게 공격 받으면서 퇴출론에도 시달리고 있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까지 자신을 지지하던 전문가들에게도 쓴소리를 듣는 상황이다.
영국 '풋볼365'에 따르면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다 득점자로, 잉글랜드가 자랑하는 레전드 공격수 앨런 시어러는 애스턴 빌라전이 끝난 뒤 "자신감이 가득 찬 손흥민이라면 발을 내딛고 슈팅을 하는 등 무엇이든 했을 거다"라며 기량 쇠락을 아쉬워했다.
과거 맨체스터 시티 등에서 뛰었던 잉글랜드 수비수 마이카 리차즈도 "손흥민은 예전처럼 자신감 있게 플레이하지 않고, 그저 너무 많은 터치만 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시어러는 손흥민을 프리미어리그 공식 '이 주의 팀'으로 자주 추천했던 인물이다. 리처즈도 손흥민 기량을 적지 않게 극찬해왔다. 지금은 둘도 손흥민의 노쇠화를 느끼는 중이다.
과거 토트넘에서 스카우트로 활동했던 믹 브라운도 최근 '풋볼 인사이더'를 통해 "손흥민의 경기력은 실망스럽다. 그는 최근 폼을 조금씩 되찾기 시작했지만 이전 같지 않다"면서 "감독과 구단, 팀 모두 손흥민이 팀의 중심을 잡아주고 이끌어주길 바랐으나 손흥민은 그러지 못했다. 손흥민이 팀의 상징적인 선수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에 토트넘 코칭스태프가 이를 우려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의 평가가 토트넘의 본모습으로 보기도 어렵다.
이번 시즌 토트넘은 손흥민 혼자 돋보이기 힘들 정도로 무너졌기 때문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부임 직후부터 라인을 높게 끌어올리고 강도 높은 압박과 공격 축구를 하는 것은 좋은데 주전급 선수들의 체력 소모와 부상 관리가 심각할 정도로 위험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손흥민도 답답한 토트넘을 떠나 마음 부담 내려놓고 활약할 수 있는 팀에 간다면 2~3년은 충분히 자신의 전성기를 더 누릴 수도 있다.
토트넘이 손흥민에 대한 유료 이적을 검토한다면 안 갈 이유가 없다. 손흥민의 경우 마케팅 가치가 폭발적이기 때문에 그를 원하는 유럽 수준급 구단들이 충분히 나타날 수 있다.
당장 튀르키예 양대 명문 중 하나로, 자신의 은사인 세계적인 명장 조세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페네르바체도 그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트넘, 떠날 수 있을 때 떠나면 좋다. 손흥민 조금 부진했다고 "재수 없는 XX"이란 욕설까지 하는 팬들과 뭘 하기가 쉽지 않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