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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성명문?…나폴리 "오시멘 조롱 의도 없었어"→팬들 "사과 한 마디 없네?"

기사입력 2023.09.29 08:01 / 기사수정 2023.09.29 08:01



(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최근 빅터 오시멘을 조롱하는 영상을 게시해 논란의 중심에 선 SSC나폴리가 사과 없는 성명문으로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나폴리는 지난 28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클럽의 자산인 빅터 오시멘을 불쾌하게 하거나 조롱하려는 의도가 결코 없음을 명시한다"라고 공식 성명문을 발표했다.

나폴리가 오시멘에 대한 성명문을 발표한 배경은 다음과 같다. 나폴리는 지난 25일 이탈리아 볼로냐에 위치한 스타디오 레나토 달라라에서 열린 2023/24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5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득점 없이 0-0 무승부를 거뒀다.

나폴리는 후반 27분 페널티킥을 얻으면서 앞서갈 기회를 얻었지만 이를 오시멘이 실축하면서 끝내 결승골을 터트리지 못해 승점을 1점만 챙겨야 했다. 볼로냐전에서 무승부를 거뒀지만 곧바로 다음 경기인 우디네세전에서 4-1 완승을 거두며 나폴리는 개막 후65경기에서 승점을 11점(3승2무1패)을 올리며 5위로 올라섰다.





사건은 볼로냐전 이후에 발생했다. 나폴리 공식 동영상 플랫폼 계정은 지난 27일 오시멘이 볼로냐전에서 핸드볼을 통해 페널티킥을 얻어냈지만 아쉽게 실축한 장면을 편집해 게시했다.

이는 구단 소속 선수의 실수를 부각하는 영상이었기에 선수의 이미지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상이며, 지난 시즌 팀의 33년 만의 우승을 이끌며 세리에A 득점왕까지 차지한 오시멘에게 나폴리가 제대로 된 대우를 했다고는 이해할 수 없는 태도였다.

문제는 추가적인 영상이 더 있었다는 것이다. 나폴리가 게시한 또 하나의 영상 속에서 오시멘 밑에 자막으로 "남자도, 여자도 아니다. 코코넛이다"라는 내용이 담겨져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이는 단순히 머리 스타일에 대한 내용일 수도 있지만, 나이지리아 출신인 오시멘의 피부색과 코코넛의 색깔까지 겹쳐 굉장히 인종차별적인 비하가 될 수 있는 영상이었기에 구단의 몰상식한 동영상 게시 논란은 더욱 커졌다. 

다른 팀도 아니고 소속팀이 자신의 실수를 부각하고, 인종차별이 의심되는 영상을 게시하자 오시멘은 크게 분노했다. 그는 곧바로 그동안 자신의 SNS에 게시했던 나폴리 관련 사진을 모두 삭제하면서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오시멘의 에이전트도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에이전트 로베르토 칼렌다는 이에 대해 "우리는 나폴리 공식 계정에서 올린 영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 오시멘을 조롱하는 영상이 공개됐다가 뒤늦게 삭제됐다"라고 입장을 전했다.

이어 "선수에게 매우 심각한 피해를 입혔으며, 선수가 언론과 가짜 뉴스 사이에서 겪고 있는 심적 문제를 가중시키는 심각한 사실이다"라며 "우리는 오시멘을 보호하기 위해 법적 조치와 가능한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라며 법적 대응도 불가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번 사건을 두고 많은 축구 팬들이 소속팀 에이스한테 무례한 짓을 범한 나폴리한테 많은 비판을 가했다. 비난이 거세지자 나폴리는 곧바로 성명문을 준비하면서 오시멘을 조롱하거나 비하할 의도는 일절 없었다고 강하게 항변했다.

나폴리는 "우린 이 주제에 대해 어떠한 조작도 피하고자 클럽의 기술적 자신인 빅터 오시멘을 불쾌하게 하거나 조롱하려는 의도가 결코 없었음을 명시한다"라며 "이를 입증하기 위해 지난 여름 프리시즌 동안 구단은 오시멘에 대한 해외 클럽의 이적 제의를 모두 단호히 거부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는 SNS, 특히 틱톡의 경우엔 오시멘을 주인공으로 삼은 경우처럼 모욕이나 조롱할 의도 없이, 항상 가볍고 창의적으로 만들어지는 건 흔한 사례이다"라면서 "그러나 오시멘이 자신에 대한 공격성을 인지했지만 이는 구단이 의도한 게 아니었다"라고 덧붙였다.

영상을 게시한 건 가벼운 의도였을 뿐, 오시멘을 결코 불쾌하게 만들 생각이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한편, 나폴리는 성명문을 통해 해명에 나섰지만 이는 오히려 팬들의 반반을 더 키우는 역효과를 낳았다. 의도에 상관없이 오시멘이 불쾌할 만한 행동을 했음에도 팬들은 나폴리가 내놓은 성명문 속에서 사과의 메시지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CBS 스포츠' 소속 벤 제이콥스 기자도 SNS을 통해 나폴리 성명문을 게시하면서 "나폴리는 빅터 오시멘을 조롱하는 틱톡에 대한 성명문을 발표했다"라며 "105개의 단어가 있었지만 단어들 중 '미안하다(Sorry)'가 하나도 없었다. 이는 아무 말 안 하는 것보다 나쁜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나폴리가 제대로 된 사과문을 작성하지 않으면서 빠른 시일 내에 오시멘이 클럽을 떠날 수도 있는 추측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오시멘은 지난 2020년 여름 나폴리로 이적하며 세리에A 최고 이적료 수준인 7500만 유로(약 1056억원)의 이적료를 발생시키며 주목받았다. 지난 시즌 오시멘은 김민재, 흐비차 크바르츠헬리아와 함께 나폴리의 세리에A 우승을 이끌며 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성장했다. 

지난 시즌 리그 30경기에 선발 출전해 26골을 넣으며 세리에A 득점왕에 올랐던 오시멘은 파괴력 있는 돌파와 골 결정력을 선보이며 팀의 핵심을 자리 잡았으며, 이번 시즌도 개막 후 리그 6경기에서 4골을 터트리면서 득점왕 레이스에 합류했다.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리그 중 하나인 이탈리아 세리에A를 평정했고, 1998년생이라 나이도 25세로 젊은 선수이기에 유럽 빅클럽들이 오시멘에 대해 관심을 드러냈지만 구단이 핵심 선수를 지키겠다는 완강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오시멘은 2023/24시즌도 나폴리에서 보내게 됐다.





오시멘도 나폴리에 큰 애정을 드러내면서 재계약에 서명할 생각이었다. 이에 대해 이탈리아 축구 소식에 정통한 잔루카 디 마르지오 기자는 지난 8월 "오시멘의 재계약 발표가 임박했다. 남은 건 서명뿐이고, 재계약을 통해 오시멘은 2026년까지 나폴리에 잔류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기존에 2025년 6월까지였던 계약 기간이 1년 더 늘어난 것뿐이지만, 재계약을 통해 오시멘은 나폴리 최고 연봉자가 될 예정이었다. 디 마르지오 기자에 따르면, 재계약을 했을 경우 오시멘이 받게 될 연봉은 1000만 유로(약 143억원) 이상이다.

또 현재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고 있는 김민재처럼 계약서에 바이아웃 조항을 추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아웃은 일정 액수를 지불하는 것으로 선수와 구단 사이에서 체결한 계약을 무효화해 구단의 허락 유무에 상관없이 해당 선수와 개인 협상을 할 수 있는 조항이다. 이를 통해 뮌헨은 바이아웃 5000만 유로(약 714억원)를 나폴리에 지불하고 김민재를 데려갔다.

세계 최고의 수비수 중 한 명인 김민재를 다소 저렴한 이적료로 내보낸 나폴리는 두 번의 실수를 피하기 위해 오시멘 바이아웃을 1억 5000만 유로(약 2141억원)로 설정할 계획이었다. 또 김민재처럼 세리에A 라이벌 팀에게 핵심 선수를 내주지 않기 위해 해외 클럽에게만 유효하다.





문제는 재계약 서명을 눈앞에 두고 나폴리가 오시멘 측을 분노하게 만들면서 재계약 자체가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만일 재계약이 불발될 경우 오시멘은 2024년 여름에 남은 계약 기간이 1년 밖에 되지 않아, 나폴리는 오시멘을 FA(자유계약선수)로 내보내는 걸 피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오시멘을 팔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또 최근엔 오시멘이 신임 사령탑 뤼디 가르시아 감독과 언쟁을 벌이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재계약 성사 가능성이 안갯속으로 빠졌다. 팽팽한 0-0 무승부가 이어지던 볼로냐전에서 가르시아 감독이 오시멘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는데, 오시멘은 이 결정을 납득하지 못해 공개적으로 항의했다.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면서 오시멘은 가르시아 감독을 향해 손가락 2개를 치켜세웠다. 당시 현장에 있는 기자들은 오시멘이 "두 명의 공격수가 필요하다"라고 가르시아 감독한테 프랑스어로 소리쳤다고 주장했다. 즉, 득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공격수 숫자를 늘리는 게 아니라 자신을 뺀 선택에 대해 불만을 품은 것이다.

재계약을 앞두고 감독과의 불화와 더불어 구단이 소속팀 선수를 조롱하는 영상을 게시하고, 기껏 발표한 성명문에서도 사과가 일절 보이지 않으면서 나폴리와 오시멘이 극적인 화해에 성공할 수 있을지 물음표가 붙었다.


사진=EPA, AP/연합뉴스, 더선, 나폴리 홈페이지, 제이콥스 SNS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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