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2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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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노트북] 유머를 아는 정우성 "그래서, 원하시는 대답이 뭐예요?" (엑:스피디아)

기사입력 2022.12.04 12:10



[낡은 노트북]에서는 그 동안 인터뷰 현장에서 만났던 배우들과의 대화 중 기사에 더 자세히 담지 못해 아쉬웠던, 하지만 기억 속에 쭉 남아있던 한 마디를 노트북 속 메모장에서 다시 꺼내 되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캐릭터와 실제 나이가 비슷한데, 영화 내용처럼 집에서 결혼 얘기를 계속 듣지 않는지 묻자) 결혼한 사람이 이런 질문을 하니까 당할 수가 없구나! 그래서, 원하시는 대답이 뭐예요?(웃음)" (2019.01.22. '증인' 인터뷰 중)

배우 정우성은 연예계 소문난 젠틀맨입니다. 누가 봐도 훤칠한 외모로 "잘 생긴 게 최고야, 짜릿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낸 것은 물론, 1994년 데뷔 후 30여 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정상의 자리를 지켜오며 다양한 활동으로 대중과 끊임없이 교감하고 있죠. 

작품으로 인터뷰를 나누거나 예능 등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도 특유의 여유로운 시선으로 상황을 바라보는 정우성의 모습은 늘 시선을 모아 왔습니다.



지난 2019년 1월, 영화 '증인'(감독 이한)으로 새해 초부터 부지런히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정우성을 인터뷰 현장에서 만났던 기억을 떠올려 봤습니다. 

'증인'은 유력한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변호사 순호(정우성 분)가 사건 현장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김향기)를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정우성은 순호 역할을 통해 특유의 섬세한 눈빛과 함께 인간적인 캐릭터로 이전 출연작들과는 또 다른 결을 선보였죠.

이 작품으로 정우성은 그 해 5월 열린 제55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 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등 진심으로 연기했던 정성을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다수의 취재진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인터뷰 시간에서 정우성은 기자들의 질문을 집중해서 들으며 때로는 진지하게, 또 때로는 재치 있는 말들을 섞어가며 차분하게 대화의 시간을 끌어왔죠. 



그 과정에서는 배우들의 입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구체적이고, 흥미 있는 이야기를 끌어내보려는 취재진과 이에 답하는 배우들의 핑퐁게임 같은 대화가 오가기도 합니다.

극 중 순호가 지우를 향해 던지는 유머 섞인 대화에 대해 김향기가 "아재개그로 다가왔었다"고 말한 내용을 전하자 정우성은 "나이를 먹은 남자 아저씨가 치는 개그니까, 아재개그라고 들려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웃었죠.

이내 "성공을 하든 안하든, 관계 안에서 뭔가 웃음을 만들어내는 것은 좋은 것 같아요"라고 말을 이으며 이내 유머를 좋아하는 자신의 생각도 전했습니다. 

"웃음은 정말 건전한 에너지잖아요. 코미디 프로들도 많이 찾아보고 있고, 웃음을 주려는 사람들의 노력을 멋지게 느끼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성공을 하든 안하든 끊임없이, 그걸 '무인도 개그'라고 하는데요. 그런 개그라도 늘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죠.(웃음)"



밝은 분위기 속 이어지던 대화 중, 영화의 내용과 연관 지어 결혼에 대한 정우성의 생각을 슬쩍 물어볼 수 있는 타이밍이 찾아왔습니다.

'증인'에서는 극 중 정우성의 아버지로 등장하는 박근형이 순호를 향해 선 자리를 주선하며 결혼을 독촉하는 장면이 등장하죠. 당시 정우성의 옆자리에 앉은 동료 취재진은 정우성을 향해 '캐릭터와 실제 나이가 비슷한데, 영화 내용처럼 혹시 집에서 결혼에 대한 얘기를 계속 듣지는 않냐'고 물음을 던졌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다양한 형태의 인터뷰를 경험하며 누구보다 이런 문답 상황 대처에 능한 정우성은 쉽게 답을 내어주지 않았죠. 

취재진을 바라보던 정우성은 능청스럽게 "이제 명절 때 집에 가기 싫지 않으세요?"라고 되물었습니다. 보통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 남녀들이 명절 때마다 결혼 잔소리를 듣기 싫어 집에 가기 싫어한다는 이야기를 꺼내면서, 결혼 질문을 받는 것에 난감한 마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려 한 듯 했죠.



이에 질문을 했던 기자는 정우성을 향해 "저는 결혼했어요"라고 태연하게 답했고, 자리에 함께 한 취재진도 소위 말해 '빵' 터지며 폭소했습니다. 그동안의 인터뷰 현장에서 몇 년간 만나왔던 정우성의 웃음 중 가장 큰 웃음소리도 바로 그 순간 들을 수 있었죠.

테이블을 대각선으로 마주보고 한 뼘 너머에서 정우성을 바라보고 있던 그 때, 당황하며 박장대소하던 정우성의 표정이 3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는 듯 "아…"하고 두 눈을 크게 뜨고 탄식하며 웃던 정우성은 "결혼한 사람이 이런 질문을 하니까 당할 수가 없구나"라고 너스레를 떨며 5초 넘게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이내 정우성은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그래서, 원하시는 대답이 뭐예요?"라고 장난스러운 말투로 웃으며, 침착하게 다시 취재진을 향해 말을 전했죠.




"실제 선 자리를 받아본다거나 그렇진 않아요. 그렇진 않고, 해마다 '장가 안 가? 누구 없어?' 그런 질문은 계속 받죠. 그러면 뭐 똑같아요. 듣는 단어만 다를 뿐이지, 약간 시큰둥하고 '뭐 그게 마음대로 되나' 이렇게 여러 가지 마음이 내포돼서, 저도 그냥 툭 한마디 뱉는 거죠.(웃음)"

'순호처럼 결혼을 포기하신 거냐'고 웃으며 물음을 더하자 "순호가 포기하셨다고 생각하시냐. 하나의 희망을 갖고 사는 순호다"라고 다시 이야기를 전한 정우성은 '본인도 마찬가지인 것인가'라는 또 다른 질문에는 "그럼요"라고 다시 싱긋 웃었습니다.

'증인' 이후에도 정우성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2020), '강철비2: 정상회담'(2020) 등을 비롯해 지난 8월 개봉한 '헌트'로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특히 절친한 동료인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에서는 스파이를 색출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고 거침없는 추적에 나서는 국내팀 차장 김정도로 열연하며 지난 달 열린 제42회 영화평론가협회상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기도 했죠.



수상 후 정우성은 "'김정도는 정우성 아니면 쓸 수도, 그릴 수도 없다'고 떼쓰면서 매달린 신인 감독의 선구안은 인정하고 싶다. 저같이 좋은 배우와 함께한 훌륭한 스태프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정재 감독이) 신인감독상도 받았다. 신인 감독 이정재에게 감사받고 싶다"고 재치 있는 소감을 남겨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여유가 넘치는 정우성의 위트 있는 모습은 이틀 뒤 열린 제43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남우주연상 후보 자격으로 참석한 정우성은 영국 촬영 일정으로 현장에 자리하지 못한 이정재를 대신해 신인감독상 트로피를 대리수상했죠.

"제가 후보로 노미네이트 된 것도 아닌데 왜 이리 심장이 나대는지 모르겠다"고 솔직한 심경을 전하며 훈훈한 분위기를 만든 정우성은 "저는 제 친구와 동료에게 상을 전해줄 수 있는 개인적인 좋은 추억이 생겨서 좋은데, 당사자를 보시고 싶으실 수 있으니까 전화를 한 번 해볼까 한다"라며 휴대전화를 꺼내 이정재와의 통화를 시도했습니다.

"땡큐 땡큐 땡큐"라며 연신 고마움을 표하는 이정재를 향해 "영국이라고 영어 하지 말고 인사 좀 해보라"고 넉살을 부리는가 하면,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현장 상황을 함께 살피며 통화를 이어가던 중 "말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서, 잘 전하겠다"고 노련하게 통화를 마무리하며 잊지 못 할 시상식 명장면을 하나 더 만들어냈죠. 




정우성은 '잘생겼다'는 말을 끊임없이 듣는 것에 "좋다"고 화답해오며 "어느 순간에 낯간지러워하면 분위기가 더 앞으로 안 나가더라. 그래서 '네, 알아요' 하면서 넘어가면 편하게 대화가 이어지더라"고 말해왔습니다. '잘생김'까지도 더 원활한 대화를 위해 더욱 흔쾌히 받아들여 왔죠.

유연함을 더해가는 마음가짐으로 끝없는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정우성은 첫 연출 데뷔작 '보호자'의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여기에 촬영을 마친 '서울의 봄' 개봉을 비롯해 새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 출연 소식을 전하며 10년 만의 드라마 복귀 소식을 알리기도 했죠.

영평상 남우주연상 수상 당시 "상의 의미와 무게는 벗어던지고, 새로운 도전에 두려움 없이 정진하겠다"고 말했던 것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깊이와 결을 더해가는 정우성의 다양한 행보도 계속될 예정입니다.

사진 = 엑스포츠뉴스DB, 영화 스틸컷, SBS 방송화면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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