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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음모 꾸미기 위해 그랬던 것 아냐…홍명보 선임, 절차상 문제 없다"

기사입력 2024.09.24 14:37 / 기사수정 2024.09.24 15:15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과 관련한 각종 의혹에 대해 "우리가 어떤 음모를 꾸미거나 실상을 감추려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밖에서 보기에 아쉬운 점이 있다고 해도 채용에 부정이 끼어들진 않았다는 뜻이다.

정 회장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현안 질의에 증인으로 나선 뒤 서면으로 공개한 모두발언에서 이같이 말했다.

문체위는 24일 회의를 열고 현안 질의에 나섰다. 홍명보 감독이 축구대표팀 사령탑에 오르는 과정에서 빚어진 논란과 관련된 질문 및 답변이 진행되면서 커다란 국민적 관심을 끌었다.

이날 국회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등 대한축구협회 핵심 인사 3명이 전부 출석했다.

축구협회는 지난 2월 독일 출신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경질된 뒤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를 새로 꾸려 5개월간 새 감독을 물색했다.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지난 6월 전격 사퇴하고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권한을 물려받은 뒤 나온 선택은 국내 지도자 홍 감독 선임이었다.

이임생 이사는 외국인 감독 후보자였던 다비드 바그너, 거스 포옛을 직접 만나 면담한 뒤 홍 감독을 낙점했다. 하지만 외국인 두 후보자와 달리 홍 감독과는 제대로 된 면접 혹은 발표를 진행하지 않고 이 이사가 자택으로 찾아가 읍소에 가까운 부탁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선임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는 팬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여기에 전력강화위원을 맡았던 전 분데스리가 박주호 위원이 내부 고발을 하는 동영상을 찍는 와중에 자신도 모르는 홍 감독 선임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여론을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의문이 심하게 제기되는 사안이다. 홍 감독을 미리 점찍어 놓고 빙빙 돌린 끝에 결국 낙점한 것 아니냐는 불공정 및 특혜 논란이 크게 불거졌다.

하지만 정몽규 회장은 서면 모두발언에서 이를 일축했다.

정 회장은 "감독 선임 건에 대해 협상 과정의 모든 것을 다 밝히고 그때그때 상세히 설명하지 못했던 것은 우리가 어떤 음모를 꾸미거나 실상을 감추기 위해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불공정한 과정을 통해 특정인을 선발하기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때그때 설명 못 한 건) 대표팀 감독을 선발하는 과정 자체도 충분히 보호받을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면서 "앞선 협상 과정에서 조건이 맞지 않아 불발됐거나 제외된 분들의 프라이버시도 충분히 보호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축구협회장으로 일하는 동안 국가대표팀 감독을 지금의 전력강화위나 이전의 기술위 추천에 반해 뽑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면서 "절차적 조언을 한 적은 있지만 특정인을 두고 어떻게 해야 한다고 얘기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대중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외국인 후보들과 홍 감독에 대한 면접 방식 등이 상이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정 회장에게 최종 면담 및 결정권을 부여받은 이 이사가 외국인과 홍 감독 사이에 다른 기준을 적용했다는 지적이다.

바그너와 포옛은 한국 대표팀을 23세 이하 대표팀까지 분석하는 등 정성을 들여 프레젠테이션을 한 반면 이 이사는 홍 감독을 사실상 두 시간 설득한 것이 전부다.

이 이사는 이날 국회 답변에서 홍 감독이 자주 가는 빵집에서 오후 11시부터 오전 1시까지 두 시간 대화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정 회장은 "축구협회장으로 일하는 동안 대표팀 감독을 전력강화위나 기술위 추천에 반해 뽑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절차적 조언을 한 적은 있지만 특정인을 두고 어떻게 해야 한다고 얘기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도 했다. 그는 이날 답변 중 국내 감독이 올 때마다 이런 설명을 해야하느냐는 반문을 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박주호 전 전력강화위원에 대한 내부고발에 대해서도 잘못됐다는 의견을 드러났다. 감독 선임 과정에서 박 위원이 유튜브를 통해 선임 과정을 비판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박 위원이 영상을 찍는 사이 홍 감독 발표가 난 것도 큰 이슈였다.

정 회장은 "위원들이 본인은 누구를 지지하고 추천했으며, 다른 위원은 어떤 이를 선호했다고 토의 과정을 공개하는 건 전력강화위에 참여한 서로의 신뢰를 해치는 일"이었다며 박 전 위원을 사실상 야단 쳤다.



이날 답변에 나선 홍 감독도 자신의 선임이 불공정하거나 특혜라고 생각한다는 시각을 강하게 부정했다.

홍 감독은 가수 출신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이 "객관적으로 생각할 때 이게(감독 선임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이뤄졌는가"라는 질문에 "이것을 한 번 경험해 봤기 때문에 그 경험을 통해서 말씀 드리면 저는 뭔가 저한테 불공정하다거나 아니면 특혜가 있다거나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답변했다.

홍 감독이 밝힌 경험은 2018년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 때 김판곤 당시 국가대표 감독선임위원장과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 선임한 경험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홍 감독은 이후 더불어민주당 조계원 의원의 비슷한 질문에도 "우린 월드컵 예선을 코 앞에 두고 있다"며 "내가 이 일을 해본 경험으로 불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남은 기간 팀을 강하게 만들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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