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0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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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6th] 이거 어디서 나온 짤인 줄 알아? [MZ야 놀자③]

기사입력 2023.09.22 08:50



우후죽순 생겨나는 밈과 K-콘텐츠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유행… 그럼에도 우리에겐 굳이 찾아듣는 옛날 명곡, 밥 먹을 때마다 찾게 되는 과거의 드라마들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요즘 친구들은 뭐 좋아하냐고요? 엑스포츠뉴스 창간 16주년을 맞아 MZ기자들이 직접 나섰습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오승현 기자) 적재적소에 배치하기만 하면 온라인 게시글과 메시지를 더욱 풍성하게 해 주는 이모티콘, 긴 글로 감정을 표현하지 않아도 날 표현할 수 있게 해주는 짤(온라인 상에서 그림이나 사진을 일컫는 말)들이 MZ세대들에게 각광 받고 있습니다.

그 중 소라게 짤, '아 안 돼' 짤, 궁예 '누구인가' 짤 등 다양한 작품 속 장면들이 캡쳐로 남아 여러 SNS에서, 커뮤니티에 자주 등장하기도 합니다. 풍부한 배우들의 표정 탓에 과거에서부터 화제가 된 이러한 짤들은 현재까지도 세대를 불문하고 '스테디셀러'처럼 사용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너무 오래전에 방영해 고전 작품이 되어버린 명작들을 보지 못한 친구들까지 짤 속 이야기도 모른 채 사용하고 있죠.

내 갤러리 한 칸을 차지하고 있는 짤이지만 어디서, 언제, 왜 나온 장면인지 모르고 있는 MZ들을 위한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 이병헌 "아 안돼"



유튜브를 틀기만 하면 등장하는 이병헌의 '아 안돼' 짤. 해당 짤은 2009년 방영된 KBS 2TV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나온 장면입니다.

절친이었던 진사우(정준호 분)에게 죽임을 당할 뻔한 김현준(이병헌)을 구해준 유정훈(김갑수). 그는 김현준에게 그의 부모를 죽인 배후와 과거 일을 모두 알려주는 사람인데요.

그런 유정훈은 백산(김영철)의 손에 죽임을 당합니다. 동영상으로 사살 장면을 본 김현준은 절망에 가득 차 '아 안돼'라며 절규하고 눈물을 흘립니다.

잘라서 보면 이병헌의 정직한 발성과 못 볼 걸 본 듯한 모습이 눈에 띄는 해당 장면은 각종 영상에서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요소로 쓰이며 유머스럽게 남았지만 사실은 슬픈 장면이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 권상우 '소라게', '조개 윙크'



슬픈 장면들, 안쓰러운 장면들이 짤이 되며 웃긴 이미지로 남은 짤들이 또 있습니다.

너무나도 유명한 권상우의 '소라게 짤'. 해당 짤은 2005년 방영된 MBC 드라마 '슬픈연가'에서 나온 장면입니다. 이는 시각 장애인이던 혜인(김희선)이 앞을 보게되자 자신보다 더 좋은 남자라고 여겼던 건우(연정훈)에게 혜인을 보내려는 준영(권상우)의 애틋함과 진심이 담긴 장면이죠.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에게 기대 웃고 있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어 눈을 가린 장면이 명장면으로 탄생한 건데요. 권상우는 해당 장면에 대해 "아름답고 슬픈 장면인데 이렇게 회자될 줄 몰랐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눈을 모자로 가리는 아이디어는 권상우가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연기했던 것이라는 장면. 권상우의 진심이 담긴 표현이 어린 친구들에게도 명배우로 자리매김하게 했죠. 배우 또한 "어린 친구들이 제 짤로 유쾌하게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 그걸 통해 저란 배우를 계속 기억하고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라며 자신의 밈에 대한 생각을 밝혔습니다.



번외로 '시력교정술을 받은 내 모습'으로 유명한 조개 짤 역시 '슬픈연가'에서 탄생한 짤로, 준영이 혜인에게 장난치던 장면으로 작품 속에서도 달콤한 에피소드로 꼽힙니다. 권상우는 당시 슬픈 연기를 많이 해 지친 김희선을 위한 애드리브로 처음 구상했는데 실제로 방송됐다고 밝혔습니다.

▶ 전광렬 '웃픔 짤', '크림빵'



'짤 부자'의 대명사 전광렬의 웃픔(웃음+슬픔) 짤 또한 슬픈 장면 중 하나입니다. 슬픈 눈이지만 웃는 표정으로 미묘한 감정을 표현된 해당 장면은 2009년 방영된 SBS 드라마 '태양을 삼켜라'의 최종회에서 나오는데요.

민호(전광렬)는 스스로 세상을 떠나기 전 아들 정우(지성)에게 용서를 구하며 "아비란 인연이 미안하다. 나와의 악연은 그만 잊어버려라"라고 울부짖는 장면입니다. 정우는 그런 아버지와 마주 본 채 함께 눈물을 흘려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리기도 했죠. 

민호는 마약, 밀거래 등 성공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고 범죄를 저질렀으며 자신을 구하고 충성했던 정우를 배신하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사업의 성공을 위해 주변 인물까지 다 적으로 돌리던 그는, 정우가 자기 아들임을 알고 죄책감을 느끼게 되죠. 이야기를 알고 웃픔 짤을 보면 죄책감과 후회, 속 시원함이 모두 드러나는 전광렬의 표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배우 또한 표현이 힘들어 애정이 가는 장면이라고도 밝힌 바 있습니다.



크림빵 아저씨로도 유명했던 그는 2010년 방영한 KBS 2TV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에서 해당 짤을 만들었습니다. 달콤한 빵 냄새를 쫓아 온 어린 탁구(오재무)와 마주친 일중(전광렬)은 빵을 조잘조잘 설명하는 탁구에게 제빵에 재능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일중은 그날 자신이 만든 빵을 탁구와 함께 나눠 먹으며 해맑은 미소를 짓는 장면이 레전드 짤로 남아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전광렬은 울컥한 장면, 입틀막 짤, 찔끔 짤 등 다양한 작품에서 다채로운 표정으로 짤을 생성해 예능 등에서 이를 재현하며 유쾌한 나날을 보내 어린 세대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 김영철 "사딸라", "누구인가"



'짤 부자'로 방영 당시 태어나지도 않았던 세대에게 다시 회자되며 CF 스타가 된 배우 김영철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위엄있는 얼굴과 단호한 목소리로 '사달라', '누구인가'를 외치는 그는 인터넷 밈이 되어 지금까지도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종종 등장합니다.

'사달라' 짤은 2002년부터 2003년까지 방영된 SBS '야인시대'에서 김두한 역을 맡은 김영철이 6.25 전쟁 당시 미합중국 육군 보급을 운반하던 노동자들의 파업이 일어나자 미군을 상대로 이들의 임금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나옵니다.

당시 보급 노동자들의 일당이었던 1달러에서 4달러로 올려 달라는 주장을 내세운 김두한은 "사딸라"를 연신 외치며 막무가내 협상에 나섰고, 이에 미군은 이를 승낙하죠.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위엄있게 '오케이 땡큐, 사달라'를 덧붙인 김영철의 연기, 방영 당시에는 소소하게 화제가 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약 12년이 지난 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달라' 클립을 게재하며 '야인시대'를 모르는 세대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얻게 됐습니다. 식지 않는 짤의 인기에 김영철은 '4달라'를 다시 한번 외치며 햄버거 광고까지 찍게 됩니다.



김영철의 짤 흥행은 '태조 왕건'에서도 이어집니다. '야인시대'보다 앞선 2000년에  방영된 KBS 대하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궁예(김영철)는 자신이 계획한 법회에서 관심법을 시전하던 도중 누군가가 기침하자 "누구인가. 지금 누가 기침 소리를 내었어?"라며 분노합니다.

기침이 자신의 행위임을 자백한 관료에게 궁예는 "머릿속에 마구니가 가득하다"며 그를 죽일 것을 지시해 또 하나의 명대사를 생성하기도 했는데, 독재를 넘어 정상이 아닌 듯한 궁예의 상태를 가장 잘 보여주는 듯한 해당 장면은 20년이 지나서 각종 패러디를 생성하며 이모티콘으로 각광받기 시작했습니다.

마찬가지로 김영철은 '누구인가' 대사로 뷰티 CF를 촬영하게 됐고, 그는 어린 학생들이 자신을 알아본다며 나름의 뿌듯함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 현실 공감 짤 발굴은 계속된다



외에도 퇴근짤, 택배짤로 현대인들의 공감을 산 짤들도 다양하게 존재하는 요즘입니다. 너덜너덜해진 비주얼과 죽어가는 눈빛으로 터벅터벅 걷는 그의 모습은 '퇴근 길의 내 모습', '대학교 MT 다음 날', '숙취짤' 등의 제목으로 쓰이는데, 이는 2013년 방영된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 나온 장면으로 장현(성동일)이 밤새 고문을 받다가 아침에야 풀려나 걷는 장면이었습니다.



또한 설레는 마음으로 택배를 받는 내 모습같다는 이유로 사랑을 받은 정재영의 짤은 2005년 개봉 영화 '나의 결혼 원정기'의 공식 스틸 사진이라고 합니다. 서른 중반이 되도록 여자 손 한 번 못 잡은 시골 청년 만택(정재영)이 우즈베키스탄으로 신부를 찾으러가는 내용의 영화인데, 결혼에 대한 기대에 가득 찬 인물을 표현하는 완벽한 짤이었습니다.

작품 속 캡처 장면인 줄 알았던 짤의 정체가 사실은 영화 개봉 전 먼저 공개된 스틸컷이라니 놀랍죠?

출처도, 상황도 모른 채 모두가 쓰니 따라 쓰기 시작한 짤들. 짤 이용자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방영된 작품이라 알아볼 기회가 없었을 텐데요. 짤의 서사와 상황을 모아보니 더욱 새롭기도 합니다.

매일 새로운 콘텐츠가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는 시점입니다. 유쾌한 네티즌들은 이 시간에도 새로운 짤을 발굴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도 결국 찾게 되는 레전드 짤이 건재한 이유는 작품 속 연출과 배우의 연기력 등 다양한 요소와 노력이 합쳐졌기에 가능했음을 새삼 느낍니다.

유행하는 특정 짤들은 그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대중들끼리만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이 되기도 하는데요. 앞으로도 웃음 요소를 만들고 공유하며 대중예술을 또 한 번 즐겁게 소비하는 우리가 되길 기대합니다. 
 
사진 = 각 방송사 유튜브, 온라인 커뮤니티

오승현 기자 ohsh1113@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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