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1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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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2001 MVP는 자격미달?

기사입력 2005.02.28 11:53 / 기사수정 2005.02.28 11:53

윤욱재 기자

2001시즌 MVP를 차지한 주인공은 누구나 알고있듯 이승엽(현 지바 롯데 마린스)이다. 하지만 당시 MVP 자격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비록 홈런왕이었지만 2할7푼대의 타율과 100타점도 안되는 부실한 영양가가 문제였다. 게다가 팀은 한국시리즈에서 미끄러졌다. 그렇다고 이승엽보다 활약이 미더웠던 선수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 이승엽의 2001시즌

먼저 MVP 수상자 이승엽은 어떤 활약을 보였을까?

39홈런으로 2년만에 홈런왕에 복귀했고 팀을 정규시즌 1위로 올려놓는데 한 축을 담당했다.

하지만 2년연속 100타점 달성에 실패했고 타율은 커리어 로우(0.276)였다. 거기에 삼진수는 무려 130개. 127경기에 출장했으니 경기당 삼진비율이 처음으로 1:1을 넘어선 해였다.

이승엽은 우승트로피를 품에 안고 해외진출을 노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렸지만 결국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고 말았다.

야심차게 나섰던 2001시즌에 부진(?)했던 이유는 시즌 초부터 그를 괴롭히던 허리통증이었다. 이것은 이승엽 특유의 파워 스윙이 실종되는 계기가 되었다.

또 몸쪽 공을 지나치게 공략해려 했던 것도 문제였다. 이렇다보니 바깥쪽 볼 공략마저 흐트러졌고 그의 타격엔 정확이란 단어를 찾아볼 수 없었다. 원인은 외다리타법이었다. 이미 이승엽의 타격폼에 대한 분석이 끝난 상태였던 그 때, 이승엽은 외다리타법의 한계에 부딪히고 만 것이다.

그래도 그는 '어쨌든 홈런왕'이었다. 힘으로 안되면 기술로 맞춰야했다. 타이밍 맞추기에 승부수를 띄운 이승엽. 타율 관리는 실패했지만 홈런왕에 오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비록 홈런왕에 복귀한 이승엽이었지만 MVP가 되기엔 뭔가 부족했다. 하지만 그에게 부여된 가산점이 짭짤했다.

5년연속 30홈런과 개인통산 200호 달성 등 개인적으로 상당히 의미있는 시즌을 보낸 만큼 투표단에게 어필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 이승엽의 경쟁자들

이승엽과 경쟁했던 MVP 후보로 2001시즌 최고의 스타 LG 신윤호를 빼놓을 수 없다.

선발투수로 기용되다 인상적인 투구를 보여줬던 신윤호는 뒷문이 불안했던 LG의 마지막 선택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너무 잘 던져서 잦은 등판이 이뤄지는 게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가 올린 최종성적은 15승 6패 18세이브. 다승왕과 구원왕을 석권했다. MVP 후보로도 손색없었던 만점 활약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암초는 있었다. 

먼저 저조한 팀 성적. 시즌 초부터 꼴찌로 낙마한 LG는 그나마 김성근 체제가 들어선 이후 분전한(?) 결과 6위로 시즌을 마칠 수 있었다. 아무튼 결과는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였다.

그리고 그동안 쌓아 온 커리어가 전혀 없었다는 점은 크나큰 악재였다. 안정적으로 1군에 있었던 적이 처음이었을 정도였다. 꾸준함이 생명인 프로 세계에서 행여나 반짝이 아닐까 의심하던 눈초리는 결국 신윤호의 MVP 수상을 방해했다.

그래도 신윤호는 MVP 후보에 올라 2차투표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생애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도 MVP 후보 조차 오르지 못한 비운의 주인공도 있었다.

바로 두산 심재학(현 기아)이다.

먼저 성적부터 나열해보면 타율 0.344 24홈런 88타점을 기록했고 팀은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심재학은 개인타이틀이 하나도 없었다. 타격의 영양가를 나타내는 득점권타율이 가장 높았지만 아쉽게도 장외 타이틀이었다. 그리고 막판까지 혼전을 거듭한 타격왕 경쟁에서 양준혁(0.355)에 밀린 점은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었다.

결국 이것은 MVP 후보에도 들어서지 못하는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만약 심재학이 타격왕을 차지했더라면 MVP 각축전은 더욱 치열했으리란 얘기도 많았다.

게다가 심재학은 우승팀 선수였고 한번에 확 뜬 깜짝스타도 아니었다. 성적을 살펴봐도 타격 2위를 비롯, 출루율 2위, 장타율 3위, 홈런 10위 등 공격 전부문에 걸쳐 가장 고른 활약을 펼친 선수였지만 개인타이틀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MVP 꿈을 접어야했다.

물론 성적으로만 따지자면 롯데 펠릭스 호세나 두산 타이론 우즈도 아까웠지만 투표단이 좋아하는 홈런왕 타이틀이 없었다. 게다가 호세는 주먹 한 번 잘못 쓴 바람에 홈런왕도 놓치고 MVP도 놓쳤다. 또 팀은 꼴찌로 추락해야만 했다. 반면 우즈는 이 해에 올스타전 MVP와 한국시리즈 MVP를 석권했으니 아쉬움은 덜했다. 실제로 MVP 시상식에서도 밝은 표정이 가득했던 우즈였다.


▲ 두 가지 아쉬움

2001시즌의 사례를 통해 느낄 수 있었던 아쉬움은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개인타이틀, 특히 홈런 1위에 집착하는 투표단의 시각과 개인타이틀이 있어야 MVP 후보에 오를 수 있는 규정은 아쉬움 그 자체였다.

물론 이러한 풍토는 계속되고 있다. 마치 국영수 1등이 전과목 2등보다 대우를 더 잘 받는 것처럼 말이다.



엑스포츠뉴스 윤욱재 기자 (adamyoon_mlb@hanmail.net)
사진 / 각 구단 홈페이지



윤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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