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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기간 내내 선수들 격려…이정후는 누구보다 '대표팀'에 진심이었다

기사입력 2023.10.10 11:00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과 함께 대회 4연패를 달성했다. 그만큼 한국으로 돌아오는 발걸음도 가벼웠고,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선수들의 표정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2주간 정들었던 선수들은 그렇게 자신의 소속팀으로 복귀했다.

그런데 한 가지 눈길을 끄는 게 있었다. 대회를 돌아보던 선수들이 하나같이 이 선수의 이름을 언급했다.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중도하차해야 했던 이정후(키움)가 그 주인공이다.

이정후는 지난 6월 발표된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에 포함돼 있었다. 그가 성적, 기량, 리더십 등 모든 게 뛰어난 선수라는 건 모두가 인정한다. 아직 나이가 젊은 만큼 현재뿐만 아니라 향후에도 대표팀의 주축 선수로 활약하길 바라는 기대감도 존재한다.

이정후는 프로 데뷔 첫해였던 2017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을 시작으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년 WBSC 프리미어12, 2021년 도쿄올림픽,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까지 모든 대회에 참가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냈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팬들과 스카우트들의 시선까지 사로잡았다.



그랬던 이정후에게 뜻하지 않은 시련이 찾아온 건 지난 7월 22일 부산 롯데전이었다. 이날 3번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경기를 뛰던 이정후는 8회말 수비 과정에서 몸 상태에 이상을 느꼈고, 곧바로 구단 트레이너가 외야로 뛰어갔다. 혼자서 걷는 게 쉽지 않았던 이정후는 부축을 받으면서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선수, 구단, 팬들 모두 큰 부상이 아니길 바랐다. 그러나 이정후는 병원 두 곳에서 정밀검진을 받은 결과 왼쪽 발목 신전지대 손상 진단을 받았다. 신전지대 손상은 발목 힘줄을 감싸는 막이 손상된 것으로 치료를 위해서는 봉합 수술이 필요한 상태였다. 재활 기간에만 3개월 정도가 필요하다는 게 키움 구단의 설명이었다.

정규시즌이 10월 초, 늦어도 중순에 끝나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잔여경기 출전이 어려워졌다. 게다가 9월 말 대표팀 소집이 예정돼 있던 만큼 이정후는 아시안게임에도 나갈 수 없게 됐다. 아무리 회복세가 빨라도 아시안게임 전까지 돌아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렇게 이정후는 한동안 자리를 비우게 됐지만, 치료와 재활을 병행하며 회복에 전념했다. 지난달 28일 고척 SSG전부터 1군 훈련에 참가하며 선수단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 3일 두산과의 원정경기를 앞두고서는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정후는 소속팀뿐만 아니라 항저우로 떠난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선수들까지 챙겼다. 이달 초 인터뷰를 통해서 "함께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한국에서 열심히 응원하겠다. 꼭 금메달 따고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소속팀 동료이자 대표팀 주장 역할을 수행한 김혜성(키움)은 귀국 직후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이)정후에게도 연락이 왔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도 대만에 졌고, 우리도 그러다가 우승했으니까 절대 안 좋은 생각하지 말아라.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고 말해줘서 다같이 으쌰으쌰 했던 것 같다"며 "정후도 대표팀에 가는 건 너무 좋은 일인데 함께하지 못해서 아쉬워하더라. 그래서 계속 그렇게 하지 않았나 싶다"고 이정후의 응원에 고마움을 표했다.

결승전 직후 이정후와 영상통화로 금메달의 기쁨을 나눈 '1998년생 동갑내기' 나균안(롯데)도 이정후 덕분에 힘을 얻었다. 나균안은 이정후와 영상통화를 하는 모습을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공유해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나균안은 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시즌 15차전에 앞서 "금메달을 따고 나서 처음에는 전화를 못 받았는데, 라커룸에 들어가서 전화를 받은 뒤 시상식이 끝나고 나서 영상통화를 했다"라며 "(이정후가) 한국 있을 때부터 가서 잘하고 오라고 했고, 대만과 결승전을 치르기 전에도 먼저 연락해서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이정후의) 유니폼 준비해놓는다고 장난을 치기도 했다. 그러면서 (분위기가) 좋았다"고 돌아봤다.

이밖에 이정후는 대회 기간 동안 자신의 SNS으로 대표팀에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고, 시상식에서 눈물을 흘린 '매제' 고우석(LG)에 대한 축하도 잊지 않았다.

그만큼 이정후는 '태극마크'가 주는 의미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더라도, 또 같은 장소에 머무르고 있지 않더라도 응원을 보낸 이정후 덕분에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된 대표팀은 힘을 낼 수 있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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