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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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얻은 '뼈저린' 교훈, 이제는 더 충격 받을 시간도 없다 [WBC 에필로그②]

기사입력 2023.03.23 12:04 / 기사수정 2023.03.23 12:08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참사가 반복되면 실력이다. 더 이상은 충격에 빠져있는 시간조차 사치라고 느껴진다. 이번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에게 겸허히 세계 무대에서의 위치를 인정하고, 이제는 한 발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교훈을 안겼다.

이강철 감독이 이끈 한국 야구 대표팀은 3월 열린 2023 월드
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본선 1라운드에서 고배를 마셨다. 아쉬움을 말하기에 대회가 너무 짧았다. 한국은 B조 5개국 중 2위까지 진출하는 8강조차 진출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뼈아픈 탈락을 두고 '참사'라 일컬었다. 하지만 한국은 지난 2017년, 2013년에도 1라운드의 벽을 넘지 못했다. 2017년은 '고척 참사'였고, 2013년은 '타이중 참사'였다. 이는 곧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국 야구의 수준이 떨어졌으면 떨어졌지, 나아지지는 못했다는 뜻이었다. 일정이나 조 편성 등의 핑계를 댈 수도 없는 명백한 사실이었다.

한국 대표팀이 예상보다 일찍 짐을 싸고 돌아온 사이, 1라운드에서 한국을 무참히 누른 일본은 승승장구해 이탈리아와 멕시코, 미국 등 강호들을 차례로 꺾고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 올렸다. 일본과의 전력 차는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이번 대회에는 '숙명의 라이벌'이라 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선수단은 물론 팬들까지 그 차이를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

베테랑이자 에이스 역할을 했던 김광현은 "단순하게 실력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났다"고 이번 대회를 회상했다. 김광현은 "그건 선수들이 반성을 해야 한다. 앞으로도 계속 국제대회를 치르면서 정말 철저하게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얘기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은 대표팀이, 또 대표팀을 바라보는 이들이 국제대회를 대하는 자세에 대해서도 배웠다. 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 책임감은 당연하다. 하지만 선수단 스스로를 포함, 선수들이 더 큰 무대에서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과정이나 결과를 압박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

​​​​​​​김광현은 "내가 어렸을 때보다는 지금이 좀 더 관심도 많고 인기도 많아졌다. 그 부담감을 이겨내는 방법부터 찾아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든다. 실력 차이도 분명 느꼈지만, 첫 번째는 그런 멘탈적인 부분을 좀 더 잡고 나가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의 방향은 분명했다. 첫 2연전이 호주, 일본전이었던 한국은 첫 경기였던 호주전을 잡아야 8강 진출에 승산이 있었고, 이강철 감독이 비롯한 모든 선수단이 2월 캠프부터 대회 직전까지도 '호주전' 하나만을 외쳤다.

대표팀은 성적뿐 아니라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야구 인기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사명 아닌 사명까지 갖고 임했고, 그래서 첫 경기였던 호주전에 더 열을 올렸다. 하지만 그 '잘해야겠다'는 마음은 오히려 독이 됐고, 첫 단추를 제대로 꿰는데 실패한 뒤 수습이 어려웠다.

미국 애리조나 캠프의 추운 날씨, 이동 과정에서의 기체 결함 등 예상치 못한 일정 차질 등 여러 악재가 겹치기도 했지만, 옆 나라에서 열리는 대회의 이점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준비 과정에서의 아쉬움이다. 단 한 대회만을 위해 꾸려지지 않는 일본의 '사무라이 재팬' 시스템에 부러움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있다.

물론 먼저 뿌리가 되어야 하는 건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리그의 전체적인 발전이다. 이번 대회가 한국 야구에 던진 메시지는 한 두 개가 아니다. 충격을 받았다면, 깨우쳐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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