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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우 짜요!" 외쳤던 판잔러…라이벌 향한 '리스펙' 진심이었다 [항저우 리포트]

기사입력 2023.09.28 11:06 / 기사수정 2023.09.28 14:40



(엑스포츠뉴스 중국 항저우, 김지수 기자) 한국 수영의 간판 황선우(20)와 중국 수영 단거리 에이스 판잔러(19) 사이에는 국경을 뛰어넘는 끈끈한 '리스펙(respect)'이 있었다. 서로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선의의 경쟁을 통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었다.

황선우는 27일(한국시간) 저녁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Hangzhou Olympic Sports Centre aquastic sports arena)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44초40의 한국 신기록 및 아시안게임 신기록을 수립하고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황선우는 이틀 전인 지난 25일 남자 계영 800m에서 한국 수영 역사상 첫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을 이끈 데 이어 이번 대회 두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황선우와 함께 자유형 200m 결승에 출전한 이호준(22)도 1분45초56을 기록, 동메달을 따냈다.  

황선우는 결승에서 초반 50m 턴 지점부터 24초33으로 치고나갔다. 24초57를 기록한 판잔러를 제치고 결승에 출전한 8명의 선수 중 가장 선두로 레이스를 펼쳤다. 이후 마지막까지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승부는 100~150m에서 완전하게 갈렸다. 황선우가 이 구간을 26초92로 돌파한 반면, 판잔러는 27초75로 스피드가 주춤했다. 150m턴을 할 때 황선우의 기록은 1분17초61로, 판잔러의 1분19초29와 비교해 1.68초나 앞서면서 사실상 승부가 갈렸다. 판잔러는 이 때 이호준(1분18초51), 마노(1분19초04)에도 뒤지며 4위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황선우는 마지막 150~200m 구간에서도 페이스를 유지했다. 판잔러도 마지막 순간 마노와 이호준을 차례대로 제치고 2위까지 올라섰지만 황선우와 격차를 좁히지는 못했고 황선우가 금메달, 판잔러가 은메달을 가져갔다.

판잔러는 지난 24일 자유형 100m 결승에서 46초97의 아시아기록을 작성하고 금메달을 따냈다. 반면 황선우는 이번 대회 목표 중 하나였던 이 종목 우승 대신 동메달에 만족한 채 다른 종목 레이스를 준비했다. 



자유형 200m에서는 황선우와 판잔러의 메달 색깔이 바뀌었다. 황선우는 자신의 주종목 자유형 200m에서 '아시아 No.1'에 등극한 반면 판잔러는 개인전 금메달을 하나 더 추가하려던 계획이 틀어졌다. 

자유형 200m 결승 레이스를 마친 두 사람은 수영장 밖으로 나와 서로를 격려했다. 판잔러는 황선우의 오른손을 잡아 들어 올리면서 '자유형 200m 챔피언'이 중국팬들에게 박수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했다. 

판잔러는 시상식에서도 황선우의 오른손을 잡아 치켜세웠다. 자신이 자유형 200m 금메달을 따지 못한 아쉬움은 얼굴에서 보이지 않았다. 마치 한국 대표팀 선수 중 한 명처럼 황선우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판잔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황선우, 이호준이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을 때 함께했다. 다가와 평생 추억으로 남을 순간을 사진에 담기도 했다. 



언론에서는 황선우와 판잔러의 라이벌 관계를 부각시키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숱한 국제대회를 함께 치르면서 깊은 우정을 나누고 있었다. 언어가 다른 탓에 속깊은 얘기를 주고 받기는 어렵지만 수영인들 사이에서 통하는 무언가가 확실하게 있어 보였다.

판잔러는 이날 오전 열린 자유형 200m 예선 4조 경기를 마친 뒤 자신보다 먼저 3조에서 예선을 치른 황선우를 믹스트존에서 만난 뒤 반갑게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황선우가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모습을 바라보며 가볍게 악수를 나눈 뒤 "짜요(힘내)"라는 덕담을 건넸다.

황선우도 판잔러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와 라이벌 관계가 부각되고는 하지만 이 친구는 굉장히 착한 동생이다. 또 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선수 중 한명이다"라고 기량을 인정했다. 



27일 경기 일정을 모두 마친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는 "자유형 200m 결승에서 판잔러와 함께 레이스를 했는데 끝나고 판잔러가 축하해 주고 손도 올려줘서 고마웠다"며 "판잔러라는 대단한 선수와 멋진 경쟁을 할 수 있어서 뜻깊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경영 종목에서 27일까지 금메달 3개 포함 13개의 메달을 수확하며 성공적으로 대회를 치르고 있다. 28일부터 남자 중장거리의 간판 김우민이 자유형 400m, 800m 출전을 앞두고 있어 목표였던 최소 4개 금메달 획득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한민국 수영 대표팀 항저우 아시안게임 성적(금3 은2 동8)

▲금메달(3개)
-수영 남자 계영 800m : 황선우, 이호준, 김우민, 양재훈, 이유연, 김건우
-수영 남자 자유형 50m : 지유찬
-수영 남자 자유형 200m : 황선우

▲은메달(2개)
-수영 남자 자유형 1500m : 김우민
-수영 남자 혼계영 400m : 황선우, 이주호, 최동열, 김영범, 이호준, 조성재, 김지훈

▲동메달(8개)
-수영 남자 배영 100m : 이주호
-수영 남자 자유형 100m : 황선우
-수영 남자 자유형 200m : 이호준
-수영 남자 평영 100m : 최동열
-수영 여자 배영 100m : 이은지
-수영 여자 배영 200m : 이은지
-수영 여자 개인혼영 200m : 김서영
-수영 혼성 혼계영 400m : 황선우, 최동열, 김서영, 이은지, 이주호, 허연경

사진=중국 항저우, 김한준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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