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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조화환에 메모지 가득한 랜더스필드...1일 철거한다지만 성난 'SSG 팬심' 심각했다 [엑:스케치]

기사입력 2023.11.30 06:30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찬 바람이 불던 29일 오전 11시, SSG랜더스필드가 위치한 인천 문학경기장 북문 인근의 대로변에 수십 개의 근조화환이 도착했다.

길게 늘어선 근조화환에는 '굴러들어온 2년이 먹칠한 23년', '역사를 잊은 구단에 미래는 없다', '선수를 기만하고 팬을 무시하는 어메이징 신세계야구단 OUT' 등의 문구가 담겨있었다.

구단의 행보에 불만을 품은 SSG 랜더스 팬들이 목소리를 낸 것이었다. 일단 화환은 1일 철거될 가능성이 높다.

▲갑작스러운 변화의 시작, 김강민 한화행으로 불씨 커졌다

지난해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정규시즌 정상에 올라선 SSG는 한국시리즈에서도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2010년 이후 12년 만의 통합 우승을 이뤘다. 하지만 올해 정규시즌을 3위로 마감한 뒤 NC 다이노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3연패를 당하자 팀 전체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우선 김원형 SSG 감독이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사실상 '경질'이었다. 구단은 "팀 운영 전반과 선수 세대교체 등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팀을 쇄신하고 더 사랑받는 강한 팀으로 변모시키기 위해서 변화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다만 팀을 2년 연속으로 가을야구를 이끈 사령탑이 하루아침에 지휘봉을 내려놓을 것이라고 생각한 이는 많지 않았다.

SSG의 변화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구단은 채병용, 손지환 코치 등에게 재계약 불가 통보를 전했다. 이진영(삼성), 조웅천(두산), 정상호(롯데) 코치는 팀을 옮겼다. 과거 SK 시절 선수로 활약했던 인물들이 대거 팀을 떠나면서 'SK 색깔 지우기'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졌다.

새 사령탑을 찾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지난 2일 손시헌 퓨처스 감독을 선임한 SSG는 지난 11월 17일 이숭용 신임 감독과 도장을 찍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를 앞둔 시점에 1군 감독 후보로 이호준 LG 트윈스 타격코치의 이름이 언급되는 등 2주 내내 소란스러웠다.



21일 신임 감독 취임식 및 기자회견을 마친 SSG는 또 한 번 모두를 놀라게 했다. 22일 진행된 2024 KBO 2차 드래프트를 통해서 4명의 선수가 이적했기 때문이다. 드래프트 시작 이후 가장 먼저 호명된 최주환을 비롯해 조성훈(이상 키움), 최항(롯데)과 더불어 '23년 원클럽맨' 김강민이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됐다.

35인 보호 명단에서 최주환의 이름이 제외된 것도 의외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예상치 못한 김강민의 이적으로 모든 게 잊혔다. SSG가 별다른 대비 없이 김강민을 보호 선수 명단에서 제외했고, 외야진 보강이 필요했던 한화는 4라운드 양도금 1억원을 지불하고 베테랑 외야수를 품었다.

그 파장은 엄청났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김강민의 이적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팬들의 반발이 컸다. 김광현, 한유섬 등 김강민과 오랜 기간 한솥밥을 먹었던 선수들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구단의 결정에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부랴부랴 사태 수습 나선 SSG, 팬들은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다

결국 SSG는 25일 김성용 단장에 대한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 감독 및 코치 인선과 2차 드래프트 과정에서 생긴 논란에 대한 책임을 물어 김 단장의 보직을 R&D센터(육성팀) 센터장으로 변경했다. 이후 김 전 단장은 최근 구단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모든 일이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일어났다. 모든 걸 쭉 지켜봐 왔던 팬들은 의견을 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겼고, 29일 문학경기장 주차장 입구에 근조화환을 보냈다.

근조화환 발송을 제안한 SSG팬 A씨는 "구단 레전드가 이해할 수 없는 과정을 거쳐 팀을 옮기는 모습에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핵심 책임자인 김성용 전 단장을 해임하지 않고 보여주기식 인사 이동 조치로 끝내는 것을 보고 구단이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팬 B씨는 "일이 커지자 김강민에게 은퇴를 종용했다는 기사를 보고 분노했을 뿐 아니라 가만히 있으면 최정, 김광현 등 SK와 SSG에서 오래 활약한 다른 선수들도 홀대받을 수 있겠다는 위기감이 들어 화환 발송에 참여했다"며 "구단이 프로답지 않은 일처리에 대해 선수와 팬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성난 팬심을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현장을 방문한 29일 오후 5시 30분, 생각에 잠긴 몇몇 팬들이 근조화환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화환을 지키는 팬들도 있었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승객들도 휴대전화로 근조화환이 설치된 모습을 담았다.





▲'랜더스 로드'엔 메모지가 한가득

대중교통을 이용해 랜더스필드에 오는 야구팬들은 인천지하철 1호선 문학경기장역 2번출구로 빠져나와 5~10분 동안 도보로 이동해야 한다. 지하철역과 야구장을 이어주는 '랜더스 로드'를 따라 야구장으로 가는데, 이 길에는 구단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 혹은 현역 선수에 대한 포토존이 마련돼 있다.

와이번스의 기억을 잊지 않고 싶었던 팬들은 이곳에도 많은 흔적을 남겼다. 포토존 곳곳에 메모지가 붙은 가운데, 세 시즌 만에 팀을 떠나게 된 김원형 전 감독의 포토존에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은 잊지 못할 거예요', '더 이상 감독님의 이름을 부르지 못해 아쉽습니다' 등 팬들이 전하는 메시지가 눈길을 끈다.

팬들의 메모지가 가득했던 곳은 역시나 20년 넘게 한 팀에서 뛴 김강민의 포토존이었다. 포토존 한쪽에는 계속 방문할 팬들을 위해 메모지와 펜 등이 준비된 상태였고, 현장을 방문한 팬들은 어두운 상황 속에서도 김강민을 위한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었다.





▲단장 없이 2024시즌 준비에 속도 내는 SSG

SSG는 단장의 부재라는 어려움을 안고 2024시즌을 준비 중이다. 28일에는 새 외국인 투수 로버트 더거와 총액 90만 달러(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65만 달러, 옵션 15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이튿날 1군 코칭스태프 구성을 완료했다.

송신영 수석코치, 조원우 벤치코치, 배영수 투수코치, 이승호 불펜코치, 강병식 타격 코치, 이대수 수비코치, 조동화(3루)-임재현(1루) 작전주루 코치, 윤요섭 배터리 코치가 각 분야를 담당한다. 파트별 전문성, 코칭 능력에 집중했다는 게 SSG의 설명이었다.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커크 맥카티 대신 더거를 품은 SSG은 아직 외국인 선수(투수 1명, 야수 1명) 계약을 다 끝내지 못했다. FA(자유계약) 자격을 얻은 주전포수 김민식의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2024시즌 연봉협상도 SSG를 기다린다.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변화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 만큼 SSG로선 반드시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다만 단순히 상위권 혹은 그 이상의 성적으로 팬들의 마음을 되돌리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삐걱거리는 이숭용호가 순항할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사진=인천, 유준상 기자/엑스포츠뉴스 DB/SSG 랜더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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