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20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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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를 넘어서"…스크린, 왜 90년대 명암 그렸나 [엑's 초점]

기사입력 2023.02.21 17:50



(엑스포츠뉴스 윤현지 기자) 한국영화가 '레트로 열풍'을 벗어나 진짜 1990년대를 그려냈다. 

현재 박스오피스 순위권을 다투는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감독 이노우에 다케히코), '타이타닉'(감독 제임스 카메론) 등 90년대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영화가 열풍인 가운데, 한국영화는 진짜 1990년대의 시대상을 그리고 나섰다.

영화 '카운트'(감독 권혁재)는 1990년대의 밝은 면을, '대외비'(감독 이원태)는 어두운 면을 보여주며 단순히 레트로 열풍을 넘어서 실제 당시의 한국 시대상은 어땠는지 어렴풋이 느끼게 한다.

IMF, 정권 교체 등 격동의 시기를 지나쳐 온 대한민국의 1990년대는 어떤 가상의 이야기보다 극적인 배경 소재가 된다. 그렇기에 뚜렷하게 당시의 명과 암을 그려낸 두 가지 영화를 살펴본다.

■ 명(明) '중꺾마'의 시작 '카운트'



'카운트'는 금메달리스트 출신,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마이웨이 선생 시헌(진선규)이 오합지졸 핵아싸 제자들을 만나 세상을 향해 유쾌한 한 방을 날리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인 1998년은 IMF 이후 '금 모으기 운동'이 진행된 해로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중꺾마)'이라는 슬로건이 갑자기 등장한 단순한 밈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근본적인 정신이란 걸 알려준다. 

이런 정신을 이어받은 작품은 스포츠 정신을 보여주며 거대한 장벽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1990년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스크린으로 옮기기 위해 헤어 스타일부터 복장까지 모두 바꾼 배우들의 새로운 변신이다. 진선규는 시대를 풍미했던 까치집 머리로 변신해 이목을 사로잡은 한편, 성유빈과 장동주를 비롯한 복싱부 부원들은 비비드한 색감의 트레이닝복으로 극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만덕(고규필)이 지내는 '호돌이슈퍼'는 90년대 슈퍼를 고스란히 재현하고, 공중전화부터 벽에 걸린 작은 소품까지 3040에게는 당시의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1020에게는 진짜 레트로를 발견하게 한다.

권혁재 감독은 "미술적으로 최대한 당시의 시대를 잘 재현하기 위해 옛날 패션 잡지, 워크맨, 삐삐 등 소품들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고 전했다.

'카운트'는 오는 22일 개봉한다.

■ 암(暗) 90년대 정치의 뒷면 '대외비'



'대외비'는 1992년 부산, 만년 국회의원 후보 해웅(조진웅)과 정치판의 숨은 실세 순태(이성민), 행동파 조폭 필도(김무열)가 대한민국을 뒤흔들 비밀문서를 손에 쥐고 판을 뒤집기 위한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는 범죄드라마다.

영화의 배경인 1992년은 군사정권과 문민정부 교체 사이 혼란스러운 시대이자 대한민국 현행 헌법 사상 처음으로 총선과 대선이 같은 해에 진행되었던 시기다. 

이원태 감독은 "1992년 부산에서 세 주인공들이 정치와 권력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연출 계기를 밝히며 당시의 시대적 배경은 격렬한 대립을 벌이는 해웅, 순태, 필도의 얽히고설킨 관계에 필연적인 이유를 제공하며 긴장감을 더한다.



또한 '대외비'의 제작진들은 90년대 부산의 모습을 완벽히 구현하기 위해 18,000km를 달려 로케이션을 완성했다. 영화 속 대외비 문서에 등장하는 90년대 해운대 부두의 모습이나, 가파른 언덕 위 해웅의 집 등을 만들어 냈다. 

각 공간마다 조명과 디자인을 인물의 특색에 맞게 달리 구성해 극이 전개됨에 따라 변화하는 인물의 세밀한 감정까지 시각적으로 표현해냈다. 일상적인 대조로 표현된 해웅은 점차 짙은 대조가 돋보이는 조명을 받으며 권력에 물들어 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대외비'는 오는 3월 1일 개봉한다. 

사진=CJ ENM,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윤현지 기자 yhj@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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