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지면 손흥민 탓이다.
리버풀에 믿을 수 없는 참패를 당한 뒤 불거진 것은 감독 책임론이 아니라 손흥민 방출론이었다.
토트넘은 이번 시즌 충격적인 패배를 곧잘 당하고 있는데 그 때마다 손흥민 비판이 등장했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손흥민의 기량 하락과 리더십 질타를 넘어 그를 이젠 팔아야 한다는 '방출론'까지 나왔다.
이번 시즌 두 차례 부상으로 아픈 허벅지를 부여 잡고 고비 때 마다 공격포인트로 토트넘을 벼랑 끝에서 구해낸 적이 여러 차례다.
하지만 토트넘은 주전급 선수들의 연이은 이탈로 정상 전력을 꾸리지 못했고, 마침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용병술까지 상대팀에 탄로 나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실망스러운 경기를 펼쳐질 때마다 화살은 엉뚱하게 손흥민을 향한다.
토트넘 홋스퍼는 지난 7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리버풀과의 2024-2025시즌 잉글랜드 리그컵 준결승 2차전에서 0-4로 참패했다.
믿을 수 없는 패배였다. 앞서 토트넘은 지난달 9일 준결승 1차전 홈경기에서 10대 미드필더 루카스 베리발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프리미어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선두 달리는 팀을 상대로 이겼기 때문에 2차전에서도 토트넘이 잘 버틸 수 있을 거란 희망이 생겼다. 마침 2차전엔 리버풀이 자랑하는 월드클래스 풀백 트렌트 알렉산더-아널드가 부상으로 빠지는 상황이었다.
2008년 리그컵 우승 이후 한 번도 이루지 못했던 토트넘의 공식 대회 우승 도전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다만 언론이나 베팅업체는 리버풀이 완벽하게 뒤집기 승리를 거둘 것으로 봤는데 실제로 그렇게 됐다.
토트넘은 리버풀의 상대가 되질 않았다. 킥오프 순간부터 이뤄진 리버풀의 파상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후반에 와르르 무너지면서 4골 내주고 참패했다.
1차전 1-0 승리를 무의미했다. 합산스코어 1-4로 크게 졌다.
리버풀은 한 차례 골이 취소되는 불운 속에서도 줄기차게 토트넘을 공략했다.
결국 전반이 되기 전 합산스코어 1-1을 만들었다. 전반 30분 도미니크 소보슬러이 골이 오프사이드 선언으로 취소됐으나 4분 뒤 에이스 모하메드 살라의 크로스를 네덜란드 공격수 코디 학포가 오른발 다이렉트 발리 슈팅으로 연결하면서 리버풀에 1-0 리드를 안겼다.
학포의 선제골로 리버풀은 전반전을 1-0으로 마쳤다. 경기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토트넘은 설상가상으로 2022년 입단 이후 끝없이 다치는 전 브라질 국가대표 히샬리송이 전반 막판 또 다쳐 실려나가는 악재까지 맞았다. 히샬리송이 고통을 호소해 최근 바이에른 뮌헨에서 임대 영입한 신입생 마티스 텔이 급하게 들어갔다.
토트넘은 후반 초반 실점하면서 합산 점수에서 뒤집혔고 끝내 대패했다.
후반 4분 페널티킥을 내줬다. 페널티지역 내에서 토트넘 골키퍼 안토닌 킨스키가 공이 아닌 홈팀 스트라이커 다르윈 누네스의 발을 손으로 건드렸다.
홈팀에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에이스 살라가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살라의 추가골로 합산 스코어 1-2가 되면서 토트넘은 쫓아가야 하는 입장이 됐다.
토트넘은 동점을 만들기 위해 분투했지만 리버풀이 이날 3~4번째 골을 연달아 터트렸다. 후반 30분 소보슬러이가 추가골을 터트리면서 승리에 성큼 다가섰다.
후반 35분 코너킥 때 공격 가담한 월드클래스 수비수 버질 판 데이크의 헤더골이 터지면서 경기를 사실상 끝냈다.
토트넘은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강등권 근처까지 순위가 추락한 상태다. 그나마 리그컵과 UEFA 유로파리그 우승 가능성 덕분에 팬들의 마지막 지지를 받고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경질 위기에서 벗어났는데 그 중 한 대회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손흥민도 굳은 얼굴로 그라운드를 빠져 나갔다.
리버풀 원정 직후 손흥민 논란이 다시 불 붙었다. 레퍼토리도 비슷하다. 손흥민의 스피드가 예전 같지 않으니 이젠 판매를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토트넘 선배인 제이미 래드냅이 손흥민을 대놓고 비판했다. 그는 영국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손흥민이 한 번도 팀을 이끄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토트넘이 어려움에 처했던 여러 상황을 다시 생각해봤다. 대체 그가 하는 게 무엇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토트넘의 어린 선수들이 안타깝다. 특히 제드 스펜스는 너무 많은 역할을 수행했다. 내가 어린 선수였으면 나를 이끌어주는 선배를 원할 것이다. 지금 토트넘에는 그런 선수가 없다"라고 말하며 "최근 토트넘이 기대 이하의 모습을 많이 보여줬지만, 특히 이번 리버풀전은 더욱 끔찍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데일리메일은 "레드냅은 카라바오컵에서 굴욕을 겪은 후 손흥민을 비난했다. 토트넘 주장으로서 그의 자격에 의문을 제기했다"며 손흥민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왓포드 등에서 뛰었던 잉글랜드 공격수 트로이 디니도 영국 '더선'을 통해 "주장으로서 손흥민은 효과가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영국 '팀토크'는 "토트넘 주장 손흥민의 계약이 2026년 여름까지 연장된 지 얼마 안 돼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손흥민은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선수가 아니다"라며 "토트넘이 최근 이적 활동으로 미루어 보아 분명히 미래를 내다보고 있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윌슨 오도베르가 이번 시즌에 컨디션을 유지했다면, 안지 포스테코글루 밑에서 손흥민이 얼마나 많은 선발 출장을 했을지에 대한 흥미로운 난제를 갖게 되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번개같은 속도와 치명적인 마무리 능력은 더 이상 온전히 드러나지 않았고, 최근에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과 위고 요리스(LA FC)가 팀을 떠나는 것을 보면서 클럽의 주장으로서 과도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라며 손흥민의 주장 역할에 부담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밝혔다.
'팀토크'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매체는 "손흥민은 더 이상 예전 같은 선수가 아니다"며 "토트넘은 분명 미래를 내다보고 있는 것 같다. 최근 해리 케인과 위고 요리스가 팀을 떠나는 것을 보면서 주장으로서 과도한 부담을 느끼는 것 같고, 여름에 적절한 가격으로 이적하더라고 크게 놀랄 일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올시즌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6골 7도움을 포함해 모든 대회에서 32경기에 나와 10골 8도움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가성비 논란이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주요 경기에서 침묵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비판도 어느 시즌보다 자주 받고 있다.
팀토크는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절대적인 전설로 남아 있으며 여전히 멋진 순간이 있지만, 예전보다 그 순간이 훨씬 짧아졌다"라며 "다음 시즌에 그가 단계적으로 제외되거나 여름에 적절한 가격으로 이적하더라도 크게 놀랄 일은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매체 '기브 미 스포츠'도 "손흥민은 수년간 토트넘의 상징이었고 의심할 여지 없이 역대 최고의 프리미어리그 선수 중 한 명이지만 둔화되기 시작했다"라며 "손흥민의 생산 능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기 때문에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현금화할 때가 됐을지도 모른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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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