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8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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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제작 드라마의 한계?…피할 수 있었던 논란 [엑's 초점]

기사입력 2023.07.11 21:30



(엑스포츠뉴스 윤현지 기자) 사전제작 드라마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피할 수 있었던 논란마저 가중되는 모습에 의아함이 더해진다.

사전제작 드라마는 과거에도 시도되긴 했으나 그 수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다양한 OTT 플랫폼의 등장과 콘텐츠 확장, 코로나 펜데믹 기간 등 여러가지 요인이 합쳐져 이제는 사전제작 드라마의 수가 더 많아졌다.

사전제작 드라마의 명과 암은 이전부터 언급이 돼왔다. 장점은 제작의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고 그에 따라 충분한 후반작업도 가능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청자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피드백할 수 없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혔다.

피드백이 반영되지 않는 단점은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점차 사그라들었다. 완성도는 물론 영화보다 접근성도 좋으면서 사전제작 드라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른 부분에서 사전제작 작품의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편성 문제. 이미 모든 촬영을 마쳤음에도 편성이 되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제작사는 제작비에 문제가 생기며, 배우 역시 편성에 자유로울 순 없다. 

이 때문에 갑자기 동시간대에 드라마가 편성되기도 하고, 아무리 기다려도 촬영한 작품이 공개되지 않아 속만 타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한 배우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사전 제작 드라마를 계속 촬영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편성이 되지 않아, 활동에 공백기가 생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작품이 공개가 되어서도 논란은 계속 됐다.

최근 눈길을 모은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사냥개들'. 제작을 이미 마친 상태에서 출연자 리스크가 터졌다. 스토리 진행의 주요 캐릭터임에 따라 통편집이 불가했고, 결국 작품의 한 챕터가 마무리된 후 다른 배우가 히로인 역할을 대체하는 교체 아닌 교체가 이루어졌다.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은 병원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로 크론병 논란, 한약 비하 논란 등 의학 자문과 관련한 여러 논란에 구설수에 올랐다. 한약 논란은 대사의 '한' 자를 묵음 처리하는 데 그쳤지만 이후 크론병 논란도 거세지자 "충분한 설명이 부족했다"며 사과했다.

ENA '보라! 데보라' 역시 신중하지 못한 역사적 발언이 문제가 됐다. 데보라(유인나 분)는 외모를 가꾸고 치장하는 것은 생존의 문제라고 이야기하며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자기 배설물 위에 누워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누군가는 한 컵의 물을 받아서 반만 마시고, 나머지 반으로는 세수를 했다. 유리 조각으로 식판 뒤에 얼굴을 보면서 면도도 했다. 그리고 살아남았다"고 말해 논란이 일어났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들을 집단학살한 비극의 장소로, 민감하게 다뤄야할 역사적 공간을 외모 치장의 중요성의 예시로 들기에는 부적합했다.

최근 JTBC 드라마 '킹더랜드' 역시 아랍 문화 왜곡과 관련한 논란에 휩싸였다. VIP로 등장한 사미르(아누팜 분)가 바람둥이에 음주와 유흥을 즐기는 인물로 묘사된 것.

제작진 측은 "가상의 설정"이라고 입장을 밝혔지만 극 중 '아랍 왕자'라는 대사와 아랍어를 사용하는 장면도 나와 충분히 오해를 살 수 있는 상황이었다. 현재 해명에도 불구하고 해외 시청자들의 거센 항의는 계속되고 있다.  



'닥터 차정숙', '보라! 데보라', '킹더랜드' 모두 사전 촬영 및 제작에 들어간 작품이지만 앞서 언급한 '사냥개들'의 출연자 논란과는 다소 성격이 다르다. 

출연자 논란은 제작진에게 있어 사고에 가깝지만 왜곡이나 비하 논란은 작품이 공개되기 전까지 충분한 자문의 시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중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사전제작 드라마들은 대체로 해외 플랫폼 공개를 함께 하기 때문에 논란 후 조치도 어렵다. '닥터 차정숙' 김대진 감독은 엑스포츠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OTT는 계약서를 많이 쓴다. 하나만 바꿔도 큰일이 된다. 계약사항을 어기게 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당연히 10여 년 전 언급되던 '쪽대본', '실시간 편집'보다야 환경적으로, 콘텐츠의 퀄리티 부분에서도 사전제작이 훨씬 이점이 있다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사전제작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본적인 문제마저 놓치고 가는 현 상황에서 콘텐츠 제작에 있어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때이다. 

홍성일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는 "이번 논란과 관련 기저에는 불성실이 자리하고 있다. 창작 과정에서 스테레오타입, 편견 등에 대한 성찰이 부재하거나 성실한 자료조사가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로 충분히 예방가능했다는 측면에서 더 안타깝다"며 이번 논란에 대해 일침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OTT 서비스를 통해 한국 드라마가 전세계적으로 유통되면서 한국의 창작자들이 나름의 국제적 맥락을 부여하려는 욕심이 커져 국제적 문화 다영성에 대한 자세한 조사 없이 납작하게 서사를 구축하면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현상을 분석했다. 

이어 "한국은 이제 주요한 문화 콘텐츠 생산국으로 수익과 화제성도 중요하지만 국제 사회에서 세계를 어떻게 재현할 것인가, 뿐만 아니라 인권 의식이나 타인에 대한 배려 등 책임의식도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사진=앤피오엔터테인먼트, 바이포엠스튜디오, SLL, 넷플릭스, ENA

윤현지 기자 yhj@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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