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5 16:35
사회

[함께 나눠요] '세 아이와 아픈 아내 두고 집 나간 남편…'

기사입력 2011.06.30 01:41 / 기사수정 2011.08.02 02:30

이우람 기자

[엑스포츠뉴스] 송이(가명, 35세) 씨는 8년 전 자궁적출 수술 후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커튼을 바꿔달거나 부엌에서 세 아이를 위해 요리하는 일 모두 송이 씨에게는 버거운 일이 되었다. 무기력하고 절망적인 시간을 보내는 송이 씨에게 아이들이야말로 축복이고 희망이다.

남편의 외도

셋째 아이를 낳았지만 남편에게는 소식이 없었다. 아이를 친정에 맡기고 분유와 기저귀 값을 마련하기 위해 채 산후조리조차 제대로 못 하고 식당과 마트로 일을 나갔다.

아침에 나가 밤늦게 들어오면 3살 된 첫째 대범이가 엄마를 기다리다 눈물범벅으로 잠들어 있었다. 어린 나이에 엄마와 분리되어 그리움이 커서인지 대범(가명, 10세)이는 아직도 엄마에 대한 애착증세가 강하다.

"대범이는 유독 어리광이 심해요. 그러다가도 의젓하게 두 동생을 챙기는 걸 보면 마음이 아프고 대견하고…심정이 복잡합니다."


 

8시간 대수술

"막내를 낳고 배가 찌르듯 아팠지만 병원 갈 엄두가 안나 미뤘어요. 하루는 하혈이 심해 산부인과를 찾았지요. 배에 고인 피를 빼내고 자궁도 드러내야 한다더군요."

8시간의 대수술, 아이들은 3살과 2살, 막내는 막 뒤집기를 시작했을 때였다. 마취에서 깨어날 때 아이들 안부가 가장 궁금했다는 송이 씨. 병실에 얼굴도 안 비치는 남편 원망은 그 다음이었다.

"예전에 하던 일은 하나도 못 하게 될 겁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환자에게는 큰일이 되는 거예요."

의사의 말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몇 달을 버티다가 생활에 쪼들려 다시 마트에 나갔지만, 서 있기만 해도 허리가 끊어질 듯 통증이 심했다. 허리를 굽혀 과일 깡통을 드는 일조차 벅찼다. 송이 씨는 이틀 만에 집에 몸져누웠다.

스스로 등교하는 아이들

"어쩌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이들 모두 학교에 가고 없어요."

송이 씨는 1년 전부터 우울 치료를 받고 있다. 젊은 나이에 원하는 노동을 할 수 없다는 자괴감, 아이들을 제대로 뒷바라지 못한다는 자격지심이 가장 큰 요인이다. 심한 수면장애까지 와서 낮과 밤의 구별이 없다.

이런 형편 속에서도 대범이와 대성(가명, 9세)이는 공부욕심이 많다. 담임선생님은 가정통신문에 대범이가 꼼꼼하게 수학 문제를 다룬다고 수학자로 키워도 될 것 같다고 썼다. 대성와 윤아는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즐겨 읽는다.

"하루는 대범이가 처음으로 수학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속내를 보였어요. 형편이 어려워서 혼자 하라고 했지요. 마음이 아파서 잠든 아이를 보며 밤새 울었어요."

아이들은 몸이 힘든 엄마를 대신해 틈틈이 가사를 돕는다. 대범이가 걸레를 손빨래하는 동안 대성이는 대걸레질을 하고 윤아는 개수대에 모인 저녁 설거지를 처리한다.

  

월세 보증금 채무

"동생들 준비물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대범이가 남편처럼 든든해요. 밖에 외출할 때 반드시 엄마에게 물어보고 답을 구하는 기특한 아이에요."

대범이 가족은 정부로부터 매달 116만원을 지원받는다. 대부분 월세, 부채 원금과 이자, 공과금으로 나가고 나면 한 달 식비가 채 10만원이 안 된다.

"지원금이 아니었으면 우리 새끼들 이만큼도 키우지 못했어요. 늘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대범이네는 방 2칸 집으로 이사하면서 보증금 5백만 원을 빚졌다. 이미 부채가 상당부분 있어서 매달 빠져나가는 이자가 만만치 않다. 월세 보증금을 지원하면 네 가족의 불안정한 생활이 교정되어, 빠른 시일 안에 아이들이 원하는 학습을 지원해줄 수 있다.

이웃 어른들의 격려와 따뜻함이 대범이 형제에게 새로운 용기를 줄 수 있다. 지금 아이들에게는 지속적인 학습지원이 필요한 시기다.

※ 대범이(서울 송파)에게 도움을 주길 원하시는 분은 <야후! 나누리> 를 통해 온라인후원을 하거나, <월드비전>(☎ 02-784-2004)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온라인뉴스팀 press@xportsnews.com  

[글] 엄진옥 기자 / [편집] 이우람   


 



이우람 기자 mila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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