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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셀로' 셰익스피어 명작이 주는 힘…이설, 데뷔 첫 연극 [종합]

기사입력 2023.05.18 16:56 / 기사수정 2023.05.18 16:56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명작 중 하나인 연극 '오셀로'가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 속 인간의 본성과 진실을 고찰한다.

서울 예술의전당 30주년 기념 연극 '오셀로'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다.

연극 '오셀로'는 베네치아의 무어인 용병 출신 오셀로가 악인 이아고에게 속아 넘어가 정숙한 아내 데스데모나를 의심하고 질투하다 결국 살해한다는 이야기를 그린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심리 묘사가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꼽힌다.



박호산, 유태웅, 손상규, 이설, 이자람, 이호재가 출연하고 있다. 

18일 진행한 프레스콜에서 박정희 연출은 "흔히 얘기할 때 오셀로는 이아고의 연극이라고 하고 이아고가 주인공이라고 한다. 그래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그럼 왜 셰익스피어가 '이아고'가 아닌 '오셀로'라고 했을까. 오셀로가 갖는 이질감, 그가 가진 사랑을 통해 관객에게 감정을 다시 한 번 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극 '오셀로'는 셰익스피어가 17세기 초에 집필한 작품이지만 무대나 의상 등에 현대적인 느낌을 가미했다. 무대는 지하 벙커로 설정하고 흔들리는 물그림자, 불안하게 달려있는 조명 등의 장치로 '오셀로'의 전반적인 정서인 불안감을 구현했다.

박정희 연출은 "물은 죽음의 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현대판 지옥도를 축약했다. 데스데모나가 물 위에서 죽는 거로 연습했는데 극장에 들어와보니 물도 차갑고 여배우에게 별로 효과적이지 않은 것 같아 (죽는 신에서) 물을 이용하진 않았다. 물은 죽음의 강이라는 상징성을 갖는다"라고 설명했다.

또 "지하 벙커 콘셉트로 무대를 꾸몄다. 여신동 무대 감독에게 불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모든 인물의 내면에 불안이 잠재돼있고 그 안에서 데스데모나와 오셀로의 사랑도 꽃피우고 이아고가 활약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 가장 불안한 장소이면서 안전한 장소로 지하 벙커를 잡았다"고 덧붙였다.



박호산과 유태웅이 타이틀롤 오셀로 역에 더블캐스팅됐다. 브라반티오의 딸 데스데모나와 비밀결혼하는 베니스 공화국 소속의 장군이다. 오셀로는 흑인으로 무어라고 불린다. 아랍계 이슬람교의 명칭으로 검다, 아주 어둡다를 뜻한다.

박호산은 "질투의 힘이 얼마나 강하면 그렇게 될까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렇게 만드는 건 자기 비판이나 열등감보다는 사랑이라고 생각했다"고 해석했다.

그는 "사랑이 크기 때문에 질투도 생겼고 큰 실수를 하게 된다. 결국 나는 어쩔 수 없는 무어였구나 하는 거다. 무어 캐릭터를 벗어날 수 없겠지만 무어라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축구 감독이었던 히딩크 감독이 생각났다. 우리나라에서 이름을 얻을 정도로 능력으로 뚫고 나가지 않았나. 베니스에서도 오셀로 하면 흑인이라고 보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호산은 "무어는 인종의 의미 보다는 차별의 의미가 크지 않을까 한다. 흑인을 지칭하는 말로 썼다. 열등감이나 자기비판적이라기보다는 남의 나라에서 열심히 능력을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래야 이아고가 속이고 나락으로 떨어트릴 때 큰 폭이 있을 거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유태웅은 "연습하면서 답답했다. 오셀로가 그냥 데스데모나에게 물어보면 될 걸 그걸 안 물어봐서 이렇게까지 한다. 물어보면 다 해결될 텐데 안 물어보고 끙끙 앓는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오셀로의 자존심일 수도 있고 용병이지만  고독감, 외로움 등이 다 혼합돼 물어볼 수 없지 않았나 했다. 표현하기 쉽지는 않았는데 같이 연습하고 유럽사에 대해 이야기를 들으면서 오셀로를 이해했다. 관객에게 그만큼 전달됐을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최대한 전달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또 "'오셀로'라는 작품을 다 알 거로 생각한다. 흑인이라고는 하지만 연극적인 약속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흑인이라고 해서 분장을 검게 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오셀로의 기수장이자 질투의 화신 이아고 역은 양손프로젝트로 활동하는 손상규가 연기한다.

손상규는 "가장 고귀한 인간이 가장 평범하고 저열한 인간에게 추락당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장면마다 이렇게 구조를 짜고 어떻게 하면 평범하고 저열하게 작동시킬까 많이 고민했다. 극을 작동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이 안에서 나타내야 하는 점들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설은 귀족 브라반티오의 딸로 오셀로와 사랑에 빠진 데스데모나 역에 캐스팅됐다.

연극 무대에 데뷔한 이설은 "사실 어려울 줄은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어려울 줄은 몰랐다. 이 어려움을 감내하고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설은 "너무 감사하게도 제안해주셨다. 박호산 선생님과 '나쁜 형사'에서 같이 드라마에 데뷔했고 연출님 공연도 봤는데 너무 재밌었다. 그럼에도 첫 도전이 정통 연극이고 셰익스피어의 작품이어서 많이 망설였다. 두 분을 한남동의 카페에서 만났는데 '두렵지만 해봐라.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믿음을 주셨다. 겁이 났지만 도전했다"라며 '오셀로'에 출연한 계기를 전했다.

이설은 "데스데모나를 2023년에 표현해야했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인물 자체가 수동적이고 순종적인 성녀 이미지가 강해 깨고 싶었다. 초반에 연출님과 그런 것에 대해 대화하고 다양하게 시도했다"고 했다.



그는 "MZ세대 데스데모나 등을 시도했는데 셰익스피어의 구조가 있기 때문에 완전히 탈피할 수는 없더라. 억지로 구겨놓고 변모하기 보다는 정통연극인 만큼 이대로 충실하게 해보자고 판단했다. 데스데모나를 충실하게 그려내기 위해 애를 썼다. 내가 해석한 데스데모나는 스스로 선택했다고 생각했다. 내가 선택한 사람이 오셀로고 행복한 생활을 바랐지만 파국으로 치달았고 그랬다면 어차피 나의 죽음은 내 눈앞에 있는 것이니 내가 선택해 죽겠다고 해석했다. 연출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소리꾼으로 유명한 이자람은 데스네모네와 달리 현실적인 이성관을 지닌 아아고의 아내 에밀리아로 분했다.

이자람은 "박정희(연출) 선생님이 '오일'의 메이 역을 주셔서 냉큼 정극을 하게 된 게 3년 전이다. '오셀로'도 선생님이 연락을 주셨을 때 냉큼 하기로 했다. 연습하면서 각 배우들이 자신의 해석이 매일 변화하고 발전하는 걸 구경했다. 정말 좋은 배움의 시간을 보냈다"고 밝혔다.



에밀리아는 손수건과 이아고의 거짓말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결국 죽임을 당한다.

이어 "이아고가 데스데모나의 선의로 그물을 짜서 이 모든 판을 벌린다. 난 그 그물의 손수건이라는 톱니바퀴를 담당하는 캐릭터다. 이 죄악을 완성시키는 것까지 가는 손수건, 그 죄를 짓는 사람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연출님이 관객이 이아고와 오셀로에게 하고 싶은 욕을 대신 시원하게 해줘야 한다고 해서 오늘 마지막 장면에서도 최선을 다했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들 외에도 원로원 의원이자 데스데모나의 아버지, 오셀로의 장인 브라반티오 역에는 이호재가 무대에 올랐다.

연극 '오셀로'는 6월 4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한다.

사진= 고아라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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