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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59억원' SD 입단 고우석 "기회 준 LG 감사…기대에 어긋나지 않겠다!"

기사입력 2024.01.04 11:56 / 기사수정 2024.01.04 11:56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고우석이 원소속팀 LG 트윈스의 허락 속에 빅리그 마운드를 밟을 수 있게 됐다. LG는 고우석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입단을 공식 발표하고 아낌없는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LG 구단은 4일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고우석이 한국 시간으로 금일 오전 샌디에이고와 계약을 체결했다"며 "고우석은 2017년 LG에서 데뷔 후 지난해까지 총 7시즌을 소화하면서 포스팅 자격 요건을 충족하고, LG의 동의를 얻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고우석은 LG 구단을 통해 "메이저리그에서 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 준 LG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수 있게 해준 샌디에이고 구단에도 감사하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좋은 모습으로 모두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차명석 LG 단장도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축하한다. 고우석은 KBO리그 최고 마무리 투수 중 한 명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잘 적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성적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메이저리그 선수로 활약하길 기대한다. 고우석 선수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한다"고 강조했다.



고우석은 2023 시즌 44경기 44이닝 3승 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았다. LG는 1994년 이후 29년 만에 정규리그 1위에 올랐지만 고우석의 성적은 아쉬움을 남겼다.

2022년 61경기 60⅔이닝 4승 2패 42세이브 평균자책점 1.48로 구원왕에 오르며 커리어 하이를 찍었던 점을 감안하면 고우석의 진가를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개막 직전 담 증세로 대회 기간 단 한 차례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던 데다 LG 복귀 이후에는 잔부상이 겹친 여파가 컸다.

고우석은 KT 위즈와 맞붙은 한국시리즈에서도 난조를 보였다. 4경기 4⅓이닝 1승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8.31로 고전했다. 다만 LG의 우승이 확정된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마지막 아웃 카운트 3개를 책임지고 유종의 미를 거뒀다.

LG는 2024 시즌을 2년 연속 우승을 목표로 준비 중이었지만 스토브리그를 시작하자마자 뜻밖의 상황을 마주했다. 고우석이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를 내비치면서 고민에 빠졌다.



LG는 구광모 LG그룹 회장 겸 야구단 구단주의 결단 속에 고우석의 포스팅을 허락했다. 대신 헐값 계약이라면 마냥 메이저리그 도전을 지원할 수 없다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차명석 단장은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 현장에서 "고우석의 에이전트로부터 미국 도전 의사를 전해 듣고 LG 그룹에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 구단은 논의 끝 고우석의 포스팅을 허락하기로 했다. 대신 터무니없는 조건이 아닌 일정 수준 이상의 계약이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또 "고우석이 먼저 포스팅을 해보고 만족할 만한 금액을 제안받으면 그때 다시 대화하기로 했다. 기대 이하의 금액이라면 미국에 가고 싶겠나. 어느 정도 규모의 제안을 받으면 논의할 것이다"며 "최종 결정은 구단주께서 하신다"고 설명했다.

LG는 구단주의 허락이 떨어진 뒤 포스팅 절차를 진행했다. KBO는 지난해 11월 28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고우석의 포스팅을 요청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미국 동부시간 기준 지난해 12월 4일 고우석의 포스팅을 고지했다. 협상 기간은 미국 동부시간 기준 2023년 12월 5일 오전 8시(한국시간 12월 5일 오후 10시)부터 2024년 1월 3일 오후 5시(한국시간 1월 4일 오전 7시)까지였다.



한 달여 시간이 흐르는 동안 고우석 관련 소식은 잠잠했다. 미국 현지 언론에서도 고우석과 연결되는 구단이 있다는 소식은 거의 전해지지 않았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고우석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링크가 뜨기도 했지만 진척은 없었다. 고우석의 포스팅은 결국 해를 넘겼고 마감 기한 직전까지 낭보가 들려오지 않았다. 

고우석의 샌디에이고행은 포스팅 마지막 날 극적으로 일어났다. LG 구단은 포스팅 마감일이었던 지난 3일 오전 "고우석이 포스팅 절차에 따라 최근 메이저리그 구단으로부터 오퍼를 받았다. 구단은 선수 의사를 존중해 메이저리그 팀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알렸다.

고우석은 곧바로 미국으로 출국해 메디컬 테스트 등 마지막 세부 절차를 마쳤고 이튿날 공식 계약을 체결했다. 샌디에이고는 3년 선배 김하성이 뛰고 있어 고우석의 적응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샌디에이고는 4일 오전 고우석과 계약을 공식 발표했지만 2년의 계약기간과 2026년 선수, 구단의 합의가 있을 경우 1년 더 계약을 연장하는 뮤추얼 옵션만 알렸다.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 현지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고우석은 계약기간 2년, 총액 450만 달러(약 58억 9000만 원)를 보장받는다. 고우석이 지난해 LG에서 4억 3000만 원의 연봉을 받았기 때문에 샌디에이고가 고우석에게 베팅한 액수가 적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핵심 마무리 투수를 떠나보내야 하는 LG 입장에서는 만족하기 어렵다. KBO리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이적할 경우 발생하는 이적료는 메이저리그 구단과 선수가 맺는 보장 계약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계약 규모가 2500만달러 이하라면 이적료는 계약 금액의 20%다. 2500만∼5000만 달러 구간이라면 이적료는 2500만달러를 초과하는 액수의 17.5%, 이 구간 기준점인 2500만1 달러의 20%인 500만 달러를 합친 액수가 된다.

계약 규모 5000만 달러를 넘으면 이적료는 5000만 달러 초과액의 15%와 5000만 달러를 다시 두 구간으로 나눠 첫 2500만달러의 20%인 500만달러, 나머지 2500만달러의 17.5%인 437만 5000달러 등 세 가지를 다 더한 액수다.

이 규정에 따라 LG는 고우석의 샌디에이고 이적으로 포스팅 비용 90만 달러(약 11억 원)를 받는다. 고우석이 메이저리그 생활을 정리하고 KBO로 돌아올 경우 무조건 LG로 돌아와야 하고 LG가 4년간 보유권을 가질 수 있지만 11억 원의 이적료는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



차명석 단장은 이 때문에 지난 3일 "처음에는 안 된다고 했는데, 고우석이 보내달라고 했고 구단주님께서 허락을 해주셨다. 서로 약속한 금액보다는 적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차명석 단장은 "구단주님께서 통 큰 결정을 해주셨다. (구광모 회장에게) 있는 그대로 보고를 드렸다. 상황을 모두 전달했는데, '선수가 그렇게 가고 싶다는데' 하시면서 구단주님이 허락해 주라고 하셔서 최종 결정을 하게 됐다"고 과정을 전했다. 고우석 입장에서는 구광모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이 메이저리그 진출의 발판이 된 셈이다.

'디펜딩 챔피언' LG는 이달 말부터 미국에서 실시하는 스프링캠프에서 '포스트 고우석'을 찾아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지난해 화려하게 부활한 좌완 함덕주와 우승 공신 유영찬 등이 마무리 후보로 꼽힌다.

샌디에이고는 2023 시즌 마무리를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조쉬 헤이더가 61경기 56⅓이닝 2승 3패 33세이브 평균자책점 1.28로 뒷문을 든든히 걸어잠그면서 9회가 항상 든든했다.



하지만 헤이더는 FA 자격을 취득한 뒤 권리를 행사했다. 최근 경영난에 빠진 샌디에이고는 선수단 페이롤 줄이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어 헤이더에게 대형 계약을 안겨주기 어려웠다.

샌디에이고는 궁여지책으로 헤이더에게 퀄리파잉오퍼를 제안했지만 헤이더는 이를 거절했다. 퀄리파잉 오퍼는 원소속 구단이 FA 선수에게 고액 연봉자 상위 125명의 평균 연봉으로 1년 계약을 제시하는 제도다. 

2023년 메이저리그 퀄리파잉 오퍼 액수는 2320만 5000달러(약 265억5000만원)였다. 헤이더의 2023 시즌 연봉이 1410만 달러(약 185억 원)였던 만큼 샌디에이고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최선의 계약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샌디에이고는 헤이더를 놓친 뒤 아시아 투수들에게 눈을 돌렸다. 일본 프로야구(NPB) 라쿠덴 골든이글스 소속 좌완 마쓰이 유키를 5년 2800만 달러(약 367억 원)에 영입한 데 이어 고우석까지 품게 됐다.

1995년생인 좌완 마쓰이 유키는 2014년 라쿠덴 골든이글스에 입단해 지난해까지 NPB 통산 10시즌, 501경기, 659⅔이닝, 25승 46패 236세이브 68홀드 평균자책점 2.40을 기록했다.



신장 174cm의 단신이지만 평균 140km 중후반대 직구를 뿌려 타자를 압도하는 피칭 스타일을 가졌다.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스플리터 등 다양한 구종의 변화구를 구사하고 구위 역시 빼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3 시즌에는 기량이 절정에 달했다. 59경기 57⅓이닝 2승 3패 39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1.57로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은 0.89에 불과했고 단점으로 지적받았던 제구력도 향상됐다. 볼넷은 13개에 그쳤고 탈삼진은 72개나 수확했다.

고우석은 2023 시즌 주춤하기는 했지만 2022 시즌의 퍼포먼스를 올해 보여줄 수 있다면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메이저리그 이적 시장을 다루는 'MLB 트레이드 루머스'는 미국 내 공식 스카우트 리포트를 인용해 고우석을 빅리그 레벨의 불펜투수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한편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데뷔전은 한국에서 치러질 전망이다. 샌디에이고는 오는 3월 20~21일 한국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LA 다저스와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로 2024 정규리그 공식 개막전을 갖는다.



MLB 사무국은 야구의 세계화 및 메이저리그 홍보를 위해 세계 각지에서 개막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7월 한국 개최를 일찌감치 확정하고 고척스카이돔 답사를 수차례 실시했다. 

샌디에이고와 고척 스카이돔에서 맞붙는 LA 다저스는 이번 오프시즌 빅리그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와 FA 시장의 대어였던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품어 화제를 모았다. 고우석이 오타니 쇼헤이와 대결하는 흥미진진한 그림이 연출될 수 있다. 

샌디에이고와 LA 다저슨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소속으로 올해 총 13차례 맞대결을 펼친다. 고우석과 오타니, 김하성과 야마모토가 승부를 겨루는 모습을 팬들이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우석의 경우 절친이자 '매제'인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도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진검 승부를 펼친다. 샌프란시스코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소속이기 때문에 코리안 빅리거들의 격돌을 자주볼 수 있다. 

한편 고우석은 미국 일정을 마무리한 이후 귀국길에 올라 공식 기자회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메이저리그 진출 각오와 소감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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