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2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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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多, 노래에 무릎 꿇기도"…김범수, '김나박이' 대장격의 속내 [엑's 인터뷰②]

기사입력 2024.02.22 08:00



(엑스포츠뉴스 장인영 기자) ([엑's 인터뷰①]에 이어) 국내 대표 보컬리스트 김범수를 비롯 나얼, 박효신, 이수를 일컫는 별명인 '김나박이'. 김범수가 해당 별명과 관련된 말 못 했던 부담감을 털어놨다. 

TV 프로그램 등에서도 꾸준히 언급되는 이 별명은 김범수의 대표 수식어다. 하지만 그간 김범수는 '김나박이'라는 칭호에 대한 상당한 부담감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당사자들은 다 비슷한 마음일 것. 감사한 마음과 동시에 부담도 있다. 어느 순간 대한민국에서 노래를 가장 잘하는 가수의 고유명사가 되다 보니까 그것만으로도 책임감이 생긴다. 그 이름이 저를 짓누르고 있다는 생각이지만 이것조차 뛰어넘어야 하는 허들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나박이'라는 이름을 제가 등에 지고 가면 제대로 된 노래를 할 수 없을 것 같다. 잘하는 모습만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오히려 무대를 망치고 있더라"라며 "이번 앨범은 그런 거 내려놓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와 재능을 가진 사람의 입장에서 새롭게 접근하려고 했다. 노래를 잘하는 사람으로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싶고, 어떤 좋은 노래를 할 것인가에 대해 신경 썼다"고 했다. 



김범수는 솔직하다. 그 어떤 아티스트보다도 자신의 성향을 잘 파악하며 자기객관화 능력이 뛰어나다. 자신을 '싱어송라이터'가 아닌 '보컬리스트'라고 거듭 강조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김범수는 "정규 8집은 직접 프로듀싱도 하고 곡도 꽤 많이 썼다. 지금도 노력을 전혀 안 하는 건 아니다. 다만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모든 걸 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그걸 잘하는 뮤지션들도 많지만 저는 노래하는 것만큼 곡을 잘 쓰지 못하더라"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그는 "사실 곡을 직접 쓰면 저작권료도 많이 들어오고 좋지 않나. 하지만 저는 억지로 곡을 쓰려고 한다거나 멋있으려고 곡을 쓰는 것을 지양한다. 보컬리스트만으로도 멋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 누군가 멋있게 써놓은 곡을 훌륭한 연주자와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곡 작업에 일절 손을 뗀 건 아니라는 김범수의 말처럼 1번 트랙 '너를 두고'는 김범수가 작곡에 참여한 곡으로 사랑하는 이에게 헌정하는 시이자 노래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이고자 하는 진심이 담겼다. 나태주 시인의 '너를 두고'라는 따뜻한 작품이 잔잔한 멜로디와 만나 가장 아름다운 문장으로 완성됐다.

이와 관련해 김범수는 "하고 싶은 얘기와 전달하고 싶은 멜로디가 있으면 가끔 곡을 쓸 계획이다. 그렇지만 이것도 상업적인 느낌은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싱어송라이터를 내려놓은 김범수지만 보컬리스트로서의 자신감은 대단했다. 허세보다는 이유 있는 자신감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국내 대표 보컬리스트 김범수의 자신감은 어딘가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자신의 보컬 실력을 "타고났다"고 밝힌 김범수는 "사실 보컬이라는 영역 자체가 타고난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 타고난 피지컬과 재능이 기반이 되고 그 외의 나머지 부분들은 노력으로 채워야 한다. 저는 좋은 가수와 좋은 보컬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제가 타고난 기량과 능력은 충분히 있지만 그 외에 중요한 영역들이 너무 많지 않나. 그 부분들을 채워가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가수로 최상의 커리어와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만한 김범수에게도 기나긴 슬럼프의 시기가 존재했다. 스스로에게 "무릎 꿇던 순간이 있었다"고 일컬은 김범수는 5년 전 20주년 콘서트를 준비했을 당시를 떠올렸다. 



김범수는 "20주년 기념 콘서트라 힘을 많이 줬다. 오케스트라도 있었고 운동선수처럼 보컬리스트로서 해오던 루틴도 있었고 다이어트도 했다. 그러다가 공연 당일에 급성후두염이 왔다. 공연 전날도 아니고 당일에 목소리가 아예 안 나오더라. 리허설 때 이미 목소리 제어가 힘든 상태까지 와서 병원을 갔더니 의사 선생님께서 공연할 상태가 아니라고 하더라. 다시 공연장으로 들어가는데 수많은 차들이 주차장으로 들어가고 있고 스태프들도 전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는데 진짜 쥐구멍이 있으면 숨고 있었다. 아니 그냥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콘서트는 시작에 앞서 몇 시간 전 급하게 취소됐다. 김범수는 "무대 위로 올라가서 오신 분들께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저녁에 사과문도 썼다. 근데 제가 여기서 넘어지는 모습을 보이면 스태프분들이나 관객들한테 더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스로 사람이 아닌 것처럼 감정 없이 하루를 보냈다"면서 "그게 (슬럼프의) 화근이었다. 울든 화를 내든 짜증을 내든 해야 했는데 덤덤하게 넘겼던 것들 때문에 외상후스트레스가 심하게 왔다. 무대 공포증도 생겨서 무대 위에 오르면 다리가 떨리고 심장소리가 들릴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노래에 무릎 꿇는 순간들이 2년 동안 지속됐다. 목은 다 나았지만 (슬럼프를) 이겨내지 못해서 2년을 허비했다. 다행히 코로나 시기라 활동량이 많지 않아서 그 시간을 버텼다"며 "코로나 이후에도 한참을 헤맸고 이번 앨범도 세상에 나올 수 있을지 확실하기 힘들 정도로 불안했는데 이상하게 앨범을 만들면서 회복이 됐다"고 했다.



숱한 좌절의 시간에도 결국 무대 위에 선 김범수다.

다시금 마이크를 잡을 수 있었던 이유로 김범수는 그를 대표하는 수식어인 '김나박이'를 내려놓은 이후라고 했다. "'김나박이'를 내려놓고 굉장히 편해졌다"는 김범수는 "이제는 스스로 '대중들이 나한테 준 별명이지 어깨에 지고 갈 필요는 없어'라고 생각한다. 마음이 편하다. 그런 것들이 작업물에도 많이 녹아 들었다. 이번 신곡을 힘을 빼고 부른 것도 모두 그런 영향이다. 이번 앨범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고 웃었다. 

올해 데뷔 25주년을 맞이한 김범수가 활동하면서 가장 희열을 느낀 순간은 언제였을까. 

"'나는 가수다'에 출연했을 때 저의 비주얼을 다른 가수들처럼 보여주면서 노래를 들려드릴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희열이었다. 긴 시간 동안 많은 사랑을 보내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하다. 살면서 이렇게까지 사랑받을 수 있을까 싶다. 저는 좋아하는 일을 한 것뿐인데 이렇게 큰 보상을 받을 수 있어서 행복하고 그럴 때 가수로서 희열이 느껴진다."

([엑's 인터뷰③]에서 계속)

사진=영엔터테인먼트 

장인영 기자 inzero62@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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