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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김연아, '여왕의 귀환' 입증했던 3장면

기사입력 2011.04.30 07:14 / 기사수정 2011.04.30 09:42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러시아 모스크바, 조영준 기자] 아찔한 순간이었다. 공식 훈련에서 '백발백중'이었던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가 흔들리면서 위기가 닥쳐왔다.

하지만 노련한 경기운영과 뛰어난 집중력이 위기를 극복하게 만들었다. 13개월 만에 은반 위로 귀환한 여왕은 여전히 현존하는 최고의 스케이터였다.

'피겨 여왕' 김연아(21, 고려대)는 지난 29일(이하 한국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메가 스포르트 아레나에서 열린 '2011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세계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해 TES(기술요소점수) 32.97점, PCS(프로그램구성요소점수) 32.94점을 받았다.

두 점수를 합산한 총점 65.91점을 획득한 김연아는 65.58점을 받은 안도 미키(24, 일본)를 간발의 차로 제치고 쇼트프로그램 1위에 올랐다.

김연아는 자신의 기술요소 중, 가장 큰 점수가 걸린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를 놓쳤다. 하지만, 최고 스케이터로서의 진가는 이 이후부터 드러났다.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은 집중력

경기를 마친 김연아는 "첫 점프인 트리플 러츠에서 실수했을 때 머릿속에 싱글 토룹이라도 붙여야 될까라는 생각을 순간적으로 했다. 트리플 플립이 무사히 됐을 경우 트리플 토룹을 붙일 생각도 해봤지만 그건 너무 위험한 것 같아서 더블 토룹을 붙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피겨 스케이팅은 기량이 뛰어난 선수가 승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스케이트를 타고 미끄러운 빙판에서 이루어지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변수도 심하다. 공개훈련에서 '백발백중'으로 성공한 기술이라고 해도 실전경기에서 성공하리라고 예측할 수 없는 것이 피겨 스케이팅이다.

첫 점프인 트리플 러츠에서 다소 힘이 들어갔고 자신의 균형을 잡지 못했다. 랜딩은 불안했고 넘어질 수 있는 위기도 있었지만 뛰어난 감각으로 빙판 위에 넘어지지 않았다. 실수가 나온 것은 어쩔 수 없는 순간이었지만 문제는 다음부터다.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김연아 앞에 놓인 과제였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를 염두에 둔 '경우의 수'

김연아는 다음 과제인 단독 트리플 플립을 뛴 뒤, 더블 토룹을 시도했다. 이 콤비네이션 점프를 깨끗하게 성공했고 기초점수 6.70점과 GOE(가산점) 0.9점을 획득했다. 위기를 반전시킨 김연아는 그 다음 과제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 부분에 대해 김연아는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실수를 위해 경우의 수를 마련해 뒀다.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실수가 나올 때, 대비책인 트리플 플립 + 더블 토룹을 연습해왔다"고 밝혔다.

꾸준하게 성공하는 기술의 대비책을 만들어두는 꼼꼼함은 결실로 이어졌다. 만약 단독 트리플 플립에 그쳤다면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에 오르기 힘들었다. 하지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준비한 트리플 플립 + 더블 토룹은 반전의 열쇠가 됐다.

짧은 순간동안 자신이 실수를 한 것에 대해 흔들리지 않고 그 다음 과제에 집중한 점이 돋보였다. 최고가 아니면 갖출 수 없는 놀라운 위기 극복 능력을 김연아는 몸소 보여줬다. 자신의 최고 점수가 걸린 첫 번째 기술을 놓칠 때, 상당수의 스케이터는 리듬이 흐트러진다.

아사다 마오(21, 일본)가 자신의 '필살기'인 트리플 악셀에서 실패할 때, 전체적인 균형이 무너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김연아는 다른 스케이터와 레벨이 다른 경기 운영을 보여줬다.

김연아는 최고의 기술과 예술성만 가진 것이 아니라 놀라운 위기관리 능력을 갖췄음을 이번 경기에서 증명해냈다.



컴포넌트 점수와 스핀, 스텝으로 점수를 만회해내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구사한 3개의 스핀에서 모두 레벨4를 받았다. 첫 스핀인 플라잉 싯 스핀에서 레벨4를 찍었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스핀인 레이백 스핀과 체인지 콤비네이션 스핀에서 모두 레벨4를 받았다. 레이백 스핀에서는 1.29의 가산점도 챙겼다.

첫 점프에서 나온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스텝에도 집중했다. 그 어느 때보다 전력을 다해 스텝에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이 역력히 포착됐다. 큰 실수가 나왔지만 이를 극복해내려는 의지가 드러났다.

그리고 평소에 강점을 가지고 있던 컴포넌트 점수에서 효과를 발휘했다. 2위인 안도 미키와 김연아의 차이점은 컴포넌트 점수에서 있었다. PCS(프로그램 구성요소)에서 고르게 8점을 받은 김연아는 '예술성 종결자'임을 보여주며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의 실수를 극복해냈다.

김연아도 인간인 이상, 실수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김연아는 위기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고 평소에 준비해둔 대비책을 훌륭하게 수행해냈다. 또한, 경기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고 나머지 요소에 전력투구하는 근성을 보여줬다.

피터 오피가드 코치의 말대로 김연아는 '파이터'였다. 위기관리 능력에서도 현존하는 최고의 스케이터임을 증명한 김연아는 30일, 롱프로그램인 '오마주 투 코리아'를 선보인다.



[사진 = 김연아 (C)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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